
△월 □일 월요일
쉬는 시간에 친구가 장난을 좀 심하게 쳤다. 나도 모르게 표정이 굳었다. 친구가 곧바로 사과하기에 나도 괜찮다고 했다. 사실 완전히 괜찮지는 않지만… 그래, 별일 아니었잖아. 쿨하게 용서하자.
△월 □일 화요일
오늘 기분이 별로다. 아침에 친구가 오는 걸 보고 나도 모르게 살짝 시선을 피했다. 친구가 어깨를 툭툭 쳐서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려는데 얼굴 근육이 살짝 어색한 느낌이었다. 친구와 나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아, 답답…. 괜찮고 싶은데 왜 괜찮지 않은 걸까?
‘고민이의 일기장’이 나올 순서는 아니지만, 이 자리에서 고민이의 고민에 대해 다 같이 고민해 보면 좋을 것 같아 고민 끝에 일기장을 슬쩍 공개한다.
사연 속 고민이는 생각처럼 용서가 쉽게 되지 않는 듯하다. 용서는 대인관계의 상처를 치유하고 갈등을 성공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문제는 상대를 용서하기가 참 어렵다는 것. 오죽하면 ‘실수는 사람의 영역이고 용서는 신의 영역’이라는 말까지 있을까.
그렇다면 용서는 왜 어려울까? 미국 워싱턴대 랜디 라슨 교수는 부정적 경험의 강도가 긍정적 경험의 세 배가량 높다는 연구를 내놓았다. 호주 퀸즐랜드대 로이 바우마이스터 교수 역시 그의 저서 『부정성 편향』에서 “인간은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을 3:1의 비율로 경험하며 하나의 부정적인 감정을 치료하려면 네 개의 긍정적인 감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나쁜 경험이나 기억 하나를 상쇄하려면 긍정적인 경험을 여러 번 해야 한다는 말이다. 실금 같은 서운함이라도 한 번에 가시지 않을 수 있다. 상처가 아무는 데에는 저마다의 시간이 필요하니까.
그래도 용서는 최대한 빨리 하는 것이 좋다. 남을 위한 것 같지만 결국 나를 위한 것이다. 용서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정서적으로 한걸음 나아가게 되며, 피해의 고통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으니. 반면 ‘용서 안 하기’는 신체 시스템에 스트레스를 주고 건강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의학적으로 설명하면 내분비 시스템에 부담이 되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물론 머리로는 용서해야 한다고 생각해도 마음으로 용서가 안 되곤 한다. 이럴 때 프레드 러스킨 박사가 알려준 용서의 기술을 연마해 보자. 러스킨 박사는 용서는 배울 수 있는 것이고 연습을 통해서 더 잘할 수 있다고 했다.
❶화가 날 때에는 자연의 아름다움, 친구와 가족, 선물, 사랑 같은 선한 것에 주목하라. 우리는 매일 생각보다 많은 긍정적인 경험을 한다. 이런 데 집중하다 보면 어려운 상황에서 마음의 균형을 찾을 수 있다.
❷화가 났다고 바로 집에 가거나 감정을 표출하지 말고 스트레스 관리를 연습해 보자. 배로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좋아하는 것을 떠올려 보길 추천한다.
❸불만이나 문제점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대신 용서를 통해 배운 점, 성장에 도움이 된 경험, 덕분에 올바르게 행동한 사람들에 초점을 맞추자.
성경은 “서로 인자하게 하며 불쌍히 여기며 서로 용서하기를 하나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너희를 용서하심과 같이 하라”고 교훈한다(엡 4장 32절). 하나님을 생각해 보자. 하나님께서는 죽을 죄를 지은 인류를 아무 대가 없이 용서하시고, 구원의 축복까지 거저 허락하셨다. 용서가 신의 영역이라 할 만큼 어렵다고? 하지만 우리는 자비하신 하나님의 아들딸들이다. 하나님께서 베푸신 용서의 은혜를 되새기면 우리도 남을 용서할 수 있고, 내 잘못에 대해서도 남에게 거듭 용서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