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켜주는 존재



영화에는 슈퍼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지구를 침공하는 외계(?) 세력을 물리치고 인류를 멸망 위기에서 구해낸다. 초인적인 힘으로. 그렇다. 영웅들은 대개 일반인과 다른 특출한 능력을 지녔다. 손에서 거미줄이 나온다거나 평소엔 온화하지만 분노하면 엄청난 힘을 가진 괴수가 된다거나. 아예 태생부터 우주 급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별 세계에서 태어나 천둥을 다룰 줄 알며, 압도적인 신체 능력을 가진 주인공도 있다.

현실감 없어 보이는 ‘지구를 지키는 존재’라는 서사는 꼭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진짜로 있다. 든든하게 지구인의 일상을 지켜주는 존재가. 믿음직한 형인지 힘센 누나인지 모르지만 겉모습은 예술가의 유화 그림처럼 아름답고 신비하며, 동글동글하고 몸집은 아주 크다. 조금 차가워도 심성은 아주 착하다. 만나본 적 없다고? 그럴 만도 하다. 우주선을 타고 2~6년쯤, 비행기 속도라면 287년쯤 가야 만날 수 있으니. 그 존재는 바로 ‘목성’이다.

뜬금없이 웬 행성 이야기냐고 하겠지만, 사연을 알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우선 소개부터 하자면 목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이다. 지름은 지구의 11배. 1300개 이상의 지구가 들어갈 만한 압도적인 덩치를 자랑한다. 거기다 대적반이라는, 지구 3배 크기의 폭풍이 400년 전 관측된 이래로 지금까지 휘몰아치고 있다.

매우 차갑고 사나울 것 같은 목성은, 사실 지구의 입장에서 나를 지켜주는 착한 존재라 할 수 있다. 일단 덩칫값을 한다. 목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무거운 행성인 만큼 태양 다음으로 중력이 세다. 목성의 커다란 몸집과 중력은 지구로 돌진하는 소행성을 막아준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목성의 강한 중력은 태양계의 공전 궤도가 지금과 같은 형태를 유지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지구에 생명체가 살 수 있게 된 이유로 목성의 존재를 꼽는 과학자들도 있다. 목성이 없었다면… 으,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알고 보면 우주에서 지구를 보호하는 존재는 여럿이다. 빛과 열을 제공하는 태양은 물론이고, 지구의 유일한 위성인 달은 지구의 기울기를 23.5°로 일정하게 유지시켜 준다. 달이 없으면 지구의 자전축이 흔들리고, 자전축이 흔들리면 날씨와 계절은 예측 불가능하게 된다. 적도 지방에 갑자기 눈이 내리거나, 극지방이 적도 같은 날씨가 되어 얼음이 모두 녹는 일이 생긴다는 말이다. 게다가 지구를 당기는 힘도 사라지니 지구의 자전 속도는 점점 빨라질 것이다. 하루가 24시간에서 점점 짧아지면 지구상 동식물의 생활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이처럼 우주라는 공간 속에서 지구는 많은 보호를 받으며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하루도 빠짐없이 우리의 삶을 지켜주는 존재가 반드시 있지만 너무 멀어서 혹은 너무 가까워서 보지 못하는 것뿐이다. 이렇게도 말할 수 있겠다. 우리를 위해 무한한 우주의 시간과 공간을 설계해 주신 창조자가 계시며, 그분의 수호 아래 지구라는 푸른 행성에 ‘나’라는 생명의 꽃이 피어난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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