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별처럼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아브라함이 하나님께 순종했을 때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네 아들 네 독자를 아끼지 아니하였으니 내가 네게 큰 복을 주고 네 씨로 크게 성하여 하늘의 별과 같고 바닷가의 모래와 같게 할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자손의 번창을 ‘하늘의 별’, ‘바닷가의 모래’에 비유하셨다.

그렇다면 별이 많을까, 모래알이 많을까?

한번 지구에 있는 모래알의 숫자를 세어보자. 그다음에 최첨단 망원경으로 하늘의 별을 세어 비교하면 된다. 간단하…지 않다. 고맙게도 과학계에 이미 모래알 계산자들이 있다. 그들의 말을 빌리면 성인이 양손으로 퍼담은 모래알의 수는 약 8백만 개다. 해변과 사막의 면적을 감안해 계산하면 지구상의 모래알 수는 대략 10²²개다.

호주국립대학의 사이먼 드라이버 박사 팀은, 우주에 첨단 천체망원경으로 관측 가능한 별이 7☓10²²개 있다고 발표했다. 지구의 모든 모래 알갱이보다 7배나 많은 수치다. 놀랍긴 하지만 우주는 지구보다 넓으니 그럴 만하다 싶다. 분명한 건 모래알이든 별이든 사람이 평생 세어도 다 세지 못할 수효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 땅에서 아주 작고 사소한 물질이 ‘셀 수 없이 많은’ 무언가를 품고 있기도 한다. 물은 H₂O, 즉 수소 원자 두 개와 산소 원자 한 개가 결합된 분자로 구성되어 있다. 수소와 산소 원자의 질량을 근거로 물 1g의 H₂O의 분자 개수를 계산해 보면, 대략 ⅟₁₈☓6.022☓10²³개다. 어느 과학자는 사람이 관측 가능한 밝기의 별의 수보다 120배 많은 분자가 물 한 숟가락에 들어 있다고 설명한다. 우주처럼 광활하지도 바다처럼 드넓지도 않은 한 숟가락의 물 안에 사람이 셀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분자가 존재하다니 이거야말로 놀랍다.

이처럼 보는 것보다 보지 못하는 것이 많고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은, 그래서 섣불리 짐작하거나 단정 지을 수 없는 세계 속에 우리가 있다. 어른도 아이도 아닌, 어중간하고 애매한 위치에서 복잡다단한 하루를 보내는 학생 시기. 대중교통은 청소년 요금을 내지만 뷔페에서는 성인 요금을 낸다. 관심은 귀찮은데 무관심은 상처가 된다. ‘왜 나를 몰라주느냐’고 야속해하면서도 정작 나조차 ‘내 안의 나’를 알지 못한다. 내가 나를 모른다는 것은 나 자신도 내 한계를 모른다는 의미도 된다. 혼돈 그 자체인 내 안에 아직 보지 못한 가능성이 숨어 있을지 모른다. 그것도 아주 많이.

보이는 틀에 나를 가두지 말고, 보이는 면으로 내 한계를 단정하지 말자. 내가 보잘것없이 작게 느껴진다 해서 내 속에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니다. 물 한 방울조차 무한대에 가까운 분자를 품고 있으니까. 빛나는 별처럼, 반짝이는 모래알처럼 셀 수 없는 가능성이 내 안에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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