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 개구리가 바깥으로 나온 이유

학생부 성경 발표력 경연대회가 열렸습니다. 당회별 예선을 거쳐 선발된 대표 학생들이 한데 모여 성경을 주제로 발표하고 거기서 우수 발표자를 가려내는 장이었지요. 모두 들뜬 분위기였지만 솔직히 저는 심드렁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제게 성경 발표력 경연대회는 방학이면 항상 열리는 행사 중 하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대회를 참관한 이유는 내심 형제자매님들의 성경 발표가 궁금해서 그리고 엄마가 가라고 해서였습니다.

마지못해 참석한 경연대회가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다음 발표자로 넘어갈수록 은혜에 은혜가 더했습니다.

‘이렇게 설명할 수 있구나!’

‘와, 어쩜 저렇게 은혜롭지?’

저와 같은 나이대의 학생들이 맞나 싶었습니다. 목사님 설교를 듣는 기분이 들 정도로 이해가 쏙쏙 잘되는 발표였습니다. 지루하거나 따분하지도 않았고요. 오히려 발표를 하나하나 들을 때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성경에 기록하신 진리가 확실하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찼습니다.

성경 속 아버지 하나님과 어머니 하나님의 존재를 자신 있게 전하는 학생들의 당차고 진실한 모습은 또 얼마나 멋지고 감동이었는지요. 부가 설명까지 곁들여 또박또박 말하고, 확신에 찬 어조로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는 모습을 보며 몇 번이나 감탄했습니다. 시선이 집중되면 얼굴이 금방 새빨개지는 저와는 정말 달랐습니다.

‘내 인생에도 저렇게 멋진 순간이 찾아올까?’

그동안 저는 편안함을 추구하며 살았습니다. 피할 수 있는 문제라면 최대한 피했습니다. 남들 앞에 설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저곳은 내가 설 수 없는 자리야’라는 체념이 앞섰습니다. 세상에 분명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많을 텐데 굳이 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할까 싶었거든요. 또 공들인 만큼 성공적으로 잘해낼 자신이 없어 움츠러들었습니다. 스스로 한계를 정해놓고 제 부족함을 애써 드러내지 않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학생부를 떠나는 고3입니다. 일곱 살 때부터 믿음의 길을 걸어 어느덧 후배들을 보살펴 줘야 하는 선배가 된 지금, 제 믿음은 여전히 엄마 따라 교회에 오던 그 시절에 머물러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요.

대회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동안 뒤로 숨기만 한 제 자신이 반성되면서도 위로를 많이 얻었습니다. “하나님 자녀로 선택받은 너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하나님께서 너를 택하시지 않았느냐” 하는 응원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듯했습니다.

성경 발표력 경연대회에 참여하고 나니 ‘말씀 하나로 상대의 마음뿐 아니라 인생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누군가의 말이 비로소 와닿았습니다. 학생부에서 보내게 될 마지막 1년은 제 인생에 발전과 도전이 가득한 시간들로 채울 겁니다. 아직 친구들에게 진리를 제대로 전해보지도 못했으니 지금부터라도 용기 내어 하나님 말씀을 전하겠습니다. 이제 제게 남은 건 오직 실천뿐입니다! 그동안 우물 안에서 만족하던 저를 되돌아보고, 넓은 세상으로 나오도록 이끌어주신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현실에 안주하려는 나태함을 버리고 담대하게 영육 간 새로운 일에 도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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