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사랑을 낳고

학생부에 올라온 지 어언 6년이 되어갑니다. 어느덧 학생부 최고참이 된 스스로를 돌아보며 잠시 회상에 잠깁니다.

초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시작한 학생부 생활에 성실히 임하며 한창 진리 발표에 재미를 붙였습니다. 여름방학 첫 학생캠프는 아직도 생생합니다. 아침잠을 이겨내고 일어나 부지런히 준비해서 학생캠프에 참여했습니다. 성경 공부를 하고 즐거운 레크리에이션도 하며 추억을 쌓았습니다. 몹시 더운 날 학생부 선배들과 싱글벙글 웃으며 화단 잡초를 뽑는 봉사도 하고, 다 같이 둘러앉아 윷놀이하고, 탁구 치고, 학생 성가를 하고…. 이 모두가 행복한 추억입니다.

그러나 이듬해 중2가 되면서 교회에 가기보다 노는 것이 더 좋아졌습니다. 또 한 해가 지나자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퍼졌습니다. 예배와 모임이 온라인으로 전환되어 교회에 갈 일이 없어졌습니다. 저는 하나님의 축복을 망각한 채 예배를 아예 뒷전으로 하고 세상일을 우선시했습니다. 그렇게 재밌어하던 성경 공부도 귀찮았습니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방황이 계속되자 동역 집사님과 학생부 담당 선생님이 걱정하셨습니다. 두 분은 포기하지 않고 제 믿음을 붙들어 주기 위해 애쓰셨습니다. 학교생활은 어떤지, 진로 걱정은 없는지 항상 관심을 두셨고, 학생부에서 준비한 사랑의 간식을 전달해 주면서 틈틈이 성경 말씀을 알려주셨습니다. 고민 상담을 해주셨을 때는 정말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러한 사랑을 1년 정도 받자 예전 학생부 생활이 조금씩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세상으로 향한 마음을 돌이키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갈팡질팡하는 제 마음을 하나님께서 아시고 또 한 명의 식구를 보내주셨습니다. 제가 중1, 중2 때 학생부 생활을 함께한 선배님이자, 군 복무 중인 청년 형제님이었습니다. 종종 안부 연락을 주고 휴가 때도 저를 잘 챙겨주었는데, 그분이 작년 겨울방학쯤 전역한 것입니다. 형제님은 안식일마다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네고, 제가 교회에서 은혜롭게 안식일을 보내도록 신경 써주었습니다. 하루는 형제님과 점심을 먹고 교회에 들렀습니다.

그리고 동역 집사님과 성경 예언을 공부했습니다. 그날따라 깊은 깨달음과 감동을 얻었습니다. 마침 학생부 모임이 시작되어 모처럼 저도 흔쾌히 모임에 함께했습니다.

이날을 기점으로 교회 가는 날이 늘었습니다. 학생부 모임이 무척 즐겁고 귀하게 느껴졌습니다. 연이어 겨울방학 학생캠프가 열려 중1 때처럼 기쁜 마음으로 참여했습니다. 그때도 청년 형제님은 제가 지치지 않도록 곁에서 힘을 주었습니다.

사실 형제님만이 아닙니다. 참 많은 식구가 저 한 사람이 하나님의 사랑으로 변화되기를 바라며 도와주었습니다. 목사님은 바쁜 시간을 쪼개 꾸준히 말씀을 전해주시면서 제가 모임에 참여해 축복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학생부 후배들은 저보다 일찍 시온에 와서 저를 기다리며 믿음 생활의 본을 보여줬고, 학생부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었습니다.

넘치는 사랑 속에서 믿음이 서서히 자랐습니다. 예배든 모임이든 시온에 모이기를 힘썼고, 모임 시간보다 일찍 시온으로 와서 성경을 상고했습니다. 2023 학생 개학예배를 다녀와서는 믿음이 더 커졌습니다.

여태 식구들의 보살핌만 받던 제가 지금은 후배들을 챙기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분이 제게 큰 사랑과 정성을 주셨는지, 얼마나 인내했는지 깨닫습니다. 과거의 제 모습을 잊지 않고, 저를 아끼고 보살펴 주신 분들을 닮아가려고 노력 중입니다. 형제가 실수하거나 상처를 주더라도 인내하고, 믿음 여린 형제님들에게는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공부하느라 힘들지요?”라고 안부를 묻고 “형제님, 우리 얼른 시온에서 만나요” 하며 마음을 전합니다. 이렇게 제가 먼저 사랑을 준다면, 잃은 양처럼 흩어진 하늘 가족들이 하나님 품으로 속히 돌아오지 않을까요?

저 또한 이제야 하나님께로 돌아온 것 같아 하나님께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하나님께 열심히 기도하고 형제자매와 연합해서 학생부를 사랑과 인내로 가꾸는 농부 같은 믿음의 학생 일꾼이 되겠습니다. 방황하던 저를 수많은 하늘 가족을 통해 깊고 넓은 사랑으로 다잡아 주신 하나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G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