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마을 친구들 上

푸른 나무가 우거지고 꽃들이 알록달록 가득 핀 숲속에는 세 마을이 있어요. 윗마을에는 사자와 호랑이처럼 힘이 세고 강한 동물들이, 아랫마을에는 다람쥐, 토끼처럼 열매나 풀을 먹는 동물들이 살아요. 가운데 마을에는 여우와 너구리처럼 아랫마을 동물보다는 강하지만 윗마을 동물보다는 약한 동물들이 살지요.
저기 아랫마을 토끼가 뛰어오네요.
“헉헉, 양 할아버지! 큰일 났어요!”
“큰일이라니? 진정하고 자세히 말해보려무나.”
양 할아버지는 아랫마을 이장이에요. 양 할머니와 나무 밑동에 바둑을 두던 양 할아버지는 깜짝 놀라 코 밑에 있던 안경을 올려 쓰고 물었어요.
“얼마 전부터 강줄기가 약해지는가 싶더니 오늘은 강물이 완전히 말라서 땅이 드러났어요!”
숲에는 윗마을에서부터 아랫마을로 흐르는 강이 있어요. 숲속 동물들은 모두 그 강물을 마시며 살아가죠. 그런데 그 강이 마르다니요!
양 할아버지는 급하게 마을 회의를 열었어요.
“쿨럭쿨럭. 에헴, 아시다시피 우리 마을에 흐르던 강이 말라버렸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함께 이야기를 나눠봅시다.”
원숭이가 나무줄기를 타고 나무에서 내려왔어요.
“제가 예전에 들은 말인데요, 강물은 전부 바다로 흐른대요. 강을 따라 바다로 가서 물을 떠오면 어떨까요?”
“강물이 바다로 흘러가면 짠물이 된단다. 짠물을 마시면 갈증이 더 심해지고 탈수 증상이 생겨서 생명이 위험해지지. 안타깝지만 바닷물은 마실 수 없어. 게다가 바다는 너무 멀구나.”
모두 심각해져서 한숨만 푹푹 쉴 뿐 입을 열지 않아요.
“윗마을로 가서 물이 왜 흐르지 않는지 알아보고, 막힌 곳이 있다면 뚫고 오면 되지 않나요?”
숲에서 가장 작은 다람쥐예요.
“너무 위험하단다. 잘못했다간 무시무시한 동물들에게 잡아먹힐지도 모르고.”
“초원에 사는 코끼리하고 기린에게 도와달라고 하면 돼요. 코끼리보다 덩치 크고, 기린보다 키가 큰 동물은 없잖아요.”
“크고 작은 문제가 아니란다. 너는 아직 어려서 잘 모를 거다,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이장님 말씀이 맞아.”
사슴 아주머니가 나섰어요.
“예전에 가운데 마을 근처까지 올라간 적이 있는데, 강가에서 멧돼지를 만났지 뭐야. 멧돼지가 나를 쫓다가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져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잡아먹힐 뻔했어. 뚱뚱하고 둔해 보여도 얼마나 빠르고 사납던지. 위쪽 마을들은 우리 같은 동물이 갈 곳이 아냐.”
사슴 아주머니가 옛날 생각이 났는지 벌벌 떨어요.
“제가 다녀올게요!”
토끼가 외쳤어요.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요. 아마 우리는 모두 목말라 죽고 말 거예요.”
양 할아버지는 절대 안 된다며 토끼를 말렸지만 토끼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어요.
“그래, 네 뜻이 정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구나. 대신 몸조심 또 몸조심해야 한다.”
“네!”
“저… 저도 같이 갈게요! 토끼 혼자 가는 것보다 나을 거예요.”
“저도요! 제가 나무 위에서 주위를 잘 살필게요!”
다람쥐와 원숭이도 용감하게 토끼를 따라나섰어요.

가운데 마을을 향해 걷다 보니 금세 밤이 찾아왔어요. 환한 달빛이 길을 비춰주는 아랫마을 밤과는 달리, 수풀이 우거진 숲속은 달빛이 으스스하게 비췄어요.
“토끼야, 나 너무 무서워. 그냥 우리 마을로 돌아가면 안 돼?”
다람쥐가 겁을 먹고 어깨를 잔뜩 움츠렸어요.
“맞아, 여기 동물들이 우리를 보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원숭이도 무서웠어요.
“나도 많이 무서워. 하지만 우리를 기다리는 마을 동물들을 생각해서 조금만 더 용기를 내자. 날이 많이 어두워졌으니까 이쯤에서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강줄기를 살펴보는 거야.”
토끼가 다람쥐와 원숭이를 격려하자, 다람쥐와 원숭이는 마음을 다잡았어요.
다음 날 아침.
여우 두 마리가 짜증스럽게 걸어왔어요. 토끼, 다람쥐, 원숭이는 숨을 죽이고 풀숲에 숨었어요.
“아, 목말라! 이러다 쓰러지겠어! 맞다, 너 그거 들었어?”
“뭐를?”
“외톨이 여우 말이야.”
“아, 그 꾀 많고 날쌘 애?”
“그래, 걔. 이번에 우리 마을이랑 윗마을 경계에 있는 강이 통나무에 막혔잖아. 그게 다 걔 때문이래. 아무도 자기랑 안 놀아준다고 화가 나서 물줄기를 딱 막아버렸다지 뭐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모두가 함께 마시는 물을 막다니! 정말 못됐네.”
“그러니까 친구가 없지. 쯧쯧.”
두 여우가 점점 멀어져 갔어요. 세 친구는 재빨리 물줄기가 끊겼다는 곳으로 갔어요.
“맙소사!”
정말로 윗마을과 가운데 마을의 경계에 커다란 통나무 하나가 물줄기를 떡하니 막고 있는 거예요!
“나무를 치우자!”
토끼가 뛰어가려 하자 원숭이가 붙잡았어요.
“우리같이 힘 없는 동물이 어떻게 저 통나무를 치우겠어?”
“맞아. 우리가 아무리 힘을 모아도 어려워.”
토끼가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그러게, 정말 이상하다. 여우가 무슨 수로 저렇게 큰 나무로 물줄기를 막았을까? …얘들아, 우리 그 여우를 찾아가 보자!”
“뭐? 잡아먹히러 가자는 거야? 그리고 그 여우가 누구인 줄 알고 찾아?”
“다람쥐야, 토끼 말대로 해보자. 지금 다른 방법이 없잖아.”
세 친구는 풀숲을 숨어 다니며 하루 종일 여우를 찾았어요. 하지만 혼자 다니는 외톨이 여우는 보이지 않았어요. 지쳐서 다시 강가로 돌아왔을 때, 초조하게 왔다 갔다 강가를 서성이는 여우 한 마리가 보였어요. 다람쥐와 원숭이가 말릴 새도 없이 토끼가 여우에게 다가갔어요.
“저… 저기.”
“아, 깜짝이야!”
여우가 잽싸게 몸을 뒤로 뺐어요.
“뭐야, 토끼? 겁도 없구나. 캭!”
다람쥐와 원숭이가 용감하게 여우 앞을 가로막았어요.
“잠깐! 우리는 아랫마을 강이 말라버려서 여기까지 왔어. 네가 물길을 막는 바람에 우리 마을 동물까지 다 죽게 생겼다고!”
“여기서 너한테 잡아먹히나 마을에서 목말라 죽나 똑같아! 우리는 꼭 물을 다시 흐르게 할 거야.”
여우가 뜨끔해하며 물길을 막고 있는 통나무를 쳐다봤어요.
“너, 너희가 저 나무를 치울 수 있을 것 같아? 절대 못 할걸!”
“그러니까 널 찾아왔지! 우리는 네 도움이 필요해.”
“내가 너희를 도와줄 것 같아? 아니, 절대로 안 해!”
여우는 쌩 가버렸어요. 세 친구는 풀숲으로 들어가 고민에 빠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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