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저기 아까 그 여우 같은데?”
“내가 얼른 보고 올게.”
원숭이가 나무를 이리저리 타고 다람쥐가 말한 곳으로 갔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사자가 여우를 보며 입맛을 다시고 있어요.
“얘들아, 사자가 여우를 노리고 있어. 우리가 알려줘야 해. 토끼도 위험하니까 나무 위로 올라와야겠다.”
원숭이는 줄을 내려 토끼를 나무 위로 올렸고, 다람쥐는 나무 구멍에 들어갔어요.
“자, 내가 ‘하나 둘 셋’ 할게. 다 같이 도망치라고 말하자. 하나, 둘, 셋!”
“여우야, 도망쳐! 사자가 있어!”
깜짝 놀란 여우는 수풀 사이로 달려가 몸을 숨겼어요. 사자는 성질이 났는지 으르렁하고는 윗마을 쪽으로 돌아갔어요. 사자가 사라진 것을 보고, 여우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 울었어요.
“고마워. 나를 구해줘서…. 훌쩍.”
여우는 마음을 진정시킨 후에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어요.
“사실 나는 친구가 없어. 너무 외로워서 너희 마을로 간 적이 있어. 처음에는 내가 무섭다고 도망가더니 나중에는 다 같이 나를 내쫓더라고. 그래서 윗마을로 올라가서 친구를 사귀어볼까 했는데 강가에서 곰을 딱 만난 거야. 곰은 날 보자마자 달려들었어. 그때 날 잡으려다 나무를 쳤지. 다행히 나는 살았지만 나무가 꺾여서 물길이 막혔어. 지금 숲속 동물들이 물이 없어서 힘들어 해. 다 나 때문이야. …정말 미안해.”
여우 한 마리가 아랫마을에 나타나서 난리가 났다고 듣긴 했지만, 그게 외톨이 여우였다니. 세 친구는 여우에게 미안했어요. 여우는 상처받은, 마음 여린 동물이었는데…. 세 친구는 여우의 친구가 되기로 했어요.
친구가 된 토끼, 다람쥐, 원숭이, 여우는 힘을 모아 통나무를 치우려 했지만 역부족이었어요. 네 친구는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어요.
“곰을 유인해서 다시 이 나무를 들게 하자!”
꾀 많은 여우가 말했어요. 위험한 일이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어요. 여우의 계획은 이랬어요. 원숭이가 곰이 물가 가까이 오는 것을 보고 알리면 재빠른 다람쥐가 곰을 유인하고, 말솜씨 좋은 토끼가 곰을 약 올려 나무를 들게 하면 여우가 곰에게 마구 돌을 던지는 거예요. 곰이 정신없는 틈을 타 도망가면 작전 성공!
“저기 다람쥐가 오고 있어!”
망을 보던 원숭이가 말했어요. 정말 다람쥐가 엄청난 덩치의 곰을 유인해 왔어요! 다람쥐는 통나무를 빠르게 건너 토끼 옆에 섰어요. 강 건너편에서 곰이 크게 소리쳤어요.
“다람쥐에 토끼까지. 간식이 늘었군!”
토끼는 침착하게 통나무 위에 올라섰어요.
“나를 잡아먹고 싶다면 이 나무를 들어 올려봐! 그러면 나를 잡아먹을 수 있을 거야. 설마, 나무를 못 드나?”
곰은 코웃음을 치고는 나무를 거뜬히 들어 올렸어요. 막혀 있던 물이 세차게 흐르기 시작했어요. 나무 위에 있던 토끼는 나무를 꼭 잡고 매달렸지요.
“이제 너는 내 간식이다!”
곰이 나무에 매달린 토끼를 잡으려고 손을 뻗었어요.
퍽! 퍽!
여우가 곰을 향해 힘껏 돌을 던졌어요. 다람쥐도 옆에서 돌멩이를 주워 여우를 도왔어요. 계속해서 날아드는 돌 때문에 곰은 발을 헛디뎌 몸이 휘청거렸어요.
“악! 그만, 그만해!”
곰이 중심을 잃고 통나무를 내동댕이쳤어요. 통나무가 강가에 떨어지려는 순간.
휘익- 붕-
원숭이가 나무줄기를 타고 날았어요. 토끼가 살며시 눈을 떴을 때는 나뭇가지 위였지요.
쿵!

“으악! 곰 살려!”
뒤뚱거리던 곰이 넘어지면서 근처 나무에 달린 벌집을 건드렸나 봐요. 벌들이 곰에게 달려들자 곰은 팔을 휘저으며 도망쳤어요.
“곰이 도망갔어! 우리가 곰을 물리친 거야!”
“우아, 강물이 흐른다!”
네 친구의 소리에 가운데 마을 동물들이 강가로 나왔어요. 그리고 콸콸 흐르는 강가에 서 있는 네 친구를 봤지요.
“물길이 열렸잖아!”
“너희가 한 거야?”
토끼, 다람쥐, 원숭이가 깜짝 놀라 여우 뒤로 숨었어요.
“그, 그래. 얘네가 한 일이야. 얘네가 우리 마을을 살렸어.”
“아니야, 여우가 해낸 일이야. 그리고 너희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말하는데 여우가 물길을 막은 게 아니야. 곰이 그랬어.”
“맞아. 곰을 유인해 나무를 치우자고 생각해 낸 것도 우리가 아니라 여우야.”
가운데 마을 동물들이 웅성거렸어요.
“여우야, 미안해. 나는 네가 물길을 막은 줄 알았어.”
“너를 안 좋게 이야기했었는데, 우리가 오해했어.”
“너는 용감한 친구야, 뒤에 숨은 친구들도. 정말 고마워.”
그제야 세 친구가 고개를 빼꼼 내밀고 가운데 마을 동물들과 사이좋게 인사를 나눴어요.
숲속에 강물이 시원하게 흘러가요. 여우가 친구들과 함께 강가로 물을 마시러 왔어요. 아랫마을 토끼, 다람쥐, 원숭이도 강가에 놀러왔어요. 세 친구는 여우와 함께 강가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눠요. 양 할머니와 양 할아버지는 나무 밑동에 바둑을 두네요.
흐르는 강물 따라 숲속 친구들의 웃음도 졸졸 흘러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