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계단


믿음 생활은 마치 ‘계단’ 같습니다. 한 발 한 발 내디뎌 계속 올라가야 원하는 곳에 이를 수 있으니까요. 계단이 편한 길은 아닙니다. 평평한 길보다 훨씬 힘듭니다. 저도 신나게 믿음의 계단을 오르다 힘들어서 주저앉은 적이 있습니다.

갓 중학생이 되었을 때 설렘과 기대로 학생부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선배 자매님들의 보살핌과 응원을 받으며 친구들도 시온으로 많이 인도했습니다. 그러나 그 열정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잘하는 것처럼 보일 뿐 속이 여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중2 때 제 진짜 믿음이 드러났습니다.

저는 외동이라 그런지 친구들을 많이 좋아합니다. 그 무섭다는 중2병이 왔을 때는,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나쁜 행동에 물들었습니다. 좋아하는 친구들을 좋은 데로 이끌어줘야 했는데,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치려 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한 친구와 오해가 생겨 크게 싸웠습니다. 집에 가서 엄마를 보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엄마, 나 도와줘.”

기댈 사람은 엄마뿐이었습니다. 엄마는 항상 제가 외롭지 않게 친구가 되어주고, 옳은 길로 이끌어주는데 그동안 왜 엄마의 손길을 외면했을까 후회되었습니다. 용기 내서 엄마에게 그동안의 일과 잘못들을 다 털어놓았습니다. 혼낼 줄 알았던 엄마는 오히려 다 안다는 듯 저를 달랬습니다. 엄마의 도움으로, 다툰 친구와의 문제는 일단락되었지만 그 일로 저는 혼자가 되었습니다. 친구가 전부였던 저는 혼자 있는 시간들이 견디기 버거웠습니다.

얼마 후, 가을절기가 다가왔습니다. 엄마는 자녀를 잘 돌보지 못한 본인의 잘못도 있다며, 같이 하나님께 회개 기도를 드리자고 했습니다. 저는 지난 모든 일을 하나님께 눈물로 고백했습니다. 하나님께서 기도를 들어주신다는 확신과 함께, 저를 위로해 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믿음이 확 자란 것은 아니었습니다. 고등학교에 올라와서까지 어영부영 믿음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학생부에서 받을 수 있는 축복을 하나둘 놓치고 나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더 이상 축복의 가치를 경홀히 여기지 않겠다고 다짐했지요.

그즈음 학교에서 학습 플래너를 썼습니다. 이거다 싶어서 바로 ‘시온 학습 플래너’를 만들었습니다. 성경 몇 장 읽기, 설교 청취하기 등 매일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실천해 나갔습니다. 말씀을 살피다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나 궁금한 내용이 있으면 플래너에 메모해서 학생부 선생님께 여쭤봤습니다. 시온 학습 플래너가 늘어날수록 마음은 하나님으로 채워졌고, 학생부 활동에 적극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놓쳤던 복도 다시 받으면서 내가 잘해서 받은 복이 아니라 앞으로 잘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 은혜임을 깨닫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마침 전국에서 들려오는 시온의 향기들이 저를 격려하시는 하나님 음성처럼 들렸습니다. 방황하다 하나님께로 돌아온 하늘 가족 이야기들이 마치 제 이야기 같았기 때문입니다. 힘들고 괴로웠던 시간도 믿음의 계단을 한 계단 오르는 과정이었다고 느껴져 감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고3, 학생부 맏언니가 된 지금은 학생들이 저처럼 방황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동생들을 세심하게 챙기려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개성이 강한 학생들을 보면서 ‘이 자매님은 왜 이럴까’, ‘저 자매님은 이게 문제구나’라고 단정 지었습니다. 그러나 점점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수없이 많고 다양한 자녀들을 일일이 사랑으로 대해주시고 귀하게 여기십니다. 하나님의 마음으로 다시 보니 학생들은 저마다의 상황에 맞춰 열심히 믿음의 계단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이 계단을 혼자만 오르는 줄 알았는데 하늘 가족 모두가 천국이라는 같은 목적지를 향해 함께 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이가 더 들고 생각과 깨달음이 커져 믿음이 한 계단씩 올라가더라도 마음은 더 낮아지고 싶습니다. 또 믿음의 계단을 오르는 과정은 힘들겠지만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사랑하는 형제자매들과 즐겁게 발걸음을 내딛겠습니다. 마침내 천국에 다다른 기쁨의 날을 소망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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