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졸업식

▶호주 시드니 / 라티샤

올해가 학생으로 보내는 마지막 시간입니다. 호주도 한국처럼 만 5~6세부터 12년 동안 의무 교육을 받습니다. 직장을 잡거나 TAFE(Technical and Further Education·주립기술전문대학)에 입학하면 1년 일찍 졸업할 수도 있고요. 한국과 차이가 있다면 9월이 졸업 시즌입니다. 하지만 10~11월에 한국의 대입 수학능력시험과 같은 HSC(Higher School Certificate) 시험이 있어서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이때 시험을 봅니다. 저 역시 HSC를 치르고 대학교 입학을 준비 중입니다. 곧 새벽이슬 청년이 되어 새로운 세계를 열겠다는 포부로 마음에는 설렘이 가득합니다.

저는 네 살 때부터 가족들과 하나님의 교회를 다녔습니다. 습관처럼 너무나 당연히 교회를 다녀서 왜 가야 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진짜 진리를 깨달았다고 말할 수 있는 때는 2년 전입니다. 선교사님을 통해 전해 들은 하나님의 말씀과, 천국을 향한 소망으로 힘을 주는 새노래가 제 영혼 깊이 울려 퍼지며 신앙의 이유를 깨닫게 된 것입니다.

‘믿음 안에서 분명한 푯대, 목표가 없으면 방향을 잃고 방황하게 된다’는 설교 말씀을 듣고는 목표도 세웠습니다. 그전까지는 목표나 계획 없이 살았습니다. 누군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니?”라고 물으면 대답하지 못했죠. 믿음을 갖고 세운 그 목표는 학생으로서, 학교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일이었습니다. 온 인류가 구원받기를 바라시는 하나님은 우리 모두에게 당신의 뜻을 전하라고 부탁하셨습니다. 하나님을 사랑한다면 하나님의 말씀을 지켜야 했습니다.

저는 학교에 가기 전, 아침마다 이렇게 되뇌었습니다.

‘나는 하나님의 자녀다. 나는 학교에서 유일하게 엘로힘 하나님을 알고 있고, 엘로힘 하나님이 늘 함께하는 사람이다.’

애석하게도 학교에 가는 순간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잊고 말았습니다. 말씀을 전할 수 있는 기회가 와도 의기소침해져서 침묵만 지켰습니다.

12학년이 되었습니다. 마지막 학년에는 꼭 동문 모두에게 말씀을 알려주리라 굳게 다짐했습니다. 시작은 친한 친구들이었습니다. 친구들은 처음 듣는 새 언약 진리를 생소해하면서도 제 걱정과 달리 비웃지 않고 경청해 줬습니다. 자신감이 붙어 다른 학생들에게도 조금씩 성경 말씀을 알렸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런 저에게 생각지 못한 은혜를 주셨습니다.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지지를 얻어 학생회장이 된 것입니다. 사실 저는 게으르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편이 아니었습니다. 소수의 친구와만 어울려 교우 관계도 좁았습니다. 제 능력과 자질이 뛰어나서 학교 리더가 된 것이 결코 아니었지요. 제 믿음이 자란 후 학교에서 하나님의 자녀로서 바르게 생활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주어진 축복이 분명했습니다. 지난 3월에는 정부가 직접 감사(勘査)해서 선정한 학교의 리더들에게 수여하는 ‘국회의원 표창’을 받았습니다. 호주 사회와 세계를 변화시킬 잠재력 있는 리더를 육성하고 격려하기 위한 표창이라 아주 의미 있는 상이지요. 그 상을 제가 받다니 “머리가 되고 꼬리가 되지 않게 하리라”(신 28장 13절) 하신 말씀대로였습니다.

그런데 큰 은혜를 받고도 저는 다시 현실에 안주해 버렸습니다. 말씀을 전할 때마다 번번이 거절하는 친구들을 보고 두려움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가을절기를 통해 연약한 제 무릎을 한 번 더 일으켜 주셨습니다.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인도할 선지자로 부르심받았을 때 “나는 혀가 뻣뻣한 사람”이라고 계속 변명했지만, 하나님께서는 그를 포기하시지 않고 힘과 능력을 주셨다지요? 저에게도 마찬가지셨습니다. 가을절기 기간에 그동안의 일을 회개하며 믿음의 용기, 예레미야와 같은 열정을 끊임없이 간구했고, 하나님께서는 졸업식에서 응답해 주셨습니다.

졸업식 날, 저는 학생회장으로서 강단에 서서 선생님들과 전교생 앞에서 대표 연설을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저는 학교생활을 의미 있게 보내게 해준 우리 교회를 소개했습니다. 연설을 마치고 자리에 돌아와 앉자 한 친구가 좋은 이야기를 들려줘서 고맙다고 인사했습니다. 친구들의 칭찬은 연이어졌습니다. 선생님들, 교감 선생님까지 다가와 감동적이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단순한 연설이 아니라 전교생 앞에서 하나님을 자랑할 수 있었던 연설이었기에 너무나 뿌듯하고 기뻤습니다.

제 인생 첫 목표가 학교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것이었습니다. 졸업식 날, 이 목표를 이뤘습니다. 정말 최고의 졸업식 아닌가요? 졸업식과 함께 연약한 믿음에서도 졸업한 기분입니다. 이제 청년으로서 새롭고 더 큰 목표를 세워 이뤄나갈 것입니다. 부족한 점은 여전히 많지만 부족해서 할 수 없다고 주저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더욱 하나님을 의지해서 앞으로 나아가려 합니다. 하나님께서 제가 어른이 되고, 천국에 갈 때까지 계속 도와주시고 인도해 주시라 믿기 때문에 더 이상 두렵지 않습니다.

학생 형제자매님들, 학생은 세상의 미래라고 합니다. 시온의 미래도 학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 유혹거리가 넘치고 아픈 일, 어려운 일이 많을지라도 하나님과 함께라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우리가 가는 길은 언제나 축복의 길임을 잊지 말고, 이 길을 따라 미래를 열어갑시다. 아니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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