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나

나는 고등학교 3학년, 수능을 준비하는 수험생이다.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 씻고 가족과 함께 밥을 먹는다. 고3이라 부모님은 나에게 관심이 많다. 특히 엄마보다 아빠가.
“유린아, 오늘 수능 192일 남았더라.”
“뭐가 되고 싶니?”
아빠는 나를 보면 이런 말을 지겹도록 한다. 너무 피곤하다. 나는 아빠가 이런 말을 할 때마다 화를 낸다. 엄마는 아빠랑 내가 다투는 것을 보시고 나를 방으로 불러 항상 똑같은 말을 한다.
“유린아, 네가 좀 참아라. 아빠 요즘 회사에서 많이 힘드시잖니. 네가 보탬이 되어드려야지. 너까지 이러면 아빠 스트레스 많이 받는다. 집에서만큼은 받지 않게 해드리자.”
물론 아빠가 더 힘들겠지만 나도 똑같이 힘들다. 좋은 성적을 내고 싶고 좋은 대학교에 가고 싶고 부모님께 기쁨도 드리고 싶다. 내 마음도 몰라주면서 왜 잔소리만 하는지, 생각할수록 짜증만 난다. 그래도 엄마와 약속했으니 아빠한테 잘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좋아지려고 하면 아빠는 또 내가 듣기 싫어하는 말과 행동을 해서 나도 꾹꾹 참았던 화를 다시 내고 만다.
시온에서 가족이 함께 앉아 예배를 드리는 날. 예배가 끝나고 작은 문화행사가 진행됐다. 학생부 율동, 피아노 연주, 중창단 공연이 끝나고, 영상 하나를 시청했다. 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실제 촬영한 광고 영상이라고 한다.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질문했다.
“앞으로 살 날이 1년밖에 안 남았다면, ‘꿈’을 이루는 것과 ‘5억 원’ 중 무엇을 선택하겠나요?”
“꿈이요!”
학생들은 모두 다 ‘5억 원’이 아닌 ‘꿈’을 선택했다.
“제 이름을 세상에 알리고 죽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꿈을 이뤄서 5억보다 더 많이 벌면 돼요.”
“1년밖에 안 남았으니까 꿈을 이루기 위해 끝까지 노력해야죠.”
“꿈은 5억보다 더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한 영상을 시청하게 했다. 학생들은 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영상에 나온 사람들은 학생들의 아버지였다.
아버지들에게 물었다.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
“아들이랑 둘이 배낭여행 가고 싶어요.”
“고향으로 내려가서 그림같이 멋있는 집을 짓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게 제 꿈입니다.”
아버지들에게 학생들에게 했던 질문을 똑같이 했다.
“앞으로 살 날이 1년밖에 안 남았다면, ‘꿈’을 이루는 것과 ‘5억 원’ 중 무엇을 선택하겠나요?”
아버지들은 ‘5억 원’을 선택했다.
“5억 원을 선택하면 남겨진 가족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 제가 하고 싶은 꿈을 포기할 수 있죠.”
“저뿐만 아니라 아이를 가진 부모님들이라면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을 것 같은데요.”
“저는 아빠고, 가장이니까요.”
이 영상을 본 학생들은 눈물을 터뜨렸다.
나도 눈물이 맺혔다. 아빠들의 마음속에는 누구보다 가족을 위하는 큰 사랑이 있었던 것이다.
아빠가 나를 위해 고생한 시간은 19년, 내가 아빠를 위해서 고생한 시간 0시간.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었던 것은 아빠가 나를 위해 쉬지 않고 땀을 흘렸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제대로 효도한 적도 없으면서 아빠의 희생을 마음 깊이 생각하지 못했던 내가 한심하고, 아빠에게 미안했다.
이제는 아빠에게 화내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하나님의 자녀로서 하늘 부모님을 공경하고 효도하듯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께 효도하는 효녀가 되겠다.
아빠, 그동안 화내서 미안해요. 내가 아빠 많이 사랑하는 거 알죠? 아빠 엄마 말 잘 듣는 효녀가 될게요. 아빠 엄마, 사랑해요. 우리 가족 모두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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