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범퍼

공고에 다니는 저는 인근 대학교에서 자동차에 관한 강의를 들었습니다. 강의 주제는 ‘운전자를 어떻게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을까?’였습니다.
교통사고가 나면 자동차가 가장 먼저 충돌하는 부분이 범퍼라고 합니다. 범퍼는 자동차가 받는 충격을 흡수해서 운전자를 보호하기 위해 자동차의 앞뒤에 설치한 장치입니다.
‘자동차 범퍼를 강철같이 강한 재질로 만들면 안전하지 않을까?’
이어진 교수님의 말씀은 저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범퍼는 부드럽게 잘 찌그러져야 운전자가 안전합니다. 차량이 충돌했을 때 충돌하는 시간이 길수록 충격이 완화되어 운전자에게 가는 피해를 줄일 수 있거든요.”
예전에는 제 생각처럼 강철로 범퍼를 만들었답니다. 그러나 교통사고가 났을 때 강철 범퍼 자체는 멀쩡해도 충격이 고스란히 운전자에게 전해졌습니다. 단단하고 강하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요즘은 운전자를 보호하기 위해 서서히 잘 찌그러지는 플라스틱이나 우레탄 같은 재료로 범퍼를 만든다고 합니다. 침대에 세게 뛰어들어도 푹신한 매트리스가 충격을 받아주기 때문에 몸이 별로 아프지 않은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내 마음에도 범퍼가 있다면 강철로 되어 있지 않을까?’
저는 자존심 강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뭐든지 잘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했습니다. 강한 마음 범퍼 덕에 자존심은 안 상했을지 몰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고, 주변 사람들과 서먹해지면서 제 자신도 충격을 입었습니다. 반대로 제 생각과 자존심을 죽이고 상대방을 서서히 받아들였을 때는 제 마음도 편해지고 상대방과 둘도 없는 소중한 관계가 되었습니다.
마음 범퍼를 부드러운 범퍼로 교체하려고 계속 노력해야겠습니다. 잠깐은 내가 찌그러지는 것 같아도 사실은 상대방과 나의 마음을 가장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니까요. 그래서 어느 누구도 상처 주지 않고,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G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