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학교 때 운동 쪽으로 진로를 정했습니다. 뭔가에 꽂히면 그것만 보는 성격이라 운동에만 집중을 했습니다. 가뜩이나 믿음이 없어서 예배 때 말고는 시온에 거의 가지 않았는데,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 시온과 더 멀어졌습니다.
1년쯤 지나자 몸을 많이 다치고 체력이 떨어져 운동을 쉬기로 했습니다. 마침 시온은 교회 행사 준비로 바빴습니다. 학생들은 성가를 한다며 저에게도 연습 모임에 와 보라고 했습니다. 모임에 가면 가끔씩 성경 말씀도 공부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성경이 사실이고, 제가 지키는 규례가 진리라는 데는 의심이 없었습니다. 단지 너무 당연해서 감흥이 없었던 것이죠. 그래도 이번에는 하나님의 말씀대로 해야 천국에 갈 수 있겠다는 작은 믿음이라도 생겨 자주 시온에 가게 됐습니다.
진짜 깨달음은 성경 발표를 하면서부터 생겼습니다. 처음으로 성경을 공부해서 제대로 이해하고 발표한 주제가 안식일입니다. 하나님께서 지키라고 명하신 예배일은, 많은 사람들이 지키는 일요일 예배가 아니라 일곱째 날 안식일이라고 어렴풋하게는 알았습니다. 하지만 성경에 이렇게 정확하게 나와 있는지 몰랐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모르는 것을 보면, 진리는 사람의 능력으로 찾아서 알 수 있는 단순한 지식이 아니었습니다. 안식일을 제게 알려주신 엘로힘 하나님은 분명 참 하나님이셨습니다. 저에게 이 진리를 알게 해주신 하나님께 정말 감사했습니다.
이후로는 말씀을 공부할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저 “해라, 하지 마라”는 식의 명령 같았던 말씀에서 나를 천국에 데려가시려는 하나님의 사랑이 보였습니다. 성경의 한 글자 한 글자가 엄마 아빠가 해주는 말처럼 좋았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시온을 나서면 확 달라지는 제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나쁜 습관들을 쉽게 버리지 못했습니다. 특히 말투는 정말 고치기 힘들었습니다. ‘욕을 안 해야지’ 해도 습관이 돼서 입에서 계속 나오는 겁니다. 시온에서와 다른 제 모습이 너무 싫어서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말투를 고치기로 굳게 마음먹고, 친구들에게 내가 욕을 하면 때려달라는 부탁까지 했습니다. 어느 순간, 친구들이 말했습니다.
“너 이제 진짜 욕 안 한다.”
친구들도 저도 신기했습니다. 욕을 하지 않으니 확실히 말투가 부드러워졌습니다.
저는 외모에도 엄청 신경을 썼었습니다. 화장하기, 교복 줄이기는 기본이었지요. 그런 모습으로 여기저기 놀러 다녔습니다. 개중에는 불건전한 곳도 있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놀고 있을 때 형제자매님들은 시온에 모여 축복을 쌓고 있을 텐데, 양심이 찔렸습니다. 무엇보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저를 보고 계셨습니다. 친구들과 일상처럼 드나들던 곳에 가는 횟수를 조금씩 줄이다, 이제는 당연히 안 가는 곳이 되었습니다.
처음 화장을 안 했을 때는 내가 너무 못생겨 보이고 이상했습니다. 그런데 계속 화장하지 않고 교복도 단정하게 고쳐서 다니니까 선생님들이 “요즘 예뻐졌다. 교복도 학교에서 제일 예쁘다”며 칭찬해 주셨습니다. 기분이 좋고 자신감도 얻었습니다.
겉모습만 달라진 게 아닙니다. 원래 제 성격은 유아독존입니다. 사실 외모를 꾸미고, 말과 행동이 거칠었던 이유도 다른 친구들보다 내가 우위에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어서였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은 다 나에게 맞춰줘야 했지요. 게다가 4남매의 첫째라 동생들에게 시키는 것이 당연해서 학교에서도 친구들을 똑같이 대했습니다. 반대로 선생님들이 저에게 뭘 시키면 곧바로 표정이 굳고 목소리가 달라질 정도로 싫어했습니다.
시온에서도 저는 항상 식구들의 섬김을 받았습니다. 식구들은 작은 부탁도 “이것 좀 해주세요” 하며 정중하게 말했습니다. 멋모를 때는 이런 대우를 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겸손한 식구들이 커 보이고 멋져 보였습니다.
하나님께서도 하늘나라에서부터 지금까지 우리를 섬겨주시고, 마땅히 우리가 해야 할 일도 강요하지 않으십니다. 이렇게 해야 천국에 가고, 이렇게 해야 복을 받는다며 잘 타일러주시지요. 하나님의 자녀라고 하면서,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내 생각만 강요하고 명령했던 제 모습이 하나님께 죄송했습니다.
무조건 내 주장만 내세우지 않고,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었던 날카로운 표정도 고치려고 노력했습니다. 어른들의 말씀을 잘 듣고, 친구들의 말도 귀 기울여 들었습니다. 요즘은 친구들이 저를 편하게 대하고, 예전처럼 다시 바뀌지 말라고도 말합니다.
솔직히 제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못 느꼈는데 언젠가부터 주위에서 “너 남궁선영 맞느냐”며 놀라는 분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엄마는 하나님께서 도와주시지 않으셨다면 지금처럼 변하지 못했을 거라고 하십니다.
정말 제 힘으로 바뀐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저를 변화시켜 주셨습니다. 이 사실을 잘 알기에 더욱 스스로를 낮추고 하나님만 의지하려 합니다. 예전 습관이 튀어나와 실수하지 않도록, 나의 부족함이 누군가에게 상처 되지 않도록 항상 마음속으로 하나님을 부릅니다. 대화할 때도 제가 하는 말이 제 입에서는 나오는 말이 아니라 하나님이 꺼내주시는 말이 되게 해달라면서요.
변화의 과정은 뼈를 깎는 고통이 따릅니다. 하고 싶은데 하지 말아야 할 것도 많고 하기 싫은데 해야 할 것도 많습니다. 다른 형제자매님들은 잘하는데 나만 못하는 것 같아 속상해서 울고, 힘들어서 울었습니다.
많이 힘들 때는 혹시 내가 손해 보는 건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잃은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새로운 나의 모습, 소중한 가족과 친구들, 천국의 축복… 모두 얻은 것뿐입니다.
여전히 저는 변화 중입니다. 시온에서 저보다 어린 학생들을 챙기다 보면 ‘왜 저렇게 행동하지’ 하며 못마땅하고, 잘못을 콕 집어 말하려 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식구들의 모난 모습이 곧 제 모습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나님께서 본보여 주시고, 형제자매님들이 저를 대해줬던 것처럼 저도 어린 식구들을 더 감싸주고, 따뜻한 말로 이해시키고 알려주려 합니다. 이것이 본이 되어 머잖아 그 식구들도 누군가에게 똑같은 본을 보이겠지요.
때로는 아픔이 찾아오겠지만, 하나님께서 저를 더 아름답게 변화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나중에 아버지 어머니께서 “자랑스럽다, 내 딸아” 하고 안아주실 날을 상상하며 끝까지 이겨낼 것입니다.
‘내가 정말 이런 축복을 받아도 될까?’
성경 말씀을 하나씩 깨달을 때마다, 시온에서 복 받는 일이 생길 때마다 이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면 주위에서 저에게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자매님을 정말 많이 사랑하시기 때문이에요.”
가슴이 벅차서 눈물이 났습니다. 저는 하나님께서 마음 아파하실 일을 많이 해서 당연히 하나님은 다른 착한 식구들보다 저를 덜 예뻐하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똑같이 저를 사랑해 주시고 늘 큰 축복을 주셨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으로 지금의 제가 존재합니다. 앞으로도 그 사랑을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 또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해 주신다는 이 사실을 모두가 꼭 알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