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를 위한 어머니의 하루


친구들이랑 놀기, 교회 가기.
토요일마다 이 두 가지가 반복됐다. 마음 같아서는 하루 종일 친구들과 놀고 싶었지만 예배 빠지는 것만큼은 그냥 넘어가지 않는 엄마 때문에 교회에 갔다. 예배 시간에 멍하니 앉아 있다가 끝나자마자 훅 빠져나오는 식이었지만.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들 사이에서 ‘게임 1인자’로 통했다. 하루에 3시간만 자면서 컴퓨터 게임을 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친구들과 게임하거나 같이 노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했다. 학교를 빼먹고, 나쁜 짓에 손대고, 좋지 않은 곳에 드나들고…. 그때는 나쁜 건지도 몰랐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비행 청소년’으로 불리는 그런 학생이 되어 있었다.
교회는 한 살 때부터 다녔다. 하지만 예배만 드리고 가는 나에게 시온 식구들은 모르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아는 선배였던 형제님 한 명과 가끔 이야기하는 정도였다. 중학교 3학년 대속죄일이었다. 그날도 친구들이랑 놀다가 시온에 갔는데, 그 형제님이 내일 시간이 되면 학생부 모임에 한번 와보라고 했다. 가고 싶지 않았지만 왠지 거절할 수 없었다.
다음 날 교회에 갔다. 형제님의 권유로 다음 날 또 교회에 갔다. 형제님과 나는 성경을 공부하고, 여러 영상물을 함께 봤다. 그렇게 한 번씩 두 번씩 교회에 나가면서 교회 다니는 이유에 대해서 처음으로 생각하게 됐다.
하늘 어머니에 대한 영상물을 시청한 날이었다. 자녀들만을 위해서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시는 어머니를 봤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루를 사는 데 비해, 수많은 자녀를 위해 살아가시는 어머니의 하루는 너무 힘들어 보였다. ‘어머니의 하루는 24시간으로는 모자란, 25시간’이라는 말에 동감했다. 그전까지 하늘 어머니는 성경에 증거된 하나님으로만 생각했다. 어머니의 하루를 들여다보고 나서 가슴에 와닿는 뭔가가 느껴졌다.
학생부 모임에 부지런히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조금씩, 하지만 신기할 만큼 변화했다. 가장 먼저 게임하는 시간이 줄었다. 학교에 갔다가 학생부 모임을 마치고 집에 오면 게임할 시간이 없었다. 나중에는 귀찮아서 아예 안 했다.
친구들은 그런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나보다 교회를 욕했다. 인터넷에서 우리 교회를 함부로 비방한 글을 찾아 나에게 이야기했다. 마음이 괴롭고 힘들 때마다 그동안 배웠던 성경 말씀이 생각났다. 식구들도 계속 좋은 이야기나 필요한 말씀을 들려주며 나를 붙잡아 주었다.
내 믿음이 확실히 서게 된 건 우용이 때문이다. 식구들이 교회소개영상을 친구들에게 보여주며 우리 교회를 자랑하길래 나도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보여줬다. 우용이는 영상물을 보고 먼저 교회에 와보고 싶다는 친구였다. 처음 교회에 온 후로 지금까지 꾸준히 예배를 드리고 성경 공부를 하고 있다. 나보다 믿음이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아무튼 열매가 있으니 내가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즈음, 하나님의 자녀라면 어디에 있든지 선한 행실로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야 한다는 말씀을 배웠다. 우용이가 없었다면 십중팔구 예전의 잘못된 행동이 똑같이 튀어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열매가 있으니 행동에 신경이 쓰였다. 학교를 꼬박꼬박 나가고, 지각도 안 했다. 수업 시간에 안 자고 열심히 공부했다. 친구들과 싸우지도 않고, 쓰레기도 아무 데나 버리지 않았다. 학교에서 늘 받던 벌점이나 징계를 언젠가부터 한 번도 받지 않았다.
“민호, 너 사람 됐다!”
중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자주 하시던 말씀이다. 내 예전의 모습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직 고쳐야 할 게 많다. 지금 가장 힘든 부분은 ‘게으름’이다. 게을러지지 않으려고 여러 가지 계획을 세워서 한꺼번에 해봤다. 나중에는 못 이룬 계획들이 산더미같이 쌓여서 오히려 힘들었다.
처음 성경 발표했을 때가 생각났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내가 먼저 제대로 이해하고 발표하려고 했다. 하나하나 이해를 하고 발표하면 재미있고 뿌듯했다. 게으름을 고치는 것도 그와 같을 것이다. 단시간에 고치기는 힘들지만 차근차근 노력하다 보면 부지런해지겠지.
집에서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요즘은 게으름이 틈타지 못하도록 새노래를 듣거나 성경 말씀을 하루에 한 번은 꼭 보며, 뭐라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늘 어머니께서는 나를 시온으로 돌아오게 해주셨고, 나를 변화시켜 주셨고, 지금도 나를 사랑해 주고 계신다.
시온을 겉돌 때는 마음이 복잡했다. 나쁜 행동을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생각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정말 편안하다. 이 기분을 표현하자면 ‘집에서 베개를 베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누워 있는’ 기분이랄까. 집처럼 편한 시온이 좋고, 진짜 가족처럼 따뜻하게 대해주는 시온 식구들도 좋다.
예전이랑은 하루하루가 다르다. 이렇게 나를, 나의 하루를 변화시켜 주신 어머니께 정말 감사하다. 앞으로 내가 또 어떻게 변화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오늘의 하루가 나를 위한 어머니의 사랑으로 허락되었다는 것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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