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생이다

교실에 들어가자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옹기종기 모여 떠드는 아이들, 아침부터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들, 밤새 공부했는지 책상에 누워 자는 아이들. 시끌벅적한 교실이지만 곧 있으면 시험지를 붙들고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가 새어나올 교실이었다.
중3 첫 시험이 다가왔다. 1, 2학년 때와는 느낌이 달랐다. 시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본 적이 없는데, 당장 진로를 결정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두려움이 내 마음을 조여왔다. 나는 잠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 심지어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껴가며 공부했다.
시간이 금방 흘러 안식일이 되었다. 교회로 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식구들의 인사에도 괜히 짜증이 났다.
예배를 드리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책상에 앉았다. 전날 종례 시간에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주말 동안 열심히 공부해야 다른 친구들에게 지지 않는다.”
친구들은 얼마나 많이 공부했을까? 지금도 하고 있겠지? 조바심이 났다. 그날 나는 새벽까지 공부했다. 다음 날 아침, 엄마가 깨웠지만 두 눈을 감고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거실에서 엄마와 언니의 대화가 들렸다. 내 이야기였다. 내가 요즘 성경 말씀도 잘 안 보고, 교회에 있는 것도 싫어한다며 걱정했다. 나도 알았다. 내가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이런 마음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지 않으실 것을. 하지만 난 정말 시험이 급했다.
다른 때보다 더 많이 공부를 했지만 이상했다. 부담감이 더 컸다. 시험 전날, 잠자리에 누워서도 두렵고 불안했다. 몇 시간 뒤 눈을 떴을 때는 시험 날이었다.
시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유난히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속으로 기도했다.
‘하늘 아버지 어머니, 오늘 보는 시험….’
더 이상 기도를 할 수 없었다. 항상 시험 보기 전에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노력한 만큼 최선을 다해 보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하지만 그날은 그 기도가 나오지 않았다.
중3의 첫 시험이 끝났다. 내 성적은? 그대로였다. 시험이 끝나면 다시 예배도 잘 드리고 성경 공부도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성적에 대한 좌절감과 함께 다짐도 무너졌다. 학생부 모임에 꼭 나가겠다던 나는 TV를 보고 있었고, 짜증이 아니라 사랑의 마음으로 식구들을 대하겠다던 나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시온에 있었다.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쉽게 마음이 잡히지 않았다. 계속 이러다가는 하나님과 더 멀어질 것 같았다. 매일 성경 말씀을 공부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시온에 가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일단 한동안 손에서 놓고 있었던 진리발표 교재를 폈다. 폈다 덮었다를 반복하다, 혼자 중얼거리며 교재를 읽었다. 그리고 용기 내어 엄마에게 성경 발표를 하나 했다. 혹시 더 이상 내 입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말할 수 없게 될까 봐 두려웠지만, 나는 하나님을 전하고 있었다. 마음이 가벼워졌다.
안식일이 돌아왔다. 환한 웃음으로 다가와 주는 식구들, 나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 마치 나를 향한 하나님의 변함없는 사랑을 확인한 것 같았다. 달라진 것은 없었다. 달라졌던 것은 내 마음뿐이었다. 정말 죄송하고, 또 감사했다.

‘교회 갈 시간에 좀 더 공부하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을 텐데….’
머릿속에 스치듯 지나간 이 생각이 덫이었다.
학생이 공부는 당연한 일이다. 하늘 어머니께서도 학생들에게 항상 “학생의 본분을 다하는 것이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교훈해 주신다. 문제는, 내가 우선순위를 뒤바꿔 생각하면서부터였다. 하나님의 말씀과 계명이 뒷전이 되자 그때부터는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압박감과 스트레스만 커졌다. 나는 의지할 곳도 없이 더 불안해했고 외로웠다.
학생이라는 이름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형제자매님들은 한 번쯤 나와 같은 경험을 했거나, 나중에라도 이런 상황을 겪을 수도 있다. 성적으로 스트레스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하나님을 잊지 말자. 틈틈이 성경 말씀도 살펴야 하나님께서 주시는 위로와 평안을 느낄 수 있다. 꼭 시험이 아니라 어려운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제 나는 고등학생이 된다.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이번 방학 동안 부지런히 설교 말씀을 듣고 성경 발표를 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상고할 계획이다. 하나님을 의지하는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더 밝게 학교생활을 하고 열심히 공부하며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겠다. 나는 하나님을 믿는 학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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