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우리 집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만 해도 저희 집은 매우 풍족했습니다. 집도 있고, 자가용도 있고, 아빠가 벌어오는 돈으로 쓸 데 다 쓰고도 여유로웠습니다. 저와 동생은 애교만 부리면 놀러 가고 싶은 곳, 갖고 싶은 장남감 등 모든 것을 누렸지요.
초등학교 2학년 때, 어린 저도 느낄 수 있을 만큼 집안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작은 집으로 이사를 갔고 부모님의 다툼이 늘었습니다. 나중에야 아빠의 사업 실패로 가정 형편이 어려워졌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몇 년 뒤, 저희 가족은 하나님의 교회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별생각 없이 엄마만 따라다녔는데 중학생이 되자 학생부 모임이 있더군요. 저는 모임을 하기가 싫었습니다. TV 보고 게임하는 시간을 빼앗기는 것 같아 모임 시간에 집중을 안 하고 딴청을 피웠습니다.
3학년 여름방학이 지나고, 장년 모임을 마친 아빠가 저와 동생한테 학생부 활동이 끝나면 같이 집에 가자고 했습니다. 회사 일로 바빴던 아빠와는 제대로 대화해 본 적이 없습니다. 아빠와 단둘이 거실에 있으면 멋쩍어서 멀뚱히 TV만 봤습니다. 그러니 걸어서 10분도 안되는 집까지 가는 시간이 얼마나 길었는지 모릅니다. 아무튼 그날부터 시온에서 집까지, 아빠와의 어색한(?) 동행이 시작되었습니다.
평소대로 아빠의 이야기를 들으며 집으로 가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예전에 아빠도 교회에 가는 게 싫었어.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엄마 말을 따른 거지. 생각해 보면 그렇게 시온에 가게 된 것도 아빠 믿음을 자라게 하시려는 하나님의 뜻이었던 것 같아.”
아빠의 말에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저도 아빠처럼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갖고 싶었습니다.
불량했던 모임 태도부터 고쳤습니다. 말씀을 공부하는 시간에는 집중해서 듣고, 성경 발표도 정성 들여 해봤습니다. 말씀이 재밌어지자 억지로 나갔던 모임 시간도 즐거워졌습니다.
하루는 하늘 어머니의 사랑에 대한 영상물을 봤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해도 어머니께서는 자녀들을 위해 기도하시며 희생의 길을 걸으셨습니다. 옛날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사춘기에 접어든 저는 모든 것을 비관적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제일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 어려워진 가정 형편입니다. 친척들에게 물려입은 옷이 아니라 유행하는 예쁜 새 옷을 입고 싶고, 누구나 다 있는 핸드폰도 갖고 싶었습니다. 집안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엄마에게 사달라고 무조건 졸랐습니다.
엄마가 안 된다고 하면 반항심에 더 떼썼습니다. 그러다 엄마한테 혼나면 입을 삐쭉 내밀고 무언의 시위도 했습니다. 저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는 남동생까지 같이 그랬으니 엄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마침내 엄마가 회초리를 들었습니다. 입으로는 엄마에게 죄송하다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괜히 억울하고 분했습니다.
갑자기 엄마가 매를 내려놓으며 울었습니다.
“엄마도 너희들이 갖고 싶어 하는 거, 하고 싶은 거 다 해주고 싶은데, 못 해줘서 미안하고 가슴이 아파.”
사실 생떼를 부릴 때마다 엄마가 우리에게 미안해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엄마가 미안해해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엄마의 눈물을 보고 나니 그동안의 생각과 행동들이 모두 바보짓처럼 느껴졌습니다. 분이 사라지고 엄마에게 죄송한 마음만 들었습니다.
어린 시절 모습처럼 하늘 어머니의 마음도 아프게 해드리고 있었습니다. 하지 말아야 할 것도 내가 하고 싶으면 ‘이 정도는 괜찮아’ 하고 합리화하면서 철없이 굴었습니다. 그래도 어머니께서는 더 사랑해 주지 못해 미안하다 하시며 저를 위해 눈물로 기도하셨습니다. 더 이상은 어머니께 아픔을 드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배려, 양보, 겸손… 빨리 하나님의 자녀다운 모습으로 변화되고 싶었습니다. 시온에서도 집에서도 어머니 교훈을 행하려 노력했습니다. 툭하면 싸웠던 남동생에게 하나님 가르침대로 좋은 것을 양보하고 말투도 다정하게 해보았습니다. 예전 같으면 귀찮아서 미뤘던 일도 제가 먼저 했습니다. 언젠가부터 동생도 말투가 부드러워지고 제 말도 잘 따라줍니다. 요즘은 남동생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습니다. 막내 여동생은 말할 것도 없지요.
지금도 모임이 끝나면 아빠와 함께 집에 갑니다. 아빠는 동생과 저에게 좋은 말씀을 많이 들려줍니다. 아빠와 함께하는 그 시간이 정말 즐겁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니 모든 게 아름답게 변했습니다. 동생들과는 의좋은 남매가 되었고, 엄마 아빠와 살가운 사이가 되었습니다. 언제나 웃음 넘치는 집이 되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이제는 예쁜 옷, 좋은 물건을 갖지 않아도 행복합니다. 제 곁에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으니까요.

G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