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 정복


저는 슬럼프에 잘 빠지는 성격입니다.
‘매일 하나씩 설교 말씀을 들어야지! 발표 공부는 하루에 한 시간씩 하고, 한 달에 한 명에게는 꼭 말씀을 전해야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도 작심삼일이라고, 처음에는 잘하다가 나중에는 거의 안 합니다. 이런 제 모습이 한심했습니다. 시온의 향기를 통해 듣는 학생들의 모습은 같은 또래인데도 믿음이 대단하고 무슨 일이든지 열심이었습니다. 나는 대체 왜 이럴까, 하나님은 왜 이런 나를 잡아주시지 않을까 하는 짜증 섞인 원망이 커져갔습니다. 이런저런 안 좋은 생각까지 겹치면서 몇 개월간 긴 슬럼프에 빠져버렸습니다.
저는 하나님과의 손을 놓은 채 밖으로 나돌았습니다. 말투는 거칠어졌고, 친구들을 교회에 인도하겠다는 거짓 핑계를 대면서 학교가 끝나면 여기저기 놀러 다니기 바빴습니다. 온종일 영화를 대여섯 편씩 보면서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예배를 빼먹은 건 아닙니다. 그러나 몸만 시온에 있었을 뿐 제 영혼은 저 멀리 빠져나가 있었습니다. 학생부 모임을 해도 뚱하게 앉아서 식구들과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2013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저희 집은 구미에서 서산으로 이사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서도 제 모습은 여전했습니다. 더 이상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너무 깊은 슬럼프에 빠져 극복해야겠다는 의지마저 잃은 상태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TV에서 슬럼프 극복에 관한 프로그램이 나왔습니다. 슬럼프라는 말에 귀가 솔깃했습니다.
슬럼프에 자주 빠지는 사람은 항상 남과 자신을 비교한다고 합니다. 정작 비교해야 할 대상은 남이 아니라 ‘어제의 나’입니다. 어제의 나를 돌아보며 어제보다 오늘, 조금씩 나아지려고 노력하면 슬럼프를 이길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겨내는 과정은 힘들고 괴롭습니다. 그렇다고 포기해 버리면 슬럼프는 지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포기하려는 마음을 포기하는 것, 이것이 슬럼프를 정복하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했습니다.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저는 항상 제 믿음을 다른 식구들과 견주었습니다. 문제는 항상 저에게 있고, 답도 저에게 있었습니다. 사실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치려 하기보다는 쉽게 포기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나님은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고 탓하고,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섣불리 판단해 버렸습니다.
다시 최선을 다하고 싶었습니다. 예배 시간에는 말씀을 집중해서 듣고, 영상물이나 설교 말씀을 찾아 열심히 청취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한 명 한 명을 모두 사랑한다고, 조금 힘들어도 견뎌서 꼭 천국 가자고 하셨습니다. 모두 저를 직접 위로하시는 하나님의 음성 같았습니다.
제 영혼이 조금씩 살아났습니다. 그리고 하늘 어머니의 희생이 보였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긴 세월을 쉼 없이 일하고 계셨습니다. 너무나 힘드실 텐데 어머니는 언제나 자녀를 향해 웃으십니다. 정말로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제가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았습니다. 포기하려는 마음을 포기하고, 어머니처럼 행하는 것입니다. 어머니께서 웃어주시듯 저도 밝게 웃으며 식구들에게 다가갔습니다. 형제자매님들이 편하게 말을 걸어오고, 시온에서 복 받을 일을 찾아 청소도 즐겁게 하니 식구들과 더 가까워졌습니다.
학교에 가서도 웃는 얼굴로 지냈습니다. 전학을 하도 많이 다녀서 새로운 학교에 가면 적응하기 힘들어 인상을 자주 찌푸렸습니다. 나중에 친구들이 하는 말이, 저를 처음 봤을 때 되게 무서웠다고 했었습니다. 이번 학교에서는 친구들이 “너는 성격이 정말 밝은 것 같다”며 칭찬했습니다. 다른 때보다 친구들과 빨리 친해졌습니다.
슬럼프를 겪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와도 감사할 이유가 있다는 것을 지식적으로만 알았지 가슴으로 깨닫지 못했는데, 이제는 압니다.
사람의 다리 근육은 제자리걸음을 할 때 제일 많이 발달한다고 합니다. 슬럼프에 빠져 있을 때, 계속 제자리걸음하는 것처럼 답답하게 느껴졌지만 덕분에 저의 부족함을 알고 변화할 수 있었습니다. 슬럼프는 제 믿음의 그릇을 더 크게 만드는 하나의 과정이었습니다.
요즘도 힘들고 어려운 일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스스로를 돌아봅니다. 이번에도 닦여야 할 부분이 있구나, 하나님께서 믿음을 성장하게 해주시는구나 하면서 마음을 다잡습니다.
‘형제자매 사랑하기!’
지금 제가 이루기 위해 가장 노력하는 목표입니다. 그저 의무감 때문이 아니라 마음 안에서 우러나오는, 감동을 줄 수 있는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 이것은 하늘 어머니께서 제게 본보여 주신 사랑입니다.
어머니의 사랑은 제가 슬럼프를 정복하고 일어설 수 있는 힘이었습니다. 제가 슬럼프에 빠져 있을 때도 어머니는 변함없이 저를 사랑해 주셨으니까요. 저도 어머니의 사랑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하루빨리 변화하겠습니다.
G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