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쪽에 자매님 혼자 있는데 가봐야 하지 않을까요?”
누가 이렇게 말하면 수긍하기는커녕 왜 이런 말을 할까 언짢았습니다. 혼자 있는 학생이 신경 쓰이고 눈에 밟히기도 했지만, 처음부터 학생부 활동에 잘 적응한 저로서는 굳이 왜 살펴줘야 하는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저 자매님은 원래 조용하니까’ 하는 식으로 합리화하며 계속해서 모른 척했습니다.
지난 겨울방학에 독립기념관으로 학생캠프 견학을 갔습니다. 언제나처럼 제가 좋아하는 자매님들과 다녔습니다. 저와 친하지 않은 자매님들은 얌전히 저를 따라올 뿐이었습니다. 제가 신나서 사진을 찍을 때는 멀찍이 뒤에 서 있었습니다. 저는 자매님들과 같이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제 소임을 다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혼자서 많은 추억을 만들고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선배 자매님들은 물론이고 저와 친하게 지내는 자매님까지 제게 진지하게 부탁했습니다. 이제는 정말 학생들을 챙겨야 한다고요. 저는 그렇게 말하는 자매님들이 원망스럽고 서운했습니다. 집에 가서 엄마에게 하루 동안의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조용히 듣고 넘어갔을 엄마였는데, 이날은 아니었습니다.
“너 학생들을 도와주려고 해본 적은 있니? 노력한 적도 없으면서 다른 자매님들을 탓하는 거야?”
엄마마저 내 마음을 몰라주다니, 너무 서럽고 억울해서 방으로 들어가 펑펑 울었습니다. 진정이 되자 자매님들의 말, 엄마의 말 그리고 저의 행동이 하나하나 머릿속에 스쳐갔습니다.
‘내가 다른 학생들과 재밌게 지낼 때, 혼자 있던 자매님들은 얼마나 외로웠을까? 나 때문에 자매님들이 학생부를 겉돌고 있는 건 아닐까? 그동안 나만 생각하면서 해야 할 일들을 안 했어. 이제 자매님들을 챙겨줘야 해. 앞으로 달라지자.’
그 자리에서 앞으로 해야 할 일을 계획했습니다.
1. 학생들에게 먼저 말 걸기
2. 짧게라도 문자메시지 자주 보내기
3. 예배 끝나고 자매님들과 시간 보내기
4. 같이 진리 발표 하기
별것 아닌 당연한 이 일들을 저는 한 번도 한 적이 없었습니다. 이마저도 처음에는 실천하려니 어색했습니다. 친하게 지내던 자매님들과 어울리지 않으니 소외되고 동떨어진 것 같은 기분까지 들었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다른 학생들과 보내는 시간을 늘렸습니다.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쌓이면서 점점 그 시간이 즐거워졌습니다. 그리고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닌 변화일지 모르지만 제게는 아주 놀랍고 큰 변화였습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저와 붙어 지내던 자매님이 있습니다. 새초롬한 면이 있어서 다른 자매님들과 잘 지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두루두루 학생들과 지내자 자매님도 성격이 한결 부드러워져서 나중에는 “○○ 자매님, 오늘 오세요?” 하며 먼저 학생들을 챙겼습니다. 한 자매님은 아주 얌전합니다. 낯을 가려 대화는 한두 마디 하다 끊겼고 좀처럼 웃지를 않았습니다. 그랬던 자매님 얼굴에 웃음이 늘었습니다. 이렇게 한 명, 두 명이 바뀌고 전체 분위기가 바뀌자 진리 발표를 어려워하던 학생들까지 적극적으로 교회 행사에 관심을 갖고 발표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자매님들 모두가 얼마나 예쁘고 고맙던지요.
상황을 바꾸고, 사람이 바뀌는 데 큰 힘이 들고 수고해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변화의 시작은 저부터였습니다. 저의 작은 실천이 제 자신과 주위를 변하게 했습니다. 작은 관심만으로도 자매님들은 마음을 활짝 열고 아름답게 변화되는데 그동안 제가 소홀히 대해 자매님들에게, 하나님께 너무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닮자.”
이 말을 익히 들었지만 줄곧 머리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부지런히 말씀을 상고해서 확실한 믿음으로 그 안에 담긴 하나님의 사랑을 알리고 실천하겠습니다. 사랑받고 싶어 하던 어린 마음과 욕심을 버리고,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요.
코로나19로 활동이 자유롭지 못한 요즘, 우리 학생들을 자주 생각합니다. 가까이 있을 때, 자주 만날 수 있었을 때 학생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많이 줬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큽니다. 그래서 만날 때마다 못다 한 만큼 배로 잘해주고 싶습니다.
자매님들, 제 사랑이 부족해서 미안해요. 자매님들 덕분에 저를 돌아보게 되었어요. 정말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