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뒤, 그 친구와 말다툼이 나서 마음이 상했습니다. 상처가 깊었는지 나중에는 믿음 생활의 의욕마저 사라졌습니다. 예배 시간에 집중하지 못했고, 교회에서나 집에서나 제 기분대로 행동하며 짜증을 냈습니다. 그래놓고 다른 사람의 말 한마디와 작은 행동에 서운해했습니다. 믿음에 적신호가 켜졌음을 느꼈을 때는 이미 노는 즐거움에 푹 빠진 상태였습니다. 학교 공부, 말씀 공부 다 뒤로하고 시간을 허투루 보내며 연약한 믿음을 간신히 이어갔습니다.
중3이 된 올해 예상치 못한 일이 터졌습니다. 코로나19로 학교도 교회도 가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집에만 있는 시간이 늘자 우울해지고 잡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습니다. 생각하지 않으려 할수록 통제 불능으로 더 파고들어 저를 집어삼킬 것 같았습니다. 이대로 천국에 못 갈까 봐 겁도 났습니다.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그동안 멀리하던 성경과 진리 책자를 매일 읽고, 설교를 청취했습니다. 책장에 꽂아만 두던 소울도 시간이 날 때마다 보았습니다. 괜찮아지는 듯했지만 잠시뿐이었고 여전히 우울감에 시달렸습니다.
왜 시험을 이기지 못할까 고민해보았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제가 문제였습니다. 하나님께 도와달라고 기도하는 중에도 ‘이런다고 나아질까?’ 의심했습니다. 우울한 기분을 푼다는 핑계로 틈만 나면 휴대폰을 들여다보거나 게임을 하고 거친 말을 내뱉었습니다. 겉으로는 성경을 펴고 하나님을 의지하는 척했지만 실은 세상을 의지하며 믿음에 방해되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왜 안 되지? 하나님께서는 왜 안 도와주시지?’ 하고 알게 모르게 하나님을 원망해서 부끄러웠습니다.
다시 간절히 기도하며 진짜 달라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일단 나에게 도움이 안 된다 싶은 행동, 장소는 딱 끊고 문제점을 차근차근 고쳐나갔습니다. 그러고 나서 성경을 보니 전에는 감흥 없던 말씀들이 하나하나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특히 디모데전서의 말씀이 제게 큰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누구든지 다른 교훈을 하며 바른말 곧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과 경건에 관한 교훈에 착념치 아니하면 저는 교만하여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변론과 언쟁을 좋아하는 자니 이로써 투기와 분쟁과 훼방과 악한 생각이 나며 마음이 부패하여지고 진리를 잃어버려 경건을 이익의 재료로 생각하는 자들의 다툼이 일어나느니라”(디모데전서 6장 3~5절)
힘들 때는 나만 힘든 것 같아 불평불만이 많았습니다. 상황을 부정적으로만 보며 제가 저를 지치게 했습니다. 말씀에 착념해 변하려고 노력하면서 우울하고 부정적인 생각이 줄고, 감사와 긍정이 늘었습니다. 짜증 날 일이 줄어드니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양보하는 여유까지 생겼습니다.
사실 그동안 저를 더 침울하게 만들었던 생각이 있습니다.
‘내가 없다면 하나님께서 힘드실 일이 줄지 않을까?’
그런데 가만 돌아보면 제가 생각으로, 행동으로 잘못을 저지를 때도 하나님께서는 저를 떠나지 않으시고 예배마다 인도해 축복을 주셨습니다. 이 세상 수많은 사람 중 하나님의 절기를 온전히 지킬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하나님께서 예배를 통해 끊임없이 제게 돌이킬 기회와 시험에서 이기는 힘, 제가 당신의 자녀라는 확신을 주신 것입니다.
또 하나님은 제 곁에 천사를 보내 저의 손을 꼭 붙잡고 계셨습니다. 제가 기분이 안 좋아 보이면 무슨 일이 있느냐며 늘 걱정해주던 자매님이 있습니다. 저는 자매님의 관심을 무시하고 오히려 상처를 줬습니다. 자매님은 개의치 않고 제가 고민이 있다 하면 들어주고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신다”, “자매님은 할 수 있다”며 용기와 위로의 말을 건넸습니다. 덕분에 그때마다 힘을 냈습니다. 이제 저는 확실히 깨닫습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정말 사랑하시는구나!’
설교에서 들었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떠나지 않는 한 하나님께서는 절대 우리를 떠나지 않으십니다.”
정말입니다. 저는 모두 포기하고 싶었지만 하나님께서는 끝까지 사랑으로 품어주셨습니다. 저를 사랑하시기 때문에 이 땅에 친히 오셨고, 사랑하시기 때문에 저의 죄 짐을 대신 짊어지셨습니다. 상상할 수 없는 슬픔과 아픔을 당하셔도 저를 먼저 위로하고 보듬어주신 하나님께 너무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제 믿음은 아직 연약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사랑은 위대하고 강합니다. 하나님을 의지한다면 못할 일이 없기에 포기하지 않고 천국 축복을 받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