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교 4학년 때 이사하면서 전학을 갔습니다. 낯선 환경과 낯선 친구들이 두려웠습니다.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활달한 성격은 소극적이고 부끄럼 많은 성격으로 바뀌었습니다. 6학년이 되자 더 이상 움츠려 지내기 싫었습니다.
‘원래 나처럼 살자!’
예전처럼 눈치 보지 않고 친구들에게 말을 걸고 장난도 쳤습니다. 점점 친구가 많아지더니 학교에서 저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습니다.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하지만 행복한 학교생활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같이 다니던 친구가 무리에서 다른 친구들을 한 명 한 명 소외시키기 시작한 것입니다. 저는 무리에서 빠지지 않으려고 주동자인 친구를 밀어냈는데, 오히려 그것이 부메랑처럼 돌아와 반 친구들 모두가 저를 기피했습니다.
외롭게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중학교는 별 탈 없이 다니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잘 지내는가 했는데 유독 한 친구가 저에게 장난을 심하게 쳤습니다. 안 좋은 별명을 붙여 부르고, 대화에 끼려하면 무시하고, 제가 화장실에 들어가면 불을 끄거나 문을 잠갔습니다. 장난이 폭력처럼 느껴져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어느 날, 학원을 마치고 집에 오니 아무도 없었습니다. 갑자기 눈물이 났습니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은 나를 모르는 것 같고, 모두에게 버려진 것 같았습니다. 위로받고 사랑받고 싶었습니다. 그때 작은이모네 교회가 떠올랐습니다.
‘그곳은 날 반겨줬는데….’
어렸을 적 작은이모를 따라 엄마와 함께 하나님의 교회에 몇 번 갔습니다. 사촌 언니와 학생부 언니들은 어린 저를 따뜻하게 대해주었습니다. 그러나 교회 가는 것보다 친구와 노는 것이 더 좋았기에 중학교에 올라와서는 교회에 가지 않겠다고 단호히 말했었습니다. 그때 뱉은 말이 있어 부끄러웠지만 굳게 마음먹고 가까이 사는 작은이모네로 달려갔습니다.
“이모, 토요일에 교회 가요?”
“응, 그렇지.”
눈물을 꾹 참고 크게 외쳤습니다.
“그럼 저 꼭 데려가 주세요!”
그 주 안식일, 이모네와 교회에 갔습니다. 학생부 담당 선생님과 성경 공부를 했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신기하고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영혼 세계에 대한 말씀은 오랜 궁금증을 완전히 해결해 주었습니다.
‘나는 왜 태어났을까? 왜 열심히 살아야 할까?’
초등학생 때 자기소개서에 적힌 “나는 누구인가요?”라는 질문에 답을 쓰지 못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누군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생일 축하 노래를 변형시켜 “왜 태어났니~”라고 장난삼아 부르고 나면 허무했습니다. ‘어차피 죽을 건데 왜 태어난 걸까?’ 하고요. 우리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답은 성경에 나와 있었습니다.
이후로 모든 예배와 학생부 모임에 참여했습니다. 친구들에게 받은 상처가 깊어서인지 학생부 형제자매님들의 작은 행동에도 쉽게 서운함을 느꼈지만 그럴수록 하나님 말씀을 살피며 학생들에게 먼저 다가갔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학생들과 두루두루 친해졌고, 마음을 맞춰가며 서로를 이해해 주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학교생활도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비속어를 쓰지 않고, 친구들이 험담할 때는 “이유가 있겠지” 하며 넘어갔습니다. 친구들은 “교회 다니더니 달라졌다”며 저를 따라 나쁜 말을 자제했습니다. 짓궂은 장난도 그만두었지요.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기 위해 수업과 교실 청소 등 학교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사실 초등학생 때부터 공부에 손을 놓은 탓에 성적이 형편없었습니다. 그간의 틈을 메꾸려 겨울방학에 기초부터 다시 공부했고, 학기 중에는 학생부 모임을 마치면 집에서 스스로 공부했습니다. 2학년부터 차츰 성적이 오르기 시작해 높은 성적으로 중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고등학교에서는 성적뿐 아니라 내면도 성장하고 싶었습니다. 가슴속에 남아 있는 섭섭함, 원망 같은 가시들은 모두 제하고,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순수한 마음으로 친구들과 지냈습니다. 무엇보다 예전의 저처럼 친구 문제로 힘들어하는 아이가 있으면 고민을 들어주며 마음을 나눴습니다. 반 친구들을 교회에서 열린 전시회에 초대했는데, 9명의 친구가 와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친구를 대하는 태도만큼 언니를 대하는 태도도 부드러워졌습니다. 저는 욕심이 많아 언니에게 양보하는 법이 없었습니다. 요즘은 제 용돈을 아껴 언니와 맛있는 것을 사 먹고, 사소한 일이라도 언니가 먼저 선택하게 합니다. 언니와 우애 있게 지내니 부모님은 교회 가길 잘했다며 무척 기뻐하시지요. 부족한 점이 많지만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가족과 친구들도 시온으로 나아오겠죠?
매일 밤, 하루를 돌아보며 누군가에게 실수하거나 상처 주지 않았는지 제 행동을 체크합니다. 그리고 가족과 타인을 감싸줄 수 있는 큰 사랑을 갖길 하나님께 기도드립니다. 하나님께 사랑을 받은 만큼 사랑을 나눠주기 위해서요. 저는 하나님을 모를 때 상처받고 혼자 아파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하나님께 나아왔고, 하나님의 사랑을 깨달았습니다. 제 주위에도 크고 작은 상처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하나님의 진정한 사랑을 전해주고 영혼의 안식처, 시온을 알려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