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추억


올해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합니다. 학창 시절을 돌아보니 후회되는 일도 있지만 감사한 일이 더 많은 시간이었습니다. 학생의 때에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고 믿음이 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세 살부터 하나님의 교회를 다녔지만 중학생이 되고도 이렇다 할 믿음이 없었습니다. 고1 겨울, 학원이 잠깐 휴강했을 때 한 자매님이 같이 학생 모임을 하자고 했습니다. 성경을 한 번은 제대로 배우고 싶었던 저는 모임에 가봤습니다. 성경 말씀은 정말 재밌었습니다. 계속 시온에 가서 공부를 하다 보니 성경에 관한 의문들이 저절로 풀렸습니다. 우리가 하늘에서 죄짓고 이 땅에 내려온 천사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눈물이 났습니다. 다니엘과 요한계시록에 나타난 세계 역사의 예언을 공부하고는 엘로힘 하나님이 참 하나님이시라는 생각이 강하게 와 닿았습니다.
믿음이 조금 자랐을 즈음 하나님의 교회 역사관에 갔습니다. 그곳에서 저의 모든 악한 생각과 행동, 모든 것을 아시고도 제 손을 잡아주시는 하나님을 깨닫고는 죄송스러워 온몸이 찌릿찌릿했습니다. 하나님 앞에 부끄럽지 않은 모습이 되고 싶었습니다. 다른 학생들도 큰 깨달음을 얻었던지 성경 발표도 열심히 하고 열매도 많이 맺었습니다. 학생부 분위기가 확 달라졌지요.
저도 열매를 맺고 싶었습니다. 사촌 동생이나 친구들에게 말씀을 전한다고는 했지만 이 친구가 안 들으면 다른 친구에게, 그 친구가 안 들으면 또 다른 친구에게 전하는 식이었습니다. 마침, 사랑이 없는 열매는 생명이 없는 열매가 된다는 설교 말씀을 들었습니다. 저에게는 사랑이 부족했습니다.
친구들이나 식구들에게 사랑의 마음으로 다가가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형식적으로 대할 뿐 여전히 제 사랑은 서툴렀습니다. 그러다 한 자매님이 마음 문이 닫혀 시온에 나오지 않는 식구와 통화를 하다 눈물을 주룩 흘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식구가 시온에 왔습니다. 사랑은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의 사랑을 생각했습니다. 높은 자리에 있으면 군림하기 마련인데, 가장 높으신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셨기에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이 땅에 오셨고, 가장 낮은 모습으로 우리를 섬겨주셨습니다. 아버지 어머니를 닮은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중학교 때까지 저는 욱 하는 성격 때문에 친구들과 많이 다퉜고, 말끝마다 욕을 할 정도로 입이 험했습니다. 하나님을 닮으려고 마음먹은 뒤로 말투를 바꾸고, 화가 나도 참고, 남의 잘못을 용서하려고 애썼습니다. 그랬더니 고등학교에서는 모르는 친구 없이 두루두루 친해질 만큼 사교성이 좋아졌고, 학교 복도에서 선생님과 마주쳐도 그냥 지나치던 제가 인사도 잘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봉사 점수를 준다기에 했던 도서부에서도 제 모습이 달라졌습니다.
도서부는 점심시간과 방과 후에 도서관에서 학생들의 도서 대여를 도와줍니다. 단순한 일 같지만, 학생증도 없이 무작정 책을 빌려가겠다고 억지를 부르는 학생도 있고 책 반납을 연체하는 학생도 많아서 도서부원과 학생들이 얼굴을 붉히는 일이 잦습니다.
언젠가부터 같은 학교에 다니는 자매님이 친구들을 교회에 데려올 때마다 그 친구들이 도서관 언니라며 저를 알아보았습니다. 처음에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점차 도서관에서 학생들을 대하는 제 행동에 신경이 쓰였습니다. 선배든 동기든 후배든, 누구에게라도 존댓말을 사용하며 웃는 얼굴로 학생들을 대했습니다. 시온에 처음 와서 낯설어하던 같은 학교 학생들이 저를 보고 편하게 마음을 열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하나님께 정말 감사드렸습니다. 작은 행동이라도 하나님의 본을 따라 행하는 바른 행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습니다.
고3이 되었습니다. 공부도 열심히, 복음도 열심히 해서 학생부 활동을 잘 마무리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공부 이야기만 하니 부담이 커지고, 시온에서는 믿음이 더뎌 제 속을 썩이는 식구에게 원망이 생겼습니다. 점점 지쳐갔습니다.
그때 어머니 말씀이 담긴 영상물을 보았습니다. 식구들이 겉으로는 웃고 있어도 다 힘든 일이 있을 거라고, 아버지께서 위로해 주실 테니 조금만 참고 힘내자고, 어머니는 말씀하셨습니다.
원망이 싹 가시고 힘이 솟았습니다. 학생부 맏이인 제가 이렇게 지쳐 있는 동안 동생들도 같이 힘이 빠졌겠다 싶어서 아무렇지 않은 척 씩씩하게 굴었습니다. 학생들도 언제나 웃으며 저를 챙겨주었습니다. 청년들과 시온의 많은 어른들까지 따뜻한 말을 건네주셔서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학생들이 청년부로 올라가는 저에게 편지를 써주었습니다.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마음이 짠했습니다.
학교에서 힘든 일이 있다가도 시온에서 식구들의 밝은 얼굴을 보면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제 옆에는, 같이 기뻐하고 슬퍼해 주는, 제가 힘겨워하면 이끌어주는 식구들이 있었습니다. 식구들 하나하나가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식구들과 함께였기에 저의 학창 시절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채워질 수 있었습니다.

하늘 아버지께서는 어린 학생들에게도 일일이 신경 써주시며 많은 사랑을 주셨다고 합니다. 장차 복음의 주역이 될 큰 일꾼으로 보셨기 때문이랍니다. 학생부를 떠나려 하니까 학생 시절만큼 좋은 때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뭘 해도 이해받을 수 있는 시기이고, 가장 활기찬 나이고, 학교라는 복음 밭이 거저 주어진 때이니까요. 남은 우리 학생들 또 새로 학생부로 올라온 신입생들이, 이렇게 하늘 아버지 어머니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열심히 하늘 축복을 쌓았으면 좋겠습니다.
“학생부 형제자매님들,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요. 진짜진짜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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