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있는 나


저는 언제 어디서나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는, 열정 넘치는 명랑한 학생이었습니다. 고등학생이 된 작년,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까지는요. 체육대회, 수학여행 등 학교 행사가 취소되고 모든 생활이 온라인으로 바뀌었습니다. 어쩌다 학교에 가도 친구들과 마스크를 낀 채 멀찍이 떨어져 앉았고, 매점 문도 닫혀 있었습니다. 고대하던 고등학교의 낭만이 산산조각 났습니다. 각종 평가와 과제까지 쓰나미처럼 몰려들어 점점 지쳤습니다.
나만 이런가 싶어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친구들은 학교가 마치면 학원이며 집이며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밤늦게까지 공부했습니다. 교회 형제자매님들은 성경 말씀을 가르치거나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등 저마다의 장점을 잘 발휘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특출한 재능도 없고, 그렇다고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다들 성장하며 위로 올라가는데 저 혼자 뒤처지다 못해 끝없이 추락하는 것 같았습니다. 다른 사람과 저를 계속 비교하며 저는 더 작아지고 초라해졌습니다. 무조건 1등을 해야 하는 성격이라서 이런 제 모습을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아예 손을 놓은 채 의미 없이 시간을 때우며 하루하루를 낭비했습니다.
그나마 친구들과 어울릴 때 마음의 위안이 되었습니다. 엄마 아빠는 내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아 대화를 피했지만, 친구들과 놀고 이야기하면 금방 기분이 나아졌습니다. 종일 방에 틀어박혀 친구들과 연락하느라 휴대폰은 달궈져 있었습니다. 부모님과 학생부 선생님, 목회자분들까지 달라진 저를 걱정하셨습니다. 건강한 사람이 한번 아프면 심하게 아프다는 말처럼 여태 이런 적이 없어서 저도 제 모습이 두려웠습니다. 예전처럼 돌아가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지만 잘되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믿음도 정도(程度)의 차이가 있다는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학교에서 매일 듣는 이야기가 ‘등급’이라서 무슨 뜻인지 잘 알았습니다. 내 믿음은 어느 정도일까, 학교에서처럼 등급으로 치면 몇 등급일까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지금 돌이키지 않으면 늦겠다 싶어서 하나님께 도와달라고 간절히 기도드렸습니다. 그때 ‘목표’라는 단어가 머리에 스쳤습니다.
수업 시간에, 가고 싶은 대학교 이름을 매일 4번씩 노트에 적으면, 그 대학에 갈 만큼 노력하게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목표 노트를 만들어 제법 열심히 적었는데 방황의 나날을 보내면서 흐지부지됐습니다. 책장에서 먼지 쌓인 목표 노트를 꺼내 다시 적어보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제 영혼을 위한 목표였습니다.
“I have a clear goal(나는 확실한 목표가 있다).”
책상에 글귀를 적어 붙이고, 천국이라는 최종 목표 아래 중간 목표, 작은 목표를 세세하게 나누어 세웠습니다.
저는 학생부에서 후배들을 이끌어주는 든든한 선배가 되고 싶었습니다. 이 목표를 이루려면 먼저 하나님 말씀을 제 안에 채워야 했습니다. 미뤘던 진리 발표를 다시 시작하고 성경 말씀을 살폈습니다. 학생부 자매님들과 만날 수 없는 대신 자주 연락했습니다. 교회에 갈 수 있는 날은 웃으며 학생들을 대했습니다. 사이가 서먹했던 자매님들과 가까워졌고, 좀처럼 마음의 문을 열지 않던 자매님들도 온라인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마음을 열었습니다.
“꿈을 가져라.”, “꿈이 있는 학생이 되라.”
자주 들은 말입니다. ‘꿈’이란 정말 막연한 꿈이 아니라 분명한 목표였습니다.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 목표를 세우라는 설교 말씀대로 목표를 세우니 열정이 생기고, 열정이 있으니 노력하고, 노력하니 성취하게 되었습니다. 성취감은 최종 목표까지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는 힘을 줍니다. 유혹거리에 마음이 뺏기려다가도 목표를 쓰고 되새기면 ‘내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하는 생각에 더 부지런해집니다.
이제 고등학교 2학년입니다. 작년보다 강한 압박감과 부담감이 들 때도 있겠지만 다시 예민하게 굴고 방황할 수는 없습니다. 저에게는 꿈, 즉 목표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 안에서 이루고 싶은 것이 참 많습니다. 굳건하고 한결같은 믿음과 큰 비전을 가진 학생이 되어 반드시 꿈을 이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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