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끄심에 따라

고3이 된 지난 3월, 코로나19로 집에만 있던 중 문득 새노래가 떠올랐습니다. 책꽂이에서 새노래 책을 꺼내 흥얼거렸습니다. 그 모습을 본 엄마가 교회에 다시 가지 않겠느냐고 물었습니다.

하나님의 교회는 어릴 적에 다녔습니다. 그런데 제가 중1 때 엄마가 생활이 바빠 교회에 잘 나가지 못하자 저도 교회와 멀어졌습니다. 마음이 아예 떠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엄마도 저도 매년 유월절은 지켰고, 간혹 친구들이 하나님의 교회에 관해 오해하면 제대로 설명해 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그냥 입을 다물었습니다. 그러다 작년 새해가 되면서 엄마가 이따금 교회에 나갔습니다. 같이 가볼까 고민했지만 교회 학생들과 두루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이 들었습니다. 주저하며 교회에 가기를 미루고 미뤘습니다. 몇 번 더 이어진 엄마의 권유에 용기를 냈습니다.

어느 안식일, 시온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밝은 미소로 “복 많이 받으세요” 하고 인사해 주시는 얼굴들이 반가웠습니다. 예배가 시작되고, 식구들이 입을 모아 하나님께 찬양드리는 소리는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랜만에 와서 시온의 모든 것이 낯설 줄 알았는데 다 기억나 신기했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한 학생 자매님이 학생부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학생들은 다정하게 저를 반겼습니다. 살펴보니 아는 얼굴이 꽤 많았습니다. 밝고 쾌활한 학생들과 금세 어울리며 이렇게나 따뜻한 곳인데 괜한 걱정을 했구나 싶었습니다.

그날 딱 한 번 교회에 간 후 코로나19가 확산되어 예배가 온라인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새노래도 익숙하지 않았던 엄마와 저는 둘이서 예배드리기에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하나님의 규례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습니다. 또 교회에 나가지 못하는 동안 믿음을 키우기 위해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차근차근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내용이 어려워 이해하지 못해도 틈틈이 성경을 읽거나 영상 설교를 시청했습니다. 초등학생 때 봤던 학생들이 제가 없는 사이 하나님 안에서 멋지게 성장한 걸 보며 저도 그렇게 되길 바랐기 때문입니다. 제 마음을 알았는지 학생부 선생님과 자매님들이 영상통화로 안부를 묻고 진리 발표도 해주었습니다. 고마움과 더불어 시온을 향한 그리움이 더해졌습니다.

기다리던 현장 예배가 가능해지면서 학생부 선생님과 성경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성삼위일체, 영혼 문제, 안식일 등 성경을 펼쳐 진리를 알아가고 예언을 확인할수록 입에서 “와” 하고 감탄이 터져 나왔습니다. 진리에 대한 확신과 함께 친구들에게 우리 교회를 잘 알려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말씀에 담긴 축복을 깨달으면서 생활도 바뀌었습니다. 친구들이 토요일에 놀자고 하면 안식일을 지키기 위해 다른 날 약속을 잡고, 무의식중에 튀어나오던 비속어와 거친 말은 자제하고 하나님 교훈대로 온유하고 고운 말을 사용하려 노력합니다. 오래된 습관들을 바꾸기는 힘들지만 하나님께서 저를 바라봐주신다고 생각하면 저도 겸허히 순종하게 됩니다.

한 자매님이 “어떻게 다시 교회에 잘 나오게 됐어요?”라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스스로 시온에 나왔다”고 말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답이 부끄럽습니다. 시온에 다시 가게 된 것도, 학생들과 금방 친해진 것도 하나님께서 저를 지켜봐주고 인도하시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학생부 선생님이 제게 하신 말씀을 늘 마음에 새깁니다.
“하나님께서 자매님을 정말 많이 사랑하시는 것 같아요.”

아주 짧은 학생부 생활을 벌써 마친다니 아쉬움이 드는 한편 더 많은 시간과 기회가 있을 청년의 때가 기대됩니다. 대학에 가면 지난날의 저처럼 영적으로 방황하는 친구들에게 진리를 전하여 하나님께 받은 사랑을 나누고자 합니다. 엄마와 동생도 하나님께 더 가까워지도록 돕고, 언제나 하나님이 이끄시는 대로 따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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