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창 1장 1절)
성경의 첫 문장이다. 하나님이 창조한 하늘과 땅은 막연한 세계가 아니다. 매우 정교하고 치밀한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거대하고도 아름다운 세상이다. 그 안에서 내가 숨을 쉬며 살아간다.
광활한 우주 속 점 같은 지구에서, 보이지도 않는 초초초미세먼지 같은 인간, 그 80억 중 하나에 불과한 나. 대우주 망망대해에 덩그러니 던져진 것처럼 나 자신이 존재감 없이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닐까. 나는 그저 우연히, 본의 아니게 이 세상에 생겨났을까. 하나님이 창조한 우주 그리고 나 자신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우주의 초정밀 설계
유니버스(Universe), 스페이스(Space), 코스모스(Cosmos). 한글로는 모두 ‘우주’라고 번역되지만 의미가 조금씩 다르다. ‘유니버스’는 별과 먼지, 행성과 생명체 등 모든 것을 포함하는 시공간으로서의 우주다. ‘스페이스’는 지구 밖 공간에 주목한 단어다. 인공위성이나 우주선과 같은 인공물체를 보내 탐사하는 공간을 칭한다. ‘코스모스’는 우주의 질서와 조화에 초점을 맞춘다. 혼돈을 뜻하는 ‘카오스(Chaos)’의 반대 개념이다.

실제로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질서와 조화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행성의 궤도다. 행성들은 무언가에 매달려 있지 않고 공중에 떠 있으면서, 중력과 운동 법칙에 따라 안정적인 궤도를 유지하며 자전과 공전을 반복한다. 태양의 북극 방향에서 보면 태양계 행성들은 대체로 같은 방향, 곧 반시계 방향으로 공전한다. 자전도 거의 반시계 방향으로 하는데, 예외가 금성과 천왕성이다. 특히 천왕성은 자전축이 상당히 기울어져 옆으로 누워가는 수준으로 역행 자전한다. 각 천체는 서로 중력 영향을 주고받지만, 현재 태양계는 비교적 안정적인 궤도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2016년 영국 노팅엄대학 연구팀은 관측 가능한 우주에 약 2조 개의 은하가 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각 은하는 평균 2천억 개의 별을 품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관측 가능한 우주 속 별의 개수는 4000해³ 개. 체감하기 힘든 수다.
헤아릴 수 없는 행성과 별들이 날마다 피고 지며 새로운 우주를 만드는 동시에 광활한 공간에서 절묘하게 자신의 영역을 지키면서 유유히 자전과 공전을 반복한다. 이처럼 완벽한 우주의 설계를 단지 ‘우연’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소우주 인체
소우주(小宇宙, Microcosm). 오래전부터 동서양의 사상가들은, 인간을 ‘작은 우주’로 표현했다. 현대 과학의 관점으로 봐도 아주 추상적인 표현은 아니다. 탄소, 산소, 철, 칼슘 등 우주를 구성하는 원소들이 인간의 몸을 이루고 있을 뿐 아니라 우주의 질서와 경이로움이 인간의 몸속에서 발견된다. DNA의 구조부터 860억 개의 뉴런과 수백조 개의 시냅스가 연결된 뇌에 이르기까지. 이 또한 우주의 시스템처럼 우연히는 이뤄질 수 없는 정교한 시스템이다.
그럼에도 ‘우연’의 힘을 빌려 인간을 만든다고 가정해 보겠다. 먼저 재료를 구해야 한다. 한 사람을 구성하는 데 필요한 각종 분자 물질을 구입하려면 순수 재료비만 자그마치 약 3300만 달러가 필요하다.⁴ 이 재료들을 병 안에 넣고 흔들어 섞어서 정말 ‘우연히’ 인간의 신체가 만들어졌다 치자. 이제 몸속 세포마다 생존에 필요한 정보를 넣을 차례다. 인간 세포 하나에 담긴 생존 정보의 양은 책 1000권에 다다른다. 세포 하나가 작은 도서관인 셈이다.⁵ 우리 몸에는 약 100조 개의 세포가 존재한다. 웃고, 재채기하고, 음식을 먹고 소화하는 세세한 기술들이 세포 속 ‘유전자 백과사전’에 기록되어 우리를 지탱하는 것이다.
이번에도 ‘우연히’ 인간 생존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구했다. 책 1000권 분량의 정보를, 100조 개의 세포에 일일이 넣는 일까지 ‘우연히’라도 할 수 있다면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 세포 1개에 정보를 완벽히 넣는 데 걸리는 시간이 1초라면, 총 처리 시간은 약 317만 년. 1초에 세포 1000개를 채울 수 있다 해도 3170년이 걸린다.
인간의 능력과 노력으로는 불가능한 인간 창조가 엄마의 뱃속에서 10개월 안에 완성된다. 게다가 80억 명의 인류는 누구 하나 똑같지 않다. 한 명, 한 명 인간의 존재 그 자체가 우연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정교하고 정성스럽다.
우주와 별과 나
끝없이 팽창하는 우주에서 장구한 시간 동안 별이 태어나고 소멸되는 과정을 거치며 지구가 탄생했고, 여러 작용으로 지구에는 인간이 숨 쉴 수 있는 완벽한 환경이 갖춰졌다. 이 또한 우연이 아니다. 우리를 위한, 나를 위한 창조주의 완벽한 계획과 설계다.
“여호와는 하늘을 창조하신 하나님이시며 땅도 조성하시고 견고케 하시되 헛되이 창조치 아니하시고 사람으로 거하게 지으신 자시니라 …”(사 45장 18절)
우주의 크기와 비교할 때 인간의 존재는 미미하지만, 가치마저 미미하지는 않다. 광대하고 질서 있는 우주를 창조한 창조주가 지혜로운 손길로 정교하게 빚어낸 소중한 작품이다. 따라서 ‘나’의 가치는 그 누구도 함부로 매길 수 없을 만큼 크고 경이롭다. 한마디로 Made by God, 우주 최고의 걸작이다.
내가 누구인지, 이 세상에 정말 필요한 존재인지 막막할 수 있다. 마치 끝을 알 수 없는 우주를 헤매는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우연히, 혹은 어쩌다 생겨난 존재가 아니다. 우주를 설계할 만큼 압도적인 에너지와 지혜를 지니신 하나님의 계획 아래 우리가 존재하고 있다. 또한 거대한 우주의 질서가 우리의 무탈한 탄생을 지원했다. 우리는 단순한 공간(Space)에 던져진 것이 아니라 창조주의 정교한 질서(Cosmos) 속에 초대된 존재다. ‘나’라는 존재는 그 존재만으로도 특별하며, 하나님의 길고도 광대한 우주적인 사랑이 빚어낸 따뜻한 결과물이다. 이 사실을, 삶의 목적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기억하자. 우리를 향한 창조주 하나님의 깊은 사랑이 우리의 마음을 단단하게 붙들어 주는 강력한 중력이 될 수 있도록.
1. 새로운 항성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별. 쉽게 말해 태어나기 직전의 아기 별로, 진짜 별은 아니다.
2. 초신성(supernova) 폭발이라고 한다. 태양 질량의 8~10배 이상의 큰 별이 수명을 다하면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뿜으며 폭발하는데, 수십억 개의 별이 모인 은하 전체보다 밝은 빛이 나온다.
3. 만=10⁴, 억=10⁸, 조=10¹², 경=10¹⁶, 해=10²⁰
4. 미국의 생화학자 해럴드 모로위츠(Harold Morowitz)가 1976년 발표한 에세이 “The Six Million Dollar Man”에서, 체중 76㎏의 남자의 인체를 구성하는 화학물질의 가치를 계산하여 책정한 금액은 약 600만 달러였다. 2026년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3300만 달러 이상으로 볼 수 있다. 한화로 따지면 대략 450억 원이다.
5. 모든 생명체는 ‘유전자 도서관’을 갖고 있다. 바이러스조차 책 한 쪽 분량(약 1만 비트)에 해당하는 지침 정보를 가졌고, 세균 한 마리 즉 박테리아가 살아가는 데는 100쪽 분량(약 100만 비트)의 정보가 필요하다. 단세포 생물인 아메바의 DNA에는 500쪽의 책 80여 권(약 4억 비트)에 해당하는 정보가 담겼다.
<참고자료>
칼 세이건, 《코스모스》, 사이언스북스, 2006.
Morowitz. H, “The Six Million Dollar Man,” Hospital practice, Ⅱ(3), 19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