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도 외롭지 않은


저는 초등학생 때부터 언어 능력에 문제가 없음에도 특정 상황에서 말을 하지 못하는 선택적 함구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 앞에서 심한 불안과 긴장을 느끼는 성향 때문에 학교 친구들, 친척들은 물론이고 교회 식구들과도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었습니다. 겉으로는 혼자 있는 것이 편한 척, 괜찮은 척했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진리 발표를 하거나 소감을 나눌 때마다 제 순번은 건너뛰는 상황에 마음이 편하지 않았고, 학생부의 온전한 일원이 되지 못하는 것 같아 외로웠습니다.

그러다 증상이 점차 나아져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에는 장족의 발전을 이뤘습니다. 학교에서 말하기, 식당에서 음식 주문하기가 자연스러워졌습니다. 학생부 식구들과 온라인으로 진리 발표도 했습니다. 학생부에 올라와 발표를 시작하기까지 3년이 걸렸는데 몇 달 만에 발표 교재에 있는 내용을 모두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학생부 모임에도 열심히 참여했고요. 하지만 여전히 마음 한편은 공허하고 외로웠습니다. 식구들과 어울리고 싶으면서도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아무 말도 못 하는 제 모습이 답답했습니다.

그러던 중, 학생 발표력 경연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인 제게 학생부로서 주어진 마지막 기회인 것 같아 꼭 참여하고 싶었습니다. 발표를 계기로 시온 식구들과 대화를 시작했던 것처럼 이번 발표 대회도 분명 성장의 밑바탕이 되리라 믿었습니다. 학생부 선생님에게 “대회에 참가하고 다른 자매님들과도 대화하며 지내고 싶다”라고 마음을 전했습니다. 선생님은 무척 기뻐하고 대견해하며 성심껏 도와주셨습니다.

아무도 하지 않는 주제를 발표해 강렬한 인상을 남겨보자는 전략으로 주제를 선정했습니다. 학생부 모임 때 짧은 소감을 발표하는 것조차 어려워하던 저였기에 긴장하지 않고 편안한 마음을 갖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기도의 응답이었을까요? 발표 연습을 하며 식구들과 점점 친해졌고, 긴장감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당회 대표로 선출된 뒤에는 동역 집사님, 학생부 선생님과 큰 목소리로 발표하는 연습도 했습니다. 다들 잘한다며 제게 자신감을 심어주었습니다.

막상 대회 당일이 되니 긴장감보다 설렘이 컸습니다. 식구들의 열정적인 응원에 힘입어 발표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심사를 맡은 목회자분들은 쉽지 않은 주제인데 매끄럽게 발표했다며 칭찬해 주셨습니다.

아쉽게도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어려움을 극복하고 발표를 해낸 저 스스로가 무척 자랑스럽고 뿌듯했습니다.

저는 ‘말’로 하는 일에 나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발표 대회를 준비하며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누군가의 앞에서 발표해야 한다는 생각만 해도 크게 움츠러들던 과거에 비하면 엄청나게 발전했으니까요. 하나님께서 도와주시면 불가능이 없다는 것, 간절히 구하면 다 들어주신다는 것을 깨달으며 믿음도 한층 성장한 것 같고요.

지금은 제 나름의 속도로 식구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중입니다. 식구들과 즐겁게 대화하며 함께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지요. 하나님 은혜로 성가에 참여하는 축복도 받았습니다. 첫 성가곡이었던 ‘그 누구도 외롭지 않은’ 새노래 가사가 제 마음을 대변하는 듯해 연습하는 동안 뭉클했습니다. ‘복음 안에서 서로 돌보고 연합하며 그 누구도 외롭지 않게 하라’고 부탁하신 어머니 말씀을 아름다운 멜로디에 녹여낸 새노래는 제게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하나님 품 안에 있으면서 시온 식구들과 천국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으니 나는 더 이상 외롭지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막연한 불안감과 두려움은 사라지고 복음의 일꾼이라는 비전도 갖게 되었습니다.

지치고 불안할 때마다 제 영혼을 달래주시고, 영적으로나 육적으로나 많은 성장을 이루게 해주신 하늘 아버지 어머니께 감사드립니다. 그 누구도 외롭지 않은 시온이 되도록 저도 한 식구, 한 식구에게 먼저 다가가 사랑을 전해주는 자녀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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