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등학교 원서를 쓴 뒤 결과를 기다리던 때였습니다. 하나님의 뜻이 있는 곳으로 저를 보내달라고 기도했지만 내심 희망하는 학교가 있었습니다. 집에서 먼 학교는 피하고 싶었고요.
대망의 발표일, 떨리는 마음으로 웹사이트에 접속한 저는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고등학교 배정이라니. 사이트에 재접속하고 여러 번 새로 고침을 눌러보았지만 결과는 변함없었습니다. ○○고등학교는 집에서 버스로 40분이 걸렸습니다. 버스를 탈 일이 별로 없었던 제게 40분은 정말 긴 시간이었습니다. 한참 뒤, 하나님의 뜻이 있을 것이라 믿으며 심란한 마음을 진정시켰습니다.
얼마 안 가 반가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제가 진학하는 고등학교에 형제님 두 분이 재학 중이라는 것입니다. 마음을 모으면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낼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얼마나 기뻤던지요. 입학 전에는 학생 개학예배를 통해 감사, 믿음, 열정을 마음에 채웠고, 입학한 뒤에는 학교에서 형제님들과 선한 행실에 힘썼습니다. 영육 간에 모범이 되는 하나님의 자녀다운 모습으로 계속 생활할 줄 알았으나….
늘어난 학업량, 야간 자율 학습, 긴 등하굣길, 수면 부족 등 여러 가지 괴로운 일이 한꺼번에 몰려왔습니다. 피곤함에 아침잠이 늘어 헐레벌떡 등교하는 일이 잦아졌고, 점점 학생부 모임에 참여하는 횟수가 줄었으며, 기도도 소홀히 했습니다.
공부도 신앙생활도 버겁게 느껴지던 중 같은 학교 형제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선배로서 저를 잘 챙겨주는 형제님은, 매일 아침 학교에 일찍 등교해 하나님의 말씀을 살피고 성실히 봉사하며 모범적으로 학교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런 모습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모습 아닐까?’
형제님을 통해 그동안 저의 행동을 곰곰이 되짚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 회개 기도를 드리며 다시 부지런해질 수 있도록 힘을 달라고 간구했습니다.
이후 저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정신 건강에 해로운 게임은 끊는 등 학생의 본분을 다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보살핌만 받던 입장에서 요즘은 선배 형제님을 도울 부분은 없는지 찾아보기도 하고요. 이 마음이 끝까지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저를 이 학교로 불러주시고 학생으로서 올바른 행실을 갖추어가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