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창 예민했던 시기가 있었다. 아무 이유 없이 즐겁다가도 사소한 문제로 금방 마음이 상했다. 그러다 또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나도 내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학교에서 속상한 일이 있던 날이었다. 그런데 수업 시간에 ‘부모님께 전화해 “사랑해요”라고 말하기’ 미션을 받았다. 나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고, 엄마가 전화를 받자마자 “엄마, 사랑해요”라고 말했다. 엄마는 조금 당황하더니 “엄마도 채영이 사랑해” 하고 답해주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꾹꾹 눌렀던 감정이 터져 나와 앉은자리에서 펑펑 울고 말았다.
엄마는 그런 내가 걱정됐는지 하교 시간에 맞춰 학교 앞으로 나를 데리러 왔다. 차에 타서 엄마 얼굴을 보니 다시 울컥했다. 엄마는 나를 말없이 안아주며 위로했다. 조금 진정이 된 후 학교에서 있었던 속상한 일을 엄마에게 털어놓았다. 힘든 마음을 애써 참고 있던 와중에 엄마의 사랑한다는 말이 이 정도로 위로가 될 줄 몰랐다고도 이야기했다.
“엄마도 사랑한다는 소리 들어서 좋았어. 앞으로도 힘든 일 있으면 엄마한테 다 말해.”
엄마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 “사랑해요”라는 말을 곱씹어 보았다. 자녀가 부모님에게 건네기 어려운 말이자 부모님이 자녀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이 아닐까 싶었다.
엄마 아빠는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해준다. 그 말은 내게 큰 위로가 된다. 반대로 나는 엄마 아빠에게 사랑한다고 얼마나 말해왔을까. 내 나름대로 자주 표현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동안 내가 부모님에게 받은 사랑과 위로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것 같다.
부모님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더 많이 해야겠다. 작은 한마디라도 엄마 아빠의 하루에 힘과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