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엄마를 비롯한 어른들이 본인의 과거를 이야기할 때 유행어처럼 쓰는 말이 있다.
“나 때는 말이야.”
그렇다면 엄마의 ‘나 때’는 과연 어땠을까?
엄마의 학창 시절을 낱낱이 조사해 보기로 했다.
엄마 전담 탐정이 작성한 엄마 분석 보고서, 전격 공개!
조사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전남 목포에서 태어난, 2남 3녀 중 셋째 김선주입니다.
학창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고등학생 때 학교에 낼 공납금으로 친구들과 일일 찻집을 열었습니다. 다 같이 주황색 티셔츠와 바지로 유니폼을 맞춰 입고, 커피랑 음료수를 팔았습니다. 홍보를 열심히 해서 친구들이 꽤 사 먹으러 왔는데 돈은 많이 못 벌었습니다. 공납금만 날린 셈이죠. 아빠에게 많이 혼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하하.
(애써 웃음을 참은 뒤) 엄마의 성장 환경은 어땠나요?
아빠가 경찰 공무원이었답니다.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부족하지도 않았습니다. 엄마 아빠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하게 자랐습니다.
엄마가 학생이었을 때 시대 상황은요?
그때는 대학생 언니 오빠들이 집회를 많이 했습니다. 모처럼 시내에 나간 날에 하필 집회가 일어났고, 길을 가다가 최루탄 가스를 마셔 눈물 콧물 흘리며 친구 집으로 도망친 적도 있네요.
엄마는 형제자매(나의 이모, 삼촌)와 잘 지내는 편이었나요?
네…. 가끔 싸우기도 했지만요. 예를 들면 제가 언니 옷을 몰래 입고 나간 걸 들켜서 언니에게 혼난 적도 있습니다. 그래도 동생들이랑은 별로 안 싸웠어요. 동생들이 제 말을 꽤 잘 들었거든요. (으잉? 작은이모는 뭔가 안 그랬을 것 같았는데….)
혹시 밤새워 공부한 적이 있나요?
네, 딱 한 번이요. 벼락치기로 시험공부한다고 밤새웠는데, 안 하던 행동을 해서 그랬는지 코피가 났었죠.
지금 vs 학창 시절 중에 선택한다면? 하나! 둘! 셋!
학창 시절. 삶에 대한 고민이 없었으니까요.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바꾸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친구가 의자에 앉으려고 할 때 제가 장난을 친 적이 있어요. 결국 친구가 넘어져서 조금 다쳤지요. 그때 사과를 제대로 못했는데,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친구에게 꼭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학창 시절의 본인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너무 예뻤다.
학창 시절을 다 겪어본 사람으로서 충고해 주고 싶은 점은?
즐길 수 있을 때 즐겨라! 학생 때는 금방 지나가니까 건강하게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저의 학창 시절과 지금 보민이의 학창 시절은 많이 다르겠네요. 학업에 충실하면서 선한 행실로 하나님의 영광도 나타내야 하니까요. 그래도 틈틈이 친구들과 많이 이야기하고 많이 웃고 많이 놀았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요?
지금까지 잘 견뎠고, 잘 해왔으니 앞으로도 잘하자. 조금만 더 힘내자. 아니모!
보너스 타임: 특별 손님으로 우리 아빠 김영석 님을 모셨습니다.
‘학창 시절’로 4행시를 지어주세요!
학생은 창의적이고, 시련이 와도 절대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아빠의 4행시는 마치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 같네요. 하하.
(엄마에게는 몇 시간 후 문자메시지로 답변이 왔다.)
학교에서 창밖을 바라본다. 시간이 왜 이렇게 안 가지? 절편이 먹고 싶다.
학창 시절 엄마는 꽤나 짓궂었던 것 같다. 다사다난한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니 어른들의 ‘나 때는 말이야’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닌 듯하다.
‘많이 웃고 많이 놀아라’라는 조언은 예상치 못한 답변이라 마음이 뭉클했다. 하지만 성적표 나왔을 때 엄마의 이 말을 핑계로 삼으면 혼나겠지?
아무튼 엄마를 조사하고 분석한 첫 보고서는 내 나름대로 대만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