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도 책임감을 갖고 학생들을 두루두루 챙기려 애썼습니다. 하지만 학생부에 눈에 띄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시온에서 멀어지는 학생을 보고 진이 빠졌습니다. 나 혼자 외롭게 믿음의 길을 걷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부터였습니다. 하는 일마다 풀리지 않고 뭘 해도 금방 지쳤습니다. 점점 자신감을 잃고 절망 속으로 빠져버렸습니다. 의문도 계속 들었습니다. 왜 내게만 불행한 일이 생기고, 나만 힘든 건지….
어느 날, ‘주여 저는 죄인이로소이다’라는 설교를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죄인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함부로 자신의 처지나 다른 사람을 탓하지 못할 겁니다. 그러나 죄인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 불평하고 남을 원망하게 됩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내가 힘든 원인을 타인에게서 찾으며 남 탓, 상황 탓만 했습니다. 앞으로는 모든 일이 내 믿음을 연단하는 과정임을 의심하지 않고, 구원 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마침 옥천고앤컴연수원에서 학생 행사가 열렸습니다. 그때 성경 말씀을 살피며 하나님의 리더십은 사랑과 인내, 겸손이 바탕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전국 학생 형제자매님들의 아름다운 언행, 하나님 영광을 나타내는 모습에 좋은 자극을 받아 ‘나도 멋진 예언의 주인공이 되겠다’는 의지를 다졌습니다. 한편으로는 이 믿음의 길을 형제자매들과 함께 걸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외로움과 두려움이 사라지고 설렘이 차올랐습니다. 꺼져가던 제 믿음의 불씨가 다시 살아난 것입니다.
이후 내 믿음과 행실이, 내가 돌아봐야 할 영혼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학생들에게 좋은 본이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따뜻하고 긍정적인 말을 하고, 모임이나 예배 시간 최소 30분 전에 도착해 말씀을 살폈습니다. 하나님께서 자녀의 입장에 서서 자녀들을 이해해 주시며 사랑으로 이끄시듯, 저도 자매님들 입장을 돌아보고 관심을 쏟았습니다. 그러자 자매님들의 마음이 조금씩 열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지금은 학생들과 모이면 같이 소울을 읽거나 성경 말씀을 발표하면서 돈독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저는 혼자인 적이 없었습니다. 제 고민을 귀 기울여 들어주는 학생부 담당 선생님, 함께 예배드리고 모임에 참여하는 식구들…. 제 옆에는 언제나 형제자매들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저와 동행하셨습니다. 때마다 열리는 학생부 행사를 통해 깨달음의 기회를 주셨고, 직책을 주셔서 하나님이 가신 길을 배우고 따르게 하셨으니까요.
이제 고등학생으로서 한층 성장한 믿음을 갖추고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묵묵히 믿음의 길을 걸어가겠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형제자매를 도우며 믿음의 불을 옮겨붙이는 불씨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