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집

우리 가족은 부모님과 저, 여동생과 남동생 총 다섯 명입니다. 지금 집으로 이사 오기 전까지 다섯 식구가 방 두 칸짜리 집에서 살았습니다. 삼 남매가 방 하나를 같이 썼기에, 숙제할 때는 저와 여동생이 한 책상에서, 남동생은 간이 책상을 펴서 했습니다. 침대 놓을 공간도 없어 잘 때는 커다란 이불을 펴고 다닥다닥 붙어 잤습니다. 셋이 자는 게 불편한 날에는 거실에 나와 잠을 청하기도 했습니다.

초등학생 때 친구 집에 놀러 간 기억이 납니다. 넓은 친구 집이 부러웠고, 좁디좁은 우리 집이 부끄러웠습니다. “나도 너희 집에 초대해 줘!”라는 친구의 말에 이런저런 핑계로 대답을 얼버무렸습니다.

“우리 집은 왜 이렇게 좁아?”

친구 집에 다녀와서 부모님께 툴툴댔습니다. 나만의 방과 혼자 쓸 수 있는 책상, 침대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며칠을 졸랐습니다. 부모님은 “나중에 꼭 이사 가자”는 말로 저를 어르고 달랬습니다. 빨리 이사 갈 날만을 기다리며 몇 달에 한 번씩 동생들과 방의 가구 배치를 바꾸기도 했습니다.―귀찮게 해서 미안했다, 동생들아.

대망의 이사 날, 17년 동안 살던 집을 드디어 떠났습니다! 우리 삼 남매의 신경은 온통 방 배정에 집중됐습니다. 새집은 방이 세 칸, 부모님이 안방을 사용하시면 저희 중 한 명만 혼자 방을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보통은 자매끼리 한방을 사용하고 남자 형제 혼자 방을 쓰겠지만, 제가 장유유서(長幼有序)를 외치며 결사반대했습니다. 그 결과 저와 여동생이 각방을 쓰고, 남동생은 안방에 책상과 침대를 두고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토록 바라고 원했던 내 방이 생기고, 책상과 침대가 오롯이 나만의 것이라니 신이 났습니다. 넓은 방, 커다란 침대에 덩그러니 누워 혼자라는 편안함을 누리며 잠이 들었습니다.

몇 개월이 흘렀을까요? 문득 마음이 허전했습니다. 비로소 느꼈습니다. 비록 방은 좁았지만 다 같이 옹기종기 붙어 떠들다 잠들던 때가 좋았다는 것을요. 그리움이 짙어질 때면 부모님 옆에 가 조용히 누워 잠이 듭니다. 이불 없이 새우잠을 자도 아침에는 이불이 제 몸을 감싸고 있습니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부모님이 덮어주셨다는 것을 압니다.

가족은 참 따뜻합니다. 편안하고 익숙하다 보니 종종 싸우기도 하지만, 서로에게 기쁨을 더하고 슬픔은 같이 나누니까요. 가족 중 한 사람이라도 힘들면 걱정해 주고 진심 어린 조언을 나눕니다. 그 모습에 마음이 뭉클하고 또 힘이 납니다.

하늘 가족도 마찬가지겠지요. 철없는 투정도 사랑으로 감싸주시는 하나님, 함께해서 든든한 형제자매들. 하늘 가족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행복을 누리고 싶습니다. 따뜻한 하늘 고향집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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