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저녁에 외출하려는데, 출장을 갔다 온 아빠가 어김없이 군밤을 내밀었다.
‘또 군밤이네.’
별로 입맛이 당기지 않았다. 얼른 먹으라는 아빠에게 알겠다고 대답만 하고 한쪽에 치워놨다.
집에 돌아와 보니 식탁에 군밤이 그대로 있었다. 엄마와 군밤을 나눠 먹으며 말했다.
“아빠는 왜 출장만 갔다 오면 군밤을 사 올까?”
“네가 좋아하니까.”
“아….”
엄마 말이 맞았다.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집에 있는 밤은 모두 내 차지였다. 그만큼 밤을 좋아했다. 아빠는 밤을 좋아하던 어린 나를 떠올리며 내가 열여덟 살이 된 지금까지 매번 휴게소에 들러 밤을 사 왔을 것이다. 아빠의 마음을 까맣게 모른 채 나는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군밤만 먹었다.
또다시 아빠가 군밤을 들고 오는 날, 아빠와 함께 군밤을 먹으며 언제 어디서나 나를 생각해 줘서 감사하다고 말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