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이 내 물건을 옮겨주고 떠난 후, 새집에 홀로 있으니 행복했다. 잔소리 들을 일도 없었다.
몇 시간이 흘렀다. 왠지 외로웠다. 가구도 없고, 가족도 없고, 와이파이도 안 되니 정말 할 일이 없었다. 시간이 무의미하게 흘러갔다. 점점 새집이 감옥같이 느껴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깨끗해 보이던 하얀 벽지는 감옥의 벽 같았고, 높이 달린 창문은 누군가 감시하려고 뚫어놓은 창 같았다.
이런저런 상상으로 공포에 사로잡히던 그때, 거짓말처럼 내 끼니를 챙겨주려 부모님이 오셨다! 정말 반가웠다. 나는 부모님을 졸졸 따라다녔다. 무뚝뚝한 내가 계속 붙어 있으니 부모님이 몹시 당황하셨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부모님이 오신 뒤에야 감옥 같던 공간이, 비로소 따뜻한 ‘집’이 되었다.
사실 고등학생이 되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현저히 줄었다. 가족과 마주할 일도 거의 없어 집을 그저 ‘잠자는 곳’으로만 생각했다. 짧은 독립(?)을 통해 알았다. 가족이 함께하는 집이 가장 따뜻하고 편안한, 집다운 집이라는 것을.
이제 가족 모두 새집에서 지낸다. 학교생활이 바쁘더라도 가족들과 자주 대화하고, 작은 일에도 감사 인사를 빠트리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우리 가족의 구성원으로 태어난 것은 큰 행운이다. 소중한 가족 그리고 가족과 함께하는 집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늘 소중히 여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