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탕 토론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갑자기 한 주제로 떠들썩해졌습니다. 주제는 ‘가족과 감자탕 먹을 때 뼈를 직접 발라 먹는가’였습니다.
“당연히 내가 발라 먹지! 고등학생이나 돼서 부모님이 발라 주신 고기를 먹어?”
“나는 동생이 둘이라 부모님은 동생들 고기 발라주시고, 내 건 내가 발라 먹어.”
“난 부모님이 해주시는 게 당연한 줄 알았는데.”
외동딸인 저는 부모님이 발라주신 고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먹는 쪽이었습니다. 부모님은 음식에 뼈나 가시가 있으면 살코기만 잘 발라 제 밥 위에 얹어주셨습니다. 이를 얼마나 당연하게 여겼는지, 초등학생 때 급식으로 나온 생선을 발라 먹지 못하고 버린 후에야 부모님께 생선 가시 바르는 방법을 처음 배웠습니다.
생각해 보면 가족 식사는 항상 제 위주로 정해졌습니다. 양식을 먹으러 가면 제가 못 먹는 조개가 든 봉골레 파스타는 주문한 적이 없고, 중식을 먹으러 가도 제가 좋아하지 않는 탕수육 같은 메뉴는 시키지 않았습니다. 또 부모님은 항상 제 음식부터 챙겨주시고, 제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아낌없이 제게 주셨습니다. 떡볶이의 떡, 찜닭의 당면, 짜장면 속 작은 완두콩까지도요. 저를 얼마나 곱게 키워주셨는지 확실히 느꼈습니다.
저도 매사에 부모님을 먼저 생각하고 행동하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러면 다시 감자탕 토론이 벌어졌을 때 당당히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나는 내가 부모님께 고기 발라 드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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