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기회의 시간

저는 고등학교 2학년입니다. 학생부 생활 5년 차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제대로 보낸 시간은 2년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신입생 때 많은 경험과 추억을 쌓았습니다. 학생부의 모든 것이 낯선 저를 위해 언니 자매님들이 사랑과 관심을 가득 주었고, 그 덕분에 금방 적응해 학생부 활동에 활발하게 참여했습니다.

중1, 처음 참가한 학생 성경 발표력 경연대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다른 학생들이 발표를 워낙 잘해서 제 순서가 다가올수록 부담됐습니다. 발표를 시작하고도 긴장이 가시지 않아 손이 떨리고 중간중간 머리가 하얘졌습니다. 여러 고비를 넘기고 겨우 발표를 마무리하는 순간, 모든 학생이 일제히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생각지 못한 격려에 어안이 벙벙하고 부끄러운 동시에 뿌듯했습니다. 발표를 더 열심히 연습해서 친구들에게 진리를 알려줘야겠다는 소망이 싹텄고요.

얼마 후 하나님 은혜로 새 성전이 허락되었습니다. 두 당회가 합쳐져 학생들이 늘었습니다. 처음에는 서먹했지만 금세 친해져 함께 성가를 준비했습니다. 학생들과 마음을 모아 연습하는 시간이 재밌었지요. 성가를 설 때는 몹시 떨렸는데 모두의 목소리가 멋진 하모니를 이루자 긴장은 큰 감동으로 바뀌었습니다. 겨울방학에는 학생캠프를 하며 추억이 늘어났습니다. 다가오는 중학교 2학년 생활은 더욱 즐거울 거라 기대했습니다.

새 학기를 앞두고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했습니다. 예배가 온라인으로 전환되고 모든 학생부 활동이 중단되었습니다. 교회에 가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형제자매에 대한 그리움이 점점 커졌습니다. 옹기종기 둘러 앉아 성경 말씀을 살피고, 같이 밥 먹고, 힘든 일이나 기쁜 일을 서로 공유하며 힘을 얻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친한 학생들에게는 먹을 것을 나눠주며 잘해줬지만, 친하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쌀쌀맞게 대했습니다. 말을 잘 안 걸고, 어쩌다 이야기를 해도 상냥하지 못했습니다.

‘내 모난 말들이 자매님들에게 얼마나 상처가 됐을까?’

너무 미안했고, 당장 만나 사과할 수 없어서 답답했습니다. 온라인 모임에서나마 잘해주고 싶어도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한계가 있었습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현장 예배가 재개되었습니다. 매일 교회에 올 때는 잘 몰랐는데 오랜만에 느끼는 편안함에 시온이 내 영혼의 안식처라는 사실이 가슴 깊이 와닿았습니다. 학생들을 다시 만났을 때는 반가움에 울컥했습니다. 용기를 내 친하지 않던 자매님들에게 먼저 다가갔습니다. 다시 만나면 잘해주겠다는 다짐대로 말을 온화하게 하고, 자매님들의 진리 말씀 발표도 적극적으로 경청했습니다. 만나지 못한 시간이 길었던 만큼 자매님들이 애틋하게 느껴지고, 이렇게 직접 마음을 표현할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헤어짐은 저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제가 당연하게 누리던 일상이 사실 하나님의 축복이었다는 것과, 내 곁에 있는 형제자매가 어느 한 사람 빠짐없이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요. 이 교훈을 잊지 않고 지금은 학생부 동생들을 살뜰히 돌보고 있습니다. 동생 자매님들이 학생부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다정히 말을 붙이며 저만의 성경 공부 노하우도 전수해 줍니다. 가끔 남을 챙기는 일이 힘들거나 버겁게 느껴지면 저의 신입생 때를 떠올립니다. 장난꾸러기였던 저를 선배들이 사랑으로 품어준 만큼 저도 똑같이 베풀려고 노력합니다.

또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지금 주어진 이 시간에 힘껏 내 형제자매를 사랑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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