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아프지 않고 무사히 초·중·고 시절을 보낸 후 부산에서 전투 경찰로 2년 2개월 복무했다. 군 생활을 하면서 평생 마실 최루가스를 다 마셨다고 한다. 제대하고 직업훈련원에서 2년 동안 기술을 배워 전산응용가공산업기사 2급을 취득해 지금까지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Episode 1
아빠가 어릴 때 어떤 일로 울고 나서, 할머니가 저녁밥을 지으셨다. 할머니는 아빠가 혹여 체할까 싶어 숟가락에 밥을 조금만 퍼서 먹여주셨는데 아빠는 “밥이 너무 조금이잖아요”라며 다시 울었다고 한다.아빠는 지금도 밥을 굉장히 좋아한다. 밥맛이 없다고 하면 엄마와 내가 깜짝 놀라 아픈 게 아닌지 걱정할 정도다. 늦은 시간에도 밥은 꼭 챙겨 드신다. 밥심이 아빠가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이유 같다. 그런 아빠가 요즘 아픈 곳이 많다고 한다. 아빠가 건강했으면 좋겠다.
Episode 2
지금의 큰 체격과 달리 초등학생 때는 날렵해 육상 선수를 했다. 1학년 체육대회에서 이어달리기 마지막 주자를 맡아 반 친구들이 아빠만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데, 아빠는 100m를 뛰는 동안 세 번이나 넘어졌다. 처음은 본인 다리에 걸려 넘어지고, 급한 마음에 계속 넘어져 결국 꼴등으로 들어왔다.당시 친구들의 반응은 생각나지 않는다고 한다. 아빠를 원망하는 친구들이 있었을 테니 기억하지 못하는 게 다행인 것 같다.
나는 밖에서 특별하고 재미있는 경험을 하면 아빠에게 말한다. 하지만 아빠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은 적은 처음이었다. 아빠도 잘 기억나지 않는 어린 시절을 다시 추억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한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처럼 아빠와 나는 똑 닮았다. 아빠의 어릴 적 사진을 보고 “이거 저잖아요”라고 말할 만큼 외모가 똑같고, 밥 좋아하고, 실수하면 조급해하고, 소심한 성격까지 비슷하다. 진하고 강한 유전자로 이어진 아빠와 나는 서로에게 정말 소중한 존재다.
표현은 안 해도 묵묵히 우리 가족을 이끌어주는 아빠. 아빠에게 늘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