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의 이름보다 ‘윤아 엄마’로 자주 불리는 우리 엄마.
가족을 지키는 든든한 ‘슈퍼히어로’ 우리 엄마.
오늘은 멋진 우리 엄마의 추억과 속마음을 들여다보려고 한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저는…(부끄러움) 하나님의 교회에 다니는 홍순희 자매입니다.으하하하!(나도 부끄러움) 엄마는 형제가 몇 명 있어요?
하늘 형제자매는 아주 많고, 친형제는 1남 4녀야. 그중에서 막내이고.형제들과 싸우지 않고 잘 지냈나요?
아니지. 시시때때로 싸웠지. 말투 같은 사소한 걸로. 싸우고 나면 짜증이 나다가도 괜히 그랬다 싶어서 후회했어.기억에 남는 어린 시절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요즘은 어딘가에 박혀서 놀지만 예전에는 밖에서 참 많이 놀았어. 하루는 작은 다리 위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다가 속도를 늦추지 못하고 다리 밑으로 넘어져서 물에 빠졌는데… 으으, 살이 다 까졌어. (저런….)외갓집에 가면 버스도 잘 안 다닐 만큼 마을이 작잖아? 엄마 어릴 때 엄마 또래는 남자아이들밖에 없었어. 동생, 언니 들은 있었는데. 다 같이 모여서 놀았지. 거기서 엄마가 골목대장이었다! 엄마는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엄마가 친구한테 나랑 놀려면 숙제하고 오라고 혼냈다나 봐. 그래서 친구가 숙제 다 끝내고 엄마랑 놀았대. 아, 엄마가 엄마 사촌 동생하고 정말 잘 놀아줬어. 오죽하면 사촌 동생이 이상형을 엄마라고 했을까. 크크.
또 생각나는 일이 있나요?
엄마 별명이 ‘라면’이었거든? 몰래 가게 가서 할머니(엄마의 엄마) 이름으로 외상 달고 라면 먹어서. 크크크. 산에 가서 칡뿌리 캐 먹고, 벚나무 열매 먹고, 새콤한 맛 나는 식물도 먹고 놀았지. 할아버지(엄마의 아빠)가 개구리랑 메뚜기 잡아오면 튀겨 먹었고. 할머니는 갖은 야채를 다 갈아서 설탕 넣고 야채튀김을 해주셨는데 진짜 맛있었어. 이모(엄마의 언니)들도 그게 제일 기억에 남는대. 할머니 요리 솜씨가 지금도 좋지만 전에는 더 굉장하셨지.아, 언젠가 꼭 물어보고 싶었던 건데 엄마 요리도 항~상 맛있어요. 그 비법은?
하하하! 하나님 은혜입니다!아멘! 그럼 엄마는 할머니 요리 중 무엇이 가장 맛있나요?
김치! (김장 김치?) 아니. 열무김치, 깍두기, 총각김치, 백김치, 음… 동치미. 그리고 오이소박이?!엄마만큼은 못하겠지만 만약 제가 엄마한테 요리를 대접한다면?
오~ 너무 황송하지요! 맛있지 않아도 (뜨끔) 그 정성과 사랑이 너무 좋을 것 같아!알겠습니다! 외할머니에 관한 추억이 더 있나요?
소풍날이면 다른 친구들은 부모님이 데려다주셨는데 엄마는 할머니가 일을 다니시니까 항상 혼자 갔어. 대신에 할머니가, 고기를 잔뜩 넣고 시금치 대신 비름나물을 넣은 ‘고기김밥’을 맛있게 해주셨다.엄마 고등학교 입시 때문에 중학교 때 할머니가 처음으로 학교에 오셨어. 검정 치마에 블라우스를 입고 오셨지. 할머니가 엄마를 늦게 낳아서 친구 엄마들보다 나이가 많으셨는데, 할머니는 엄마가 창피해할까 봐 걱정하셨대. 엄마는 그 걱정이 잘 이해되지 않았지. 할머니가 창피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친구들이 “너희 엄마 세련되셨다”라고 말했거든. 할머니는 잔소리가 딱히 없으셨어. 엄마가 다 알아서 하니까 챙길 게 없었대. 사실 엄마는 낯가림이 심하고 친한 단짝 친구도 없었어. 하지만 자존감이 높고 독립심도 강했지.
그렇군요. 이번에는 질문을 바꿔서, 저를 처음 봤을 때 기억나요?
크하하하! 태어났을 때? 아니지, 태아 사진으로도 봤지! 내 몸속에 생명이 있다는 게 신기하고, 부담되고 걱정도 되고 그랬어.지금 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까지 잘해줬고 잘 커주었어. 한 가지 부탁할 게 있다면, 음… 말? 살다 보면 사람 사이의 말 때문에 감정의 수위가 높아지고는 해. 화나는 일이 있어도 말하기 전에 화를 참고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하면 다툼이 줄지 않을까? 처음부터 무턱대고 화내지 말고 일단 좋게 이야기하자는 거지. 사실 엄마가 너희들 앞에서 더 말조심해야 했는데, 내 탓이구나 싶기도 해서 미안해. 다른 것들은 이미 알아서 잘해주고 있어서 고마워.그동안 불효녀였다면 이제는 효녀 될게요!
하하하, 불효녀라고는 안 했어~. (안심) 하나 더 바란다면 아빠가 집에 오시면 “오늘도 수고하셨어요!”라고 한마디 건네면 좋겠어. 아빠도 내심 바라실 거야. 당연히 처음은 힘들겠지만, 하나님께서 가족의 사랑과 화평을 원하시니까 함께 실천해 보자. 딱 이 두 가지만 부탁할게. 진짜 끝!끝! ヾ(≧ ▽ ≦)ゝ
아침마다 피곤한 몸을 일으켜 3남매의 아침밥을 챙겨주고, 학교에 늦지 않게 매일 데려다주고, 즐겁게 수다 떨며 고민도 들어주는 우리 엄마는 항상 가족을 위해 만능이 되는 ‘우리 집 슈퍼히어로’다. 그런 엄마가 누군가를 그리워하거나 무언가에 속상해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또 엄마가 외할머니의 음식을 그리워한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더구나 나의 강한 말투가 엄마 탓인 것 같아 미안하다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아빠에게도 죄송했다. 아빠는 일요일에도 쉬지 않고 집을 깔끔하게 청소하고, 휴가 때나 놀러 갈 때면 운전을 도맡아 우리 가족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신다. 평소에도 내가 갖고 싶은 것, 가족들이 원하는 것을 다 해주려고 애쓰신다. “수고하셨어요!” 하며 딸이 반겨주기를 아빠가 바라신다는 것을 나는 진작 알았다. 그러나 쑥스럽다는 이유로 모르는 척, 그 짧은 한마디를 하지 못했다.
엄마! 앞으로 엄마가 부탁한 것들 잘 실천할게요!
아빠!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