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따스하게 비추는 불빛
엄마가 장례식장에 가서 하룻밤을 지내신 날이 있습니다. 그날의 느낌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집이 너무 쌀쌀하고 휑했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돌아온 후 집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습니다. 썰렁하던 집이 온기가 돌고 환해졌습니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옷가지와 물건들도 척척 정리되었습니다.몇 년 전 엄마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비슷했습니다. 제 경험상 최장 기간 엄마의 부재였습니다. 여지없이 집은 조용했고 제 기분은 가라앉았습니다. 배달 음식과 냉장고에 있는 것들로 대충 끼니를 때우니 엄마가 해주던 따듯한 집밥이 떠올랐습니다. 잘 자라고 인사해 주는 사람이 없어서 잘 때도 허전했습니다.
엄마가 없는 집은, 밤에 꼭 있어야 하는 불빛이 없는 것 같습니다. 엄마는 집을 따습게 비추는 불빛 같은 분입니다.
2. 건강을 책임지는 요리사
엄마는 우리 가족의 건강을 책임지는 요리사입니다. 인스턴트식품은 되도록 피하고 건강한 음식들을 맛있게 차려주십니다. 심지어 인스턴트식품도 엄마 손을 거치면 균형 잡힌 식사가 됩니다. 예를 들면 라면을 끓일 때 양파, 파, 숙주 등 채소를 수북이 넣으십니다. 다른 음식에도 채소를 많이 넣으시는데 채소를 많이 넣는다고 맛이 없는 게 아닙니다. 엄마의 손맛이 담긴 음식은 건강하면서도 맛이 일품입니다. 막내 이모는 결혼하기 전 엄마가 보내주는 반찬으로 식사하거나 저희 집에 와서 함께 밥을 먹었습니다. 결혼 후에는 엄마의 요리 내공(!)을 전수받고 있습니다.3. 모두의 상담사
저는 어려움이 생기면 엄마에게 털어놓습니다. 그러면 엄마는 인생 경험을 토대로 함께 고민해 주십니다. 제가 속상하거나 억울한 일이 있어 울면 엄마는 저를 위로하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방법을 제시해 줍니다. 엄마의 조언 덕분에 해결책이 없어 보이는 문제도 잘 헤쳐나갈 수 있습니다. 저 외에도 아빠, 이모들까지 엄마에게 고민 상담을 합니다. 엄마는 가족 모두의 상담사입니다.이렇듯 엄마는 정말 소중하고 필요한 존재입니다. 그러나 저는 종종 엄마의 소중함을 잊습니다.
온라인 수업을 할 때 엄마가 점심시간이 끝나기 10분 전에야 밥을 해준 적이 있습니다. 엄마는 제게 미안하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엄마는 다른 일을 하느라 바빴고, 저는 10분이면 밥을 다 먹을 수 있었는데도 엄마에게 무작정 짜증을 부렸습니다. 딸에게 맛있는 밥을 해주려고 한 엄마의 마음이 저 때문에 많이 상했을 것입니다.
또 저는 청소, 빨래, 설거지 등 집안일은 엄마가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했습니다. 집안일이 많아도 엄마를 돕지 않은 것이 정말 미안합니다.
모든 어머니는 자녀를 사랑하고, 자녀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걱정합니다. 하지만 자녀들은 어머니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며 어머니의 마음을 아프게 할 때가 많습니다. 다시 한번 우리 가족에 없어서는 안 될 ‘어머니’의 소중함을 마음에 새깁니다. 이제는 그 사랑에 감사하며 효도하는 자녀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