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깊이

학업 스트레스, 인간관계 고민으로 자주 예민해졌습니다. 밖에서는 밝게 웃고 아무렇지 않은 척 지냈지만 집에 오면 바로 철없는 막내가 되어 모든 일에 예민하게 반응했습니다. 하루는 엄마가 물어보셨습니다.
“오늘 저녁 뭐 먹고 싶니?”
“치킨!”
언니는 치킨을 외쳤습니다. 저는 딱히 먹고 싶은 음식이 없었습니다. 치킨을 좋아하니 언니 말마따나 치킨을 시켜 먹었으면 되었을 겁니다. 그런데 왜인지 거슬렸습니다. 언니 의견으로 저녁이 정해지는 것이 싫고, 시끄럽게 저녁 메뉴를 고르는 분위기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싫어!”
엄마는 다시 물어보셨습니다.
“그럼 뭐가 먹고 싶니?”
할 말이 없었습니다. 대신 푹푹 한숨만 쉬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습니다. 엄마도 불편하셨는지 결단을 내리셨습니다.
“그럼 그냥 집에 있는 거 먹자.”
제 말 한마디와 행동으로 언니는 먹고 싶어 했던 치킨을 먹지 못했고, 즐겁고 화목했던 집안 분위기는 순식간에 가라앉았습니다.
하루가 지났습니다. 제게 화나고 실망했을 가족들이 신경 쓰였습니다. 밖에 나와서도 온갖 걱정이 들었습니다.
‘어제 일로 분위기가 계속 안 좋을까?’
‘전화했는데 말투가 딱딱하면 어떡하지?’
저녁에 학원을 마치고 집에 갈 시간이었습니다. 평소처럼 아빠는 제가 추울까 봐 데리러 와주셨습니다. 집에 도착했을 때 엄마는 평소처럼 반갑게 맞으며 저녁밥을 차려주고, 언니도 평소처럼 장난스레 말을 걸었습니다.
가족이라도 실망하고 밀어내고 화낼 수 있었을 텐데 다들 제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고맙고 미안했습니다.
‘가족이란 이런 걸까?’
미움이 바람처럼 사라질 수 있는 관계가 가족인가 봅니다. 가족 간의 사랑은 익숙함 속에 숨어 있고, 그 깊이는 가늠할 수 없습니다.
저는 하늘 가족의 일원이기도 합니다. 영의 부모님은 자녀들이 하늘에서 용서받지 못할 큰 죄를 지었지만, 죄는 덮어주시고 구원의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하나님의 한없는 사랑 안에서 아옹다옹하던 형제자매들도 사랑으로 연합합니다.
제가 받는 사랑의 넓이와 높이와 깊이는 측량할 수 없습니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것을 놓치지 않도록 내 곁의 가족들을 언제나 아끼고 사랑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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