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미야, 엄마 아빠 보고 싶지?”
“네! 그래도 참을 수 있어요. 이제 두 밤만 자면 돼요. 아! 오늘 자고 나면 한 밤이다!”
“그래그래, 우리 보미 참 잘 견딘다.”
“그런데 할머니!”
“응?”
“저는 할머니랑 있는 것도 좋아요. 할머니도 우리 집 가서 같이 살아요.”
“에구, 내 새끼. 어찌 이렇게 말을 예쁘게 할까.”
할머니는 또 껄껄 웃었습니다.
“할머니는 우리 집 싫어요?”
“할머니야 우리 보미 있고, 너희 엄마 있는 데는 다 좋지. 그런데 할머니는 여기서 오래 살아서 다른 데 가면 답답해. 그리고 할머니가 여기 있어야 쌀도 생기고 고구마도 생기고 해서 보미한테 보내주지.”“음…. 알았어요. 그런데 할머니, 저 가면 뭐하고 놀아요? 겨울에는 물도 얼고, 꽃도 없어서 밖에 나가도 심심하잖아요.”
“왜 꽃이 없어? 이거 아니? 눈도 꽃이란다. 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꽃 같아. 그래서 눈꽃이라고 하지. 세상을 하얗게 만드는 꽃. 금방 사라지지만.”
“와! 저도 눈 좋아요!”
“그래, 그렇게 좋은 것, 예쁜 것을 찾다 보면 마음이 늘 기쁘지. 그래도 심심하면 보미한테 전화할게.”
“할머니! 안 심심해도 저한테 전화해요. 매일이요!”
“그래그래.”
할머니와 보미는 꼭 안고 잠이 들었습니다.
엄마가 오기로 한 날입니다. 보미는 작은 돌멩이를 모아 마루 위에서 공기놀이를 했습니다. 할머니가 알려준 놀이입니다. 다섯 알의 돌멩이를 위로 던져 손등으로 받았습니다. 두 알이 올라왔습니다. 그때 익숙한 차 소리가 났습니다. 엄마였습니다. 보미는 바로 뛰어나갔습니다. 엄마도 뛰어와서 보미를 안았습니다. 할머니가 마당으로 나왔습니다.
“오느라 고생했다.”
“엄마, 보미 보느라 힘들었죠?”
“아이고, 힘들긴! 매일매일이 봄날이더라. 잘 놀고 잘 먹고, 말은 또 얼마나 잘하던지!”
엄마와 보미는 할머니가 차려준 푸짐한 점심을 먹었습니다. 할머니와 엄마는 계속 이야기했습니다. 오빠는 어떤지, 병원은 어땠는지, 아빠 일은 괜찮은지…. 보미는 다 알아들을눈ㄲ 수 없었지만 엄마랑 할머니랑 같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할머니는 엄마 차에 많은 것을 실었습니다. 보미가 좋아하던 곶감도 한 바구니 싸주었습니다. 오빠와 사이좋게 나눠 먹으라고 했습니다. 보미는 할머니 품에 오래도록 안겼다가 할머니 손에 쪽지를 건넸습니다. 엄마가 설거지하고 할머니가 음식을 싸는 동안 보미가 방에서 크레파스로 쓴 편지입니다.
딸과 손녀를 떠나보낸 할머니는 마루에 앉아 쪽지를 펼쳤습니다. 삐뚤빼뚤한 손녀의 글씨가 보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