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 下

할머니 집은 신기했습니다. 보미 집보다 허름하고, 냉장고도 작은 것 같은데 맛있는 음식이 계속해서 나왔습니다. 곶감도 맛있고 고구마도 맛있고 귤도 맛있었습니다. 보미가 할머니 집에 와서 처음 들었던 새소리의 주인공도 알았습니다. 직박구리였습니다. 이름이 너무 귀여웠습니다. 이 겨울에 직박구리 집은 어디에 있을까요? 보미는 직박구리 집에 모여 있는 아빠 직박구리, 엄마 직박구리, 오빠 직박구리, 동생 직박구리 그림도 그렸습니다. 할머니와 단둘이 있어도 재미있었습니다. 밤에는 매일매일 엄마 아빠와 통화했습니다. 엄마 아빠는 할머니가 보미 칭찬을 많이 한다고, 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 보미는 눈물이 났습니다. 통화를 마치면 이불에 누워 할머니에게 엄마 아빠와 한 말을 조잘댔습니다.
“보미야, 엄마 아빠 보고 싶지?”
“네! 그래도 참을 수 있어요. 이제 두 밤만 자면 돼요. 아! 오늘 자고 나면 한 밤이다!”
“그래그래, 우리 보미 참 잘 견딘다.”
“그런데 할머니!”
“응?”
“저는 할머니랑 있는 것도 좋아요. 할머니도 우리 집 가서 같이 살아요.”
“에구, 내 새끼. 어찌 이렇게 말을 예쁘게 할까.”
할머니는 또 껄껄 웃었습니다.
“할머니는 우리 집 싫어요?”
“할머니야 우리 보미 있고, 너희 엄마 있는 데는 다 좋지. 그런데 할머니는 여기서 오래 살아서 다른 데 가면 답답해. 그리고 할머니가 여기 있어야 쌀도 생기고 고구마도 생기고 해서 보미한테 보내주지.”“음…. 알았어요. 그런데 할머니, 저 가면 뭐하고 놀아요? 겨울에는 물도 얼고, 꽃도 없어서 밖에 나가도 심심하잖아요.”
“왜 꽃이 없어? 이거 아니? 눈도 꽃이란다. 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꽃 같아. 그래서 눈꽃이라고 하지. 세상을 하얗게 만드는 꽃. 금방 사라지지만.”
“와! 저도 눈 좋아요!”
“그래, 그렇게 좋은 것, 예쁜 것을 찾다 보면 마음이 늘 기쁘지. 그래도 심심하면 보미한테 전화할게.”
“할머니! 안 심심해도 저한테 전화해요. 매일이요!”
“그래그래.”
할머니와 보미는 꼭 안고 잠이 들었습니다.

엄마가 오기로 한 날입니다. 보미는 작은 돌멩이를 모아 마루 위에서 공기놀이를 했습니다. 할머니가 알려준 놀이입니다. 다섯 알의 돌멩이를 위로 던져 손등으로 받았습니다. 두 알이 올라왔습니다. 그때 익숙한 차 소리가 났습니다. 엄마였습니다. 보미는 바로 뛰어나갔습니다. 엄마도 뛰어와서 보미를 안았습니다. 할머니가 마당으로 나왔습니다.
“오느라 고생했다.”
“엄마, 보미 보느라 힘들었죠?”
“아이고, 힘들긴! 매일매일이 봄날이더라. 잘 놀고 잘 먹고, 말은 또 얼마나 잘하던지!”
엄마와 보미는 할머니가 차려준 푸짐한 점심을 먹었습니다. 할머니와 엄마는 계속 이야기했습니다. 오빠는 어떤지, 병원은 어땠는지, 아빠 일은 괜찮은지…. 보미는 다 알아들을눈ㄲ 수 없었지만 엄마랑 할머니랑 같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할머니는 엄마 차에 많은 것을 실었습니다. 보미가 좋아하던 곶감도 한 바구니 싸주었습니다. 오빠와 사이좋게 나눠 먹으라고 했습니다. 보미는 할머니 품에 오래도록 안겼다가 할머니 손에 쪽지를 건넸습니다. 엄마가 설거지하고 할머니가 음식을 싸는 동안 보미가 방에서 크레파스로 쓴 편지입니다.
딸과 손녀를 떠나보낸 할머니는 마루에 앉아 쪽지를 펼쳤습니다. 삐뚤빼뚤한 손녀의 글씨가 보였습니다.

온 세상에 하얀 꽃이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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