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예쁜 옷 下

다음 날, 소냐네 교실이 소란스러웠어요.
“나 이제 안 해! 공주 드레스 만들기 너무 어려워!”
제이든이 실뭉치를 교실 바닥에 던지며 투덜거렸어요. 다른 배역의 의상은 거의 다 만들었지만 공주 드레스는 겨우 형태만 잡았거든요.
“주인공 옷인데 안 만들면 어떡해.”
“선생님도 계속 도와주시던데 제대로 좀 해봐.”
“며칠 있으면 연극제인데….”
엘레나가 아이들을 진정시켰어요.
“얘들아, 의상 팀이 방과 후에도 남아서 열심히 만드는 거 다들 알잖아. 연극제까지는 잘 마무리할 거야. 나머지 애들은 의상 입고 연습 시작하자. 소냐, 아직 덜 만든 드레스라도 입고 해볼래?”
“응!”
소냐는 드레스가 미완성이라 조금 크기는 했지만 마음에 들었어요. 처음 입어보는 드레스였으니까요. 소냐는 한껏 들떠서 연극 연습을 했어요. 공주 옷을 입었다 생각하니 진짜 공주가 된 것처럼 연기가 잘됐지요. 그런데 몸이 자꾸 간지러웠어요. 금방 가라앉을 줄 알았는데 드레스를 벗고 나서도 온몸이 가려웠어요.
집에 와서도 가려움은 가시지 않았어요. 어제 엄마와의 일이 떠올라 엄마에게 가렵다는 말도 못 하고 혼자 방에서 몸을 긁었어요. 마침 간식을 들고 방에 들어온 엄마가 소냐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소냐, 몸이 가려워?”
“네….”
엄마는 바로 소냐의 몸을 살폈어요. 소냐의 몸 군데군데 붉은 반점이 올라왔어요. 긁어서 상처가 난 곳도 있었지요.
“오늘 학교에서 뭐 했니?”
“연극제 연습했어요. 그런데 드레스 입고 나서부터 가려워요.”
“드레스?”
“연극제 때 입을 공주 드레스요. 학교에서 만들었거든요.”
“이런….”
엄마가 연고를 가져와 소냐 몸에 발라줬어요.
“엄마가 드레스 만들어줄게.”
“네? 엄마가요?”
“그래. 연극제 전까지만 만들면 되지?”
“괜찮아요, 연극제 날만 참으면 돼요. 이제 연극제까지 3일밖에 안 남았는걸요.”
“안 돼! 피부 덧나면 어쩌려고. 선생님께는 엄마가 말씀드릴게.”
엄마가 너무 단호하게 말해서 소냐는 더 이상 대꾸하지 못했어요. 소냐는 불안했어요. 엄마가 촌스럽고 안 예쁜 드레스를 만들까 봐요.
드드드드드
엄마는 다음 날부터 가게 문을 열지 않고 소냐의 드레스를 만드는 데 전념했어요. 연극제 전날 밤까지 엄마는 잠도 자지 않고 재봉틀을 돌렸어요. 소냐는 엄마를 몰래 지켜보며 마음속으로 드레스가 완성되지 않기를 바랐지요. 한숨을 쉬고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아빠가 불렀어요.
“내일이 연극제인데 기분이 어떠니?”
“많이 떨려요. 잘할 수 있을지도 걱정되고요.”
“네가 그동안 열심히 준비한 거 아빠 엄마는 잘 알아. 그 노력은 분명 돌아올 거야. 네가 잘할 수 있도록 엄마도 저렇게 열심이잖아?”
“네…. 그런데 엄마가 내일 아침까지 다 만들 수 있을까요?”
“물론이지. 네 옷이라면 언제든 뚝딱 만드니까.”
“그래도 드레스는 만들기 까다롭잖아요.”
“하하! 드레스만 그럴까, 네 옷은 전부 만들기 까다롭지.”
“네? 제 옷이요?”
“흠…. 네가 두 살 때였나? 선물 받은 옷을 입고 온몸이 붉게 부어오른 적이 있어. 그때 네 피부가 매우 예민하다는 걸 알았지. 그날부터 엄마가 네 옷을 직접 만들기 시작했단다.”
“정말요?”
“그래. 그냥 만들기만 한 게 아니야. 부드럽고 순한 원단을 찾으려고 안 가본 시장이 없을 정도였지. 피부에 자극 줄까 봐 박음질도 신경 써서 하느라 옷 하나 만드는 데 며칠씩 걸리고는 했어. 또 예쁜 거 좋아하는 여자애라고 디자인을 얼마나 따지던지. 뭐, 그래서 엄마가 옷 잘 만든다고 마을에 소문이 났지만.”
“엄마가 만들어준 옷만 입어서 제가 피부가 약한지 몰랐던 거예요?”
“맞아. 다 널 사랑하는 엄마 덕분이지.”
침대에 누운 소냐는 잠이 잘 오지 않았어요. 아침에는 누가 깨우지도 않았는데 눈이 떠졌지요. 1층으로 내려가자 엄마가 재봉틀 앞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어요.

“엄마?”
“어머나, 깜박 졸았네. 아침 차려줄게.”
“엄마, 밤새우신 거예요?”
“아니야. 이렇게 자고 있었잖니? 아참, 마무리.”
엄마는 드레스에 튀어나온 실밥 하나를 가위로 자르고 말했어요.
“자, 다 됐다!”
엄마가 의자에서 일어나 드레스를 들어서 보여줬어요. 어깨 부분을 망사로 감싼 노란 파스텔 톤의 드레스는 너무 예뻤어요. 학교에서 입은 드레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요.
“우아.”
소냐는 드레스를 품에 꼭 안았어요.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다. 그동안 소냐가 원하는 예쁜 옷 안 사주고 엄마가 만든 옷만 입혀서 많이 서운했지? 미안해, 더 예쁘게 만들어주지 못해서.”
“아니에요, 제가 죄송해요. 그날 기분이 안 좋아서 말을 심하게 했어요. 저 사실 엄마가 만들어준 옷이 제일 좋아요.”
엄마가 소냐를 꼭 안아주었어요.
“지금부터 ○○학교 연극제를 시작하겠습니다!”
소냐네 반 아이들이 차례를 기다리며 무대 뒤에 모였어요.
“와, 드레스 너무 예쁘다. 진짜 공주 같아!”
아이들이 드레스로 갈아입은 소냐를 보고 말했어요.
“이거 우리 엄마가 만들어주신 거야.”
“아, 이야기는 들었는데 이 옷이야? 너네 엄마 대단하시다.”
제이든이 눈치를 보며 소냐에게 다가왔어요. 클로에가 소리쳤어요.
“너 또 소냐 괴롭히러 온 거지? 저리 가!”
“아, 아니야. 사과하러 왔어.”
모두 눈을 크게 뜨고 제이든을 쳐다봤어요.

“옷 만들어보니까 얼마나 어려운 건지 알겠더라고. 사실 네가 입은 옷 이상해서 놀린 거 아니야. 공주 옷을 만드는 게 정말 힘들었거든. 네가 입을 옷이라서 괜히 너한테 심술을 부렸어. 미안해! 너희 엄마한테도….”
“풋, 그래. 알겠어.”
“얘들아, 이제 우리 차례야. 준비해!”
나무 역을 맡은 친구들이 무대로 나가며 커튼을 스치자 그 사이로 꽃다발을 들고 관람석에 앉아 있는 엄마 아빠가 보였어요. 소냐는 자신감이 샘솟았어요. 엄마가 만들어준 세상에서 가장 예쁜 옷을 입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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