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예쁜 옷 上

드드드드드
아침 일찍부터 소냐네 옷 가게에서 재봉틀 소리가 들려요. 소냐 엄마는 옷 만드는 솜씨가 좋기로 마을에서 유명해요. 열 살 소녀 소냐는 어릴 때부터 엄마가 만들어 준 옷을 입었지요.
“좋은 아침!”
옆 건물 빵집 테일러 부인이 빵을 들고 옷 가게로 들어왔어요.
“안녕하세요!”
“방금 구운 스콘 좀 가져왔어.”
“어머, 매번 감사해요.”
“이번에는 아이들 원피스 만드나 봐. 예쁘다. 근데 딱 보니까 소냐한테 어울리겠는데?”
“그래요? 여자아이 옷 만들 때는 소냐를 먼저 떠올리니까 자꾸 소냐한테 어울리는 옷만 만드네요.”
“소냐는 좋겠어. 엄마가 못 만드는 옷이 없으니.”
“저는 맛있는 빵을 잘 만드는 부인이 부러운걸요. 오늘 아침 식사 때 이 스콘도 같이 먹어야겠어요. 남편이랑 소냐가 좋아할 거예요.”
“좋아한다니 다행이네. 그럼 식사 맛있게 해.”
소냐 엄마는 테일러 부인을 배웅하고 곧바로 2층으로 올라갔어요. 1층은 옷 가게, 2층은 가족들이 사는 집이에요. 주방에서 핫케이크 굽는 향긋한 냄새가 풍겨왔어요. 소냐 아빠가 식사 준비를 하나 봐요.
“소냐! 일어나렴.”
엄마 목소리에 소냐가 두 눈을 비비며 방에서 나왔어요.
“아빠 엄마, 안녕히 주무셨어요.”
“그래, 잘 잤니? 오늘은 좀 늦게 일어났네?”
“소냐가 요즘 학교에서 연극제 준비한다고 피곤한가 봐요.”
“맞아요. 주인공이라 많이 신경 쓰여요.”
“잘할 거야, 소냐. 너무 부담 갖지 말고 재미있게 즐겨봐.”
“참, 이 스콘은 테일러 부인이 주신 거란다. 나중에 감사 인사 하렴.”
소냐가 아침을 거의 먹어갈 즈음, 밖에서 소냐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어요.
“소냐! 학교 가자!”
소냐와 가장 친한 친구 클로에예요. 소냐는 창문으로 달려가 클로에를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었어요.
“잠깐만! 금방 내려갈게!”
그러고는 부랴부랴 화장실로 달려가 대충 세수하고 방으로 들어갔어요. 거울 옆에는 밑단에 자수가 놓인 하늘색 원피스가 걸려 있었어요. 엄마가 만든 옷이에요. 다른 옷도 전부요. 엄마는 매일 소냐가 입을 옷을 거울 앞에 걸어놓지요. 소냐는 엄마가 만든 옷을 싫어해요. 친구들의 옷처럼 반짝이 구슬이나 리본이 달린 예쁜 옷을 입고 싶었거든요.

“싫은데….”
소냐는 입을 삐죽 내밀고 하늘색 원피스를 입었어요.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잘 다녀와.”
가게를 나온 소냐는 클로에와 학교로 향했어요.
“소냐, 오늘도 옷 예쁘다. 이것도 엄마가 만드셨지?”
“어? 응….”
소냐의 얼굴이 빨개졌어요. 클로에가 마치 “너 또 엄마가 만든 촌스러운 옷 입었구나”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요.
“여러분, 연극제가 며칠 안 남았으니까 이 시간에는 연극 연습을 하기로 해요.”
소냐네 학교는 매년 연극제를 해요. 아이들이 대본을 짜고 소품도 손수 만들지요. 소냐네 반은, 위기에 처한 나라를 공주와 백성이 힘을 합쳐 구하는 연극을 준비했어요. 인기 많은 공주 역은 가위바위보로 정한 건데 소냐가 이겼지 뭐예요. 소냐는 주인공이 되어 좋았지만 진짜 기쁜 이유는 따로 있었어요. 엄마가 만들어준 촌스러운 옷이 아닌, 예쁘고 화려한 공주 옷을 입기 때문이죠!
아이들은 책상을 교실 뒤쪽으로 밀고 앞으로 모였어요. 반장 엘레나가 말했어요.
“다들 대본은 외웠지? 공주와 백성3이 대화하는 장면부터 연습하자.”
소냐와 백성 역을 맡은 친구들이 교탁 앞에 모이고, 다른 친구들은 삼삼오오 흩어져 대사 연습을 하거나 소품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백성3, 시작!”
“공주님, 제발 저희를 도와주세요!”
“아, 그러면 내가 아, 아빠한테… 아니지, 아바마마께 말씀을….”
소냐는 긴장해서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어요.
“소냐, 말더듬이 역할 맡은 건 아니지?”
구경하던 제이든과 친구 몇몇이 깔깔대고 웃었어요. 소냐는 고개를 푹 숙였어요.
“이제 시작했는데 다들 왜 그래? 너희는 의상 팀이잖아. 비웃지 말고, 빨리 가서 옷 만들어야지!”
엘레나가 쏘아붙이자 제이든은 코웃음을 치며 아이들과 의상 팀 쪽으로 갔어요. 소냐는 자기 때문에 연극을 망칠까 봐 걱정되었어요. 하루 종일 풀이 죽어 있었지요.
수업이 마치고 소냐가 교실 청소 중인 클로에를 기다릴 때였어요.
“어? 재봉틀 옷만 입는 소냐다!”
제이든 무리가 소냐를 놀리며 다가왔어요.
“연극 때 공주 말고, 재봉틀 옷 입고 말더듬이 역할 하면 되겠다.”
때마침 청소를 끝내고 온 클로에가 소리쳤어요.
“너희들 선생님께 이를 거야!”
“소냐는 맨날 이상한 옷 입는대요~!”
제이든 무리는 혀를 삐죽 내밀고 더 큰 소리로 놀리며 사라졌어요.
“소냐, 쟤네 말 신경 쓰지 마. 너무 유치해!”
집으로 가는 내내 클로에가 위로했지만 소냐는 마음이 좋지 않았어요.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인 채로 집에 왔지요. 엄마는 1층 가게에서 손바느질을 하고 있었어요.
“소냐 왔니?”
“….”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이제 엄마가 만든 옷 입기 싫어요! 애들이 재봉틀 옷이라고 놀린단 말이에요. 저도 예쁜 옷 입고 싶다고요!”
소냐는 엄마에게 소리치고 2층으로 뛰어올라 갔어요. 엄마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의자에 앉아 소냐가 올라간 계단을 바라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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