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에야 갈릴레이가 주장한 지동설이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지만, 그 당시에는 온 우주의 중심은 지구이며 태양과 화성, 목성 등의 우주 천체가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는 천동설이 진리이며 상식이었다. 잘못된 상식이 진리로 둔갑해 진짜 진리를 가리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은 종종 상식이 곧 진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리와 상식은 엄연히 다르다. 진리는 ‘참된 이치 또는 참된 도리’라는 의미다. 말 그대로 거짓이 없는 진실이다. 상식은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이다.
많은 이가 인정하는 상식이라 해서 언제나 진리인 것은 아니다. 지동설을 거짓으로 만들었던 천동설처럼 말이다. 지금도 잘못된 상식이 진리를 가리는 오류는 일어나고 있다.
세계인의 축제일이라 불리는 12월 25일, 크리스마스. 많은 사람들은 이날을 예수님의 탄생일로 알고 있다. 그러나 12월 25일은 예수님의 탄생일이 아니다.
고대 로마에서는 12월 내내 태양신의 탄생을 축하하는 3대 축제를 열었다. ‘사투르날리아’, ‘시길라리아’, ‘브루말리아’로, ‘브루말리아’는 1년 중 해가 가장 짧은 동짓날인 12월 25일에 태양신의 탄생을 기념하는 축제였다. 이 전통이 로마 가톨릭에 유입되어 오늘날의 크리스마스가 된 것이다. 성경적으로 예수님이 탄생했던 시기가 이스라엘 목자들이 들판에서 양 떼를 길렀던 때(눅 2장 8~11절)라는 점을 감안할 때, 성경학자들은 3월에서 5월경으로 추정한다. 즉 12월 25일이 예수님의 탄생일이라는 상식은 사실이 아니다.
1930년, 천문학계가 떠들썩했다.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가 태양계의 새로운 행성을 발견한 것이다. 명왕성이라 이름한 이 행성은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을 잇는 9번째 태양계 행성으로 공식 인정됐다. 이후 태양계의 9개 행성은 상식이 되었다. 하지만 2006년, 국제천문연맹의 행성 분류법이 바뀜에 따라 명왕성은 행성의 지위를 잃고 왜소 행성으로 분류됐다. 76년간의 상식이 깨진 것이다. 8개 행성이 공전하는 태양계, 지금은 이것이 상식이다.
이 세상은 수많은 진리로 이뤄져 있다. 사람은 세상을 살아가며 진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얻은 일부분의 지식을 상식이라 부른다. 즉 사람이 보고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상식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상식은 사람의 생각과 추측이기에 주변 조건과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아예 잘못된 상식이 생기기도 한다. 이것이 사람의 한계다.
아직 인간이 다 이해하지 못한 무한한 진리는 신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이 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사실이다. 그러나 사람은 아무리 확실한 진리도 사람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히려 버릴 때가 있다. 상식이 고정관념처럼 머릿속에 박여 지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인정을 받지 못하더라도 진리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 변해야 할 것은 나 자신이다. 내가 알고 따르는 상식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살피고, 반드시 진리를 찾아 그 길로 따라야 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상식과 진리가 정반대라면 더더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