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별들의 가슴이 뛰는 소리가 들리시나요?
갓 태어나 희끄무레한 빛을 내는 아기별들은 자리 배정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생명이 충만한 대자연의 초원,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지는 우아한 설산, 광활한 대지 위로 모래가 날리는 구릿빛 사막, 푸른 물결이 요동치는 장엄한 바다···. 아기별들은 기대에 부푼 표정으로 자기가 가고 싶은 자리를 떠올렸습니다.

밝음이는 한시도 가만있지 않고 폴짝폴짝 돌아다니는 아기별에게 말을 붙였습니다. 아기별은 밝음이를 보고 활짝 웃으며 말했습니다.
“난 명랑이야. 만나서 반가워.”
“나도 반가워.”
밝음이와 명랑이는 구름 반죽으로 만든 벤치에 걸터앉았습니다. 명랑이는 벤치의 한 귀퉁이를 떼어 귀여운 새를 빚으며 밝음이에게 물었습니다.
“넌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니?”
“아니. 하지만 어디를 가든 무척 아름다운 곳일 거래.”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하던데?”
“무슨 소리야?”
명랑이는 주위를 살피며 목소리를 줄였습니다. 밝음이는 소곤거리는 명랑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도시라는 곳에 간 형이나 누나들은 엄청 고생한다고 들었어. 거긴 소음이 너무 심해서 항상 귀가 아프대. 그리고 그곳 사람들은 하늘을 잘 올려다보지 않을 정도로 삭막해서 별들이 많이 외롭다고 하더라고.”
“정말?”
“그래. 게다가 도시는 땅의 불빛이 너무 강해서 웬만큼 힘을 들여 빛을 내지 않으면 그냥 묻혀버린대. 거뭇거뭇 더럽고 이상한 구름도 우리 빛을 가려버린다는 거야.”
밝음이는 밤하늘을 장식할 별이 된다는 것이 매우 보람차고 뿌듯했습니다. 자신의 이름처럼 아주 밝은 별이 되고 싶었지요. 하지만 도시라는 곳으로 가게 되면 절대로 행복한 별이 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명랑아, 네 말이 사실이라면 정말 끔찍한 일이야. 난 도시로는 절대 가지 않겠어.”
밝음이가 침울해져 별빛이 약간 사그라지자 명랑이가 걱정스러운 마음에 밝음이를 안심시켰습니다.
“걱정하지 마. 도시는 아주 극소수의 별들만 가게 되니까.”
“명랑이 너와 내가 같은 장소에 배정받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너와 같은 하늘에 떠 있고 싶어.”
두 아기별은 손을 꼭 맞잡고 웃었습니다.
“얘들아! 어서 와봐. 지금 너희가 배정받을 자리가 나왔어!”
어떤 별 하나가 소리쳤습니다. 밝음이와 명랑이가 단숨에 달려갔습니다.
명단이 적힌 두루마리를 든 별 주위에는 아기별들이 몰렸습니다. 그 별은 아기별들과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환한 빛을 내뿜어 무척 눈부셨습니다. 이미 하늘에서 제 몫을 다하고 있는 큰별이었습니다.
큰별은 아기별들이 모두 모인 것을 확인한 뒤 두루마리를 멋지게 촤라락 펼쳤습니다.
“모두 조용! 지금부터 너희들이 가게 될 자리를 알려줄게. 모두 조용! 집중해야 해.”
“네!”
큰별이 목을 큼큼 가다듬고 이름을 하나씩 불렀습니다. 밝음이는 자기 이름이 불리기를 초조하게 기다렸습니다.
“명랑이는 북극의 빙산 절벽으로 가렴.”
“야호!”
근사한 장소로 배정받게 된 명랑이는 탄성을 질렀습니다. 정말 기뻐하는 표정이었습니다.
“명랑아, 잘됐다. 넌 잘할 수 있을 거야.”
“고마워, 밝음아. 너도 틀림없이 좋은 곳으로 갈 거야.”
호명된 아기별들은 차례차례 배정된 하늘로 날아갔습니다. 이제 아기별들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밝음이는 잔뜩 긴장한 채 큰별을 올려다보았습니다.
큰별은 모든 아기별이 사라지고 나서야 밝음이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밝음이가 배정된 곳은 도시구나.”
“도시요?”
밝음이는 깜짝 놀랐습니다. 하필이면 도시로 가다니, 밝음이의 커다란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제가 뭘 잘못한 거죠? 전 도시가 싫어요. 저도 명랑이와 함께 북극으로 가면 안 되나요?”
“밝음아, 그건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냐. 그리고 도시의 하늘도 충분히 즐거운 곳이야.”
“아뇨, 그렇지 않아요. 언니는 도시로 가지 않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거라고요.”
밝음이는 목 놓아 울었습니다.
“아니야. 나도 도시 별인걸.”
“···네?”
이렇게 환하고 예쁜 별이 도시의 별이라니요? 밝음이는 울음을 멈추고 큰별을 올려다보았습니다.
“나는 영롱이라고 해. 도시에서 일하고 있지. 분명 도시는 밝음이 마음에 들 거야. 언니가 바래다줄 테니 함께 가자.”
영롱이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밝음이를 달랬습니다.
“별로 태어난 이상 어디에 있건 자신의 역할을 다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빛을 영영 잃어버리고, 하늘에 떠 있을 수 없게 돼.”
밝음이는 화들짝 놀라 영롱이의 손을 잡았습니다. 도시가 싫지만 별빛을 잃어버리는 것은 더욱 싫었습니다. 밝음이는 영롱이를 따라 도시로 향했습니다.
처음 본 도시는 어지럽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자동차의 경적 소리와 네온사인의 현란한 빛은 밝음이의 정신을 쏙 빼놓기에 충분했습니다.
밝음이는 매달리듯 영롱이를 붙잡았습니다.
“언니, 무서워요.”
“무서울 것 없어. 자, 바로 여기가 밝음이 네 자리야.”

밝음이는 다른 큰별을 찾기 위해 고개를 휘휘 돌려 주변을 살폈습니다. 하지만 다들 너무 멀리 있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도 이야기를 나눌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도시에는 극소수의 별들만이 배정받는다는 명랑이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다른 별과 서로 의지할 수 없이 밤에 항상 외롭게 일해야 한다는 생각에 밝음이는 몹시 속상했습니다.
‘반짝이는 바다의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돌고래, 울창한 나무들 사이를 넘어 다니는 장난꾼 원숭이, 뒤뚱뒤뚱 빙판 위를 걸어 다니는 귀여운 펭귄들과 초원을 가로지르는 날랜 가젤들···. 도시만 아니었으면 그런 동물들을 볼 수 있는 곳에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거야. 거기는 별들도 아주 많아서 옹기종기 모여 함께 일한다던데. 별들이 모여 만든다는 은하수 강물은 얼마나 예쁠까?’
밝음이의 눈가가 촉촉이 젖어 들었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