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내 동생 下

어린이집은 일요일이라 문이 닫혀 있다.
“미소야, 미래야!”
도대체 어디를 간 거지? 가족이랑 갔던 돈가스집, 쌍둥이를 귀여워하시는 횟집 할머니네… 아무리 뒤져봐도 쌍둥이는 그 어디에도 없다.
삐용- 삐용-
구급차와 경찰차가 나란히 지나간다. 설마 쌍둥이한테 사고가 났으면… 나쁜 아저씨가 데려갔으면…. 무섭다.
“미소야! 미래야! 어디 있어!”
내가 열다섯 살 때, 아빠가 나에게 물었다.
“미주야. 만약에 쌍둥이가 사라진다면 미주는 어떡할래?”
“쌍둥이가 왜 사라져?”
“만약에 말이야.”
“그냥 내버려 둘 건데? 미운 꼬맹이들이 뭐가 예쁘다고 찾아.”
그래, 나는 쌍둥이가 싫었다. 없어져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하나도 괜찮지 않다.
“미소야, 미래야!”
눈에서 자꾸 눈물이 흐른다.
“언니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제발… 제발 나타나줘!”
어디선가 낯익은 울음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무작정 달렸다. 아니나 다를까 미소와 미래가 서로 손잡고 울고 있다.
“미소야! 미래야!”
“언니!”
쌍둥이들이 나에게 달려왔다.
“언니가 얼마나 찾았는지 알아? 길도 잘 모르면서 마음대로 돌아다니면 어떡해!”
나는 빽 소리를 질렀다.
“잘못했어. 길을 몰라서….”
“으앙, 언니 우리 너무 무서웠어.”
나는 쌍둥이들을 꽉 껴안고 토닥였다.

점점 미소와 미래의 호흡이 차분해졌다.
“자, 이제 집에 가자.”
한 손으로 미소 손을, 한 손으로 미래 손을 잡고 집으로 향했다.
“너희, 길도 잘 모르면서 왜 나갔어? 겁도 없이.”
미래가 내 손을 꽉 잡는다.
“실은… 언니랑 엄마랑 전화하는 거 들었어. 언니가 우리 때문에 힘든 것 같아서 우리 용돈으로 언니 맛있는 거 사주려고 했어. 그래서 나왔는데 길을 잃어버렸어.”
나는 그 자리에 서서 울고 말았다. 난 미워하기만 했는데 어린 것들은 언니 챙겨준다고…. 미안하고 창피하다.
꼬르르륵.
이 와중에 배에서 배꼽시계가 울린다.
꼬르르륵 꼬르르륵.
쌍둥이들 배에서도 시계가 운다.
“푸하하하.”
“풋. 이게 무슨 소리야.”
“언니, 우리 배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 킥킥.”
“배 많이 고프지?”
“응, 배고파.”
“배고파서 쓰러지겠어.”
쌍둥이들이 배를 부여잡으며 쓰러지는 시늉을 한다. 시계를 보니 벌써 1시가 훌쩍 지났다.
“얼른 집에 가서 밥 먹자! 언니가 맛있는 거 해줄게.”
“나는 달걀프라이!”
“나는 햄 구워줘! 아, 언니! 가면서 언니가 좋아하는 참외 사 가자. 우리가 사줄게!”
에구, 귀여운 것들.

늦은 점심을 먹고 거실에 나와 상을 폈다. 내가 공부하니까 미소와 미래도 내 앞에 앉아 어린이집 숙제를 한다. 덧셈과 뺄셈. 미소와 미래는 손가락을 접어가며 한 문제 한 문제를 풀었다. 신기하다. 나도 저랬나?
삑삑삑삑 삐리리~ 철컥.
“아빠 엄마 왔다!”
쌍둥이가 벌떡 일어나 달려간다.
“다녀오셨어요?”
“그래. 하루 종일 공부하느라, 애들 보느라 수고했다.”
아빠가 어깨를 툭툭 쳐주는데 눈물이 핑 돈다. 참자, 참자. 다행히 아빠는 방으로 들어가더니 욕실로 향했다.
“엄마! 우리 공부하는 중이었어!”
“벌써 10문제 넘게 풀었다?”
쌍둥이는 다시 상에 앉아 열심히 공부하는 척했다.
엄마랑 둘이 있자니 어색하다.
“미주야, 엄마랑 잠깐 이야기 좀 할까?”
“아… 응.”
엄마와 나는 내 방으로 갔다. 엄마가 내 침대에 앉아 몇 차례 이불을 쓰다듬고는 나를 바라본다.
“…미주야, 엄마가 미주에게 관심이 부족했다는 걸 오늘에야 알았어. 엄마가 정말 미안해. 예전에도 지금도 그렇지만, 미주는 엄마가 굳이 챙겨주지 않아도 스스로 잘해내는 아이라서 마음이 놓였나 봐. 미주도 엄마의 사랑이 필요한데…. 하지만 엄마가 미주를 믿어서 그랬다는 건 알아줄래?”
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엄마는 미주도 쌍둥이처럼 사랑해. 아무렴, 내 딸인데. 앞으로 미주도 많이 신경 써주고 챙겨주려고 노력할게. 엄마 용서해 줄래? 미주도 엄마 사랑해 줘.”
“응… 나 엄마 많이 사랑해. 그리고 미안해요.”
엄마는 나를 따뜻하게 안아줬다.

“언니, 호두 먹으면서 공부해. 이게 머리에 진짜 좋대.”
“우유도 같이 먹어. 선생님이 그랬어, 우유가 몸을 튼튼하게 해준다고.”
요즘 쌍둥이는 저녁마다 내 책상 옆에 와서 간식을 준다. 물론 엄마의 심부름이겠지만. 아, 이래서야 공부를 안 할 수가 없다. 아니, 해야겠다. 누가 나를 응원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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