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맞추기

저는 사진 촬영을 아주 좋아합니다. 맛있는 음식, 멋진 하늘, 예쁜 꽃, 사랑하는 친구들과 가족… 매일 일기를 쓰듯 순간순간을 사진으로 담기 바쁘지요.
제가 사진 찍기를 좋아하게 된 건 아마 고등학생 때일 겁니다. 그때 학교에서 사진을 배웠습니다. 카메라의 역사와 조작법 등을 배우고, 야외로 나가 직접 사진을 찍었습니다. 조작을 달리할 때마다 달라지는 사진에 감탄했었지요.
사진을 찍을 때는 초점을 잘 맞춰야 합니다. 초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부각되는 물체, 사진의 구도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초점이 제대로 맞지 않으면 인물 사진이 배경 사진이 되거나 물체가 뿌옇게 찍혀 사진이 엉망이 되고 맙니다.
저는 카메라의 초점은 맞출 줄 알면서도 제 삶의 초점은 잡지 못했습니다.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욕심에, 남들보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불안감에, 다른 사람의 기대와 관심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무조건 앞으로 달렸습니다. 스펙 쌓기에 도움이 된다는 활동이라면 뭐든 빠지지 않았고, 시험 기간에는 교과서를 통째로 외우느라 밤새우기 일쑤였습니다. 얼마 못 가 몸과 마음이 지쳐 아예 자신감과 의욕을 잃고 말았습니다.
어느 날, 친구들과 장래 희망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간호사, 영상 엔지니어, 네일 아티스트… 친구들은 저마다 꿈꾸는 직업이 있었습니다. 같은 교복을 입고, 같은 수업을 듣던 친구들이 미래를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아무 초점 없이 무턱대고 달리던 제 모습을 깨달았습니다.
확실한 미래를 그려가는 친구들처럼 저도 뚜렷한 초점을 찾기로 했습니다. 부모님이나 사회로 진출한 선배들에게 진로 상담을 하고, 나는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무엇을 제일 잘하는지 등을 스스로에게 물으면서요. 하지만 답을 찾지 못한 채 방황은 계속됐습니다.
그제야 하나님이 생각났습니다. 저는 미래를 알 수 없을지라도 하나님은 모든 것을 다 아시고 저에게 맞는 길로 인도해 주실 테니까요. 저는 미래를 열어달라고 기도하며 하나님께 마음을 맡겼습니다. 예전처럼 똑같이 공부하고 고민도 여전히 끊이지 않았지만 마음은 한결 여유로워졌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쓸데없는 욕심과 불안감은 흐려지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 무엇을 해야 할지는 점점 또렷해졌습니다.
저와 함께 미래를 이야기하던 친구들은 지금 어엿한 성인이 되어 각자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꿈꾸던 대로 간호사가 되어 환자를 돌보고, 엔지니어로서 무대를 이끌어가고, 네일숍을 운영하고 있지요. 친구들은 그 자리에서 또 다른 꿈을 꾸는 중입니다.
저요? 저도 저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하나님께 초점을 맞추고 찾은, 소중한 저만의 길입니다.
사진작가는 최고의 작품이 나올 때까지 수십, 수백 장의 사진을 찍는다고 합니다.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나에게 맞는 일을 단번에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찾았다 해도 그 일이 쉽게 이뤄지지는 않습니다. 외적으로는 수많은 시련을, 내적으로는 무수한 감정의 변화를 겪게 되지요. 그러나 초점만 잃지 않는다면 마침내는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의 초점은 하나님입니다. 어떤 꿈을 꾸든, 무슨 일을 만나든 이 초점만은 절대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초점이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가장 멋진 구도로 나를 빛나게 해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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