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동안 외톨이 下

‘하루 동안 외톨이’ 프로젝트의 2주째. 빨간 제비를 뽑은 사람은 지영이었다.
“오늘은 지영이가 외톨이가 되는 거야.”
“저 안 하면 안 돼요? 그런 건 미움받을 만한 애들이나 당하는 거예요. 어차피 저는 왕따 당할 일 없어요. 안 그래?”
지영은 앙칼지게 말하며 반 아이들을 쳐다봤다. 아이들은 대답 대신 박 선생을 쳐다봤다.
“그 누구라도 미움받을 만한 사람은 없어. 그런데도 왕따 같은 일이 일어나기 때문에 체험해 보는 거야. 우리 반에는 이런 일이 없도록 지영이가 동참해 줬으면 좋겠어. 어때?”
박 선생이 지영의 눈을 바라보며 말하다 지영은 수그러들었다.
“네.”
“좋아. …여러분, 다시 한번 말하지만 외톨이가 된 친구에게는 어떠한 도움을 줘서도 안 되고, 먼저 말을 걸어서도 안 돼요.”
그렇게 지영이 외톨이가 됐다. 교실 분위기가 묘하게 흐렸다.
박 선생이 나가자마자 주희가 가방에서 조심스레 휴대폰을 꺼내더니 손에 들고 흔들었다.
“얘들아, 이것 봐! 어제 아빠가 휴대폰 새로 사줬어.”
“우아, 완전 멋있어!”
친구들이 모이자 지영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무리에 다가갔다.
“뭔데? 나도 볼래!”
지영이 다가가자 아이들은 눈치를 보며 슬슬 피했다. 지영은 가만히 있어도 먼저 자기 곁에 모이던 아이들이 자신을 피하는 모습이 낯설었다.
“나, 나도 보면 안 돼?”
“아… 그게….”
“안 돼! 지영이는 왕따잖아!”
“그래, 규칙은 규칙이니까.”
“뭐? 그럼 휴대폰 걷을 때 안 냈다고 선생님한테 이른다!”
“야, 너 진짜 왕따처럼 군다. 저리 가. 우리끼리 볼 거야.”
지영은 처음으로 왕따라는 말을 들었다. 금방이라도 눈에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자존심 때문에 억지로 눈물을 삼켰다.

아이들은 지영을 모른 체했다. 지영이 다가가도 무시하고, 평소처럼 같이 밥을 먹지도, 간식을 나눠 먹지도 않았다. 지영도 더 이상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지영은 책상에 고개를 파묻었다. 지영의 등 뒤로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종례 시간, 박 선생이 교실로 들어왔다.
“여러분, 오늘 프로젝트는 어땠나요?”
아이들은 대답이 없었다. 박 선생은 지영에게 물었다.
“지영아, 기분이 어땠어?”
지영도 대답이 없었다.
“지영이가 내일도 외톨이가 된다면 어떨까?”
박 선생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영이 울었다. 얼마나 서럽게 울던지 울음소리가 복도까지 울렸다. 박 선생은 지영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지영아, 네 마음을 솔직하게 이야기해볼래?”
“저, 정말 싫었어요. 친구들이 저랑 안 놀아주고 왕따라고 무시하고. 그냥 다 싫었어요.”
“그래, 지영이가 왕따 당하는 게 싫었던 것처럼 다른 아이들도 왕따를 당하기 싫을 거야. 그렇지?”
“…네.”
“오늘 고생 많았어. …여러분, 세상에는 내 마음에 드는 사람도 있고, 마음에 안 드는 사람도 있어요. 내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그 사람이 무조건 나쁘고 이상한 사람이 아니에요. 저마다 개성이 다를 뿐이죠.”
아이들이 박 선생을 주목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혼자 할 수 있는 일보다 혼자 할 수 없는 일이 더 많다는 걸 느낄 거예요. 내가 못하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도움받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누군가를 무시해버린다면 정작 자신이 필요할 때 아무 도움도 받을 수 없어요. 선생님은 여러분이 타인을 존중하고, 미워하지도 말고, 서로 도와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종례를 마치고 주희는 지영이에게 다가갔다.
“아까는 미안.”
“응, 괜찮아.”
“그, 그럼 우리 먼저 갈게.”
서먹해진 아이들은 서둘러 교실을 나갔다. 하지만 지영은 오래도록 자기 자리에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 있었다. 박 선생이 교실에 혼자 남은 지영을 보고 다가갔다. 지영은 울먹거리다 사실을 고백했다.
“선생님, 사실 제가 정원이를 괴롭혔었어요. 친구들에게 인기도 많고 선생님들한테 예쁨받는 정원이가 부럽고 싫었어요. 그래서 친구들한테 정원이랑 놀지 말라고 했어요. 정원이는 나쁜 애라고 하면서….”
“그랬구나. 정원이가 왕따가 되니까 지영이 마음은 어땠어?”
“처음에는 정원이 옆에 있던 친구들이 제 옆으로 오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근데 시간이 지나니까 정원이한테 나쁜 짓한 게 찔리기도 하고 계속 신경 쓰였어요.”
박 선생이 지영의 등을 토닥였다.
“그리고 제가 주번 활동할 때 청소도 도와줬었는데 정원이가 없으니까 도와주는 애들이 아무도 없더라고요. 왜 친구들이 정원이를 좋아하는지, 선생님들이 예뻐하는지 이제 알 것 같아요. 정원이한테도 미안하고, 다른 애들한테도 정말 미안해요.”
“지영아, 행복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줄 때 찾아오는 거야. 다른 사람의 행복을 나와 비교하면 이미 자신의 행복은 사라지지. 정원이가 정원이의 장점을 가진 것처럼 지영이에게는 지영이 너만의 장점이 있어. 선생님하고 같이 찾아보자.”
지영은 박 선생에게 약속했다. 정원에게 사과하고 앞으로 사이좋게 지내겠다고.

정원은 예전의 밝은 모습을 되찾았다. 그 옆에서 지영도 환하게 웃었다. 대준은 여전히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아이들을 웃겨줬다. 창문 너머 복도에서 박 선생은 아이들을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그 입에는 아이들만큼 환한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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