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선물 下


저는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 신비의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나무 위에 앵무새들이 한 줄로 쭉 앉아 있었습니다.
“앵무새들아, 안녕? 혹시 키위한테 가는 길 아니?”
“키위? 갈색 털 달린 초록색 과일을 얘기하는 건가?”
“아, 그 과일! 먹을수록 매력 있는 과일이지.”
“좋아. 얘들아, 오늘 저녁은 키위를 먹도록 하자.”
계속되는 앵무새들의 수다에 다시 말했습니다.
“아니, 과일 말고 두더지 말이야. 황금나무 밑에 사는 두더지 키위!”
앵무새들은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깍깍깍깍깍! 키위한테 간다고? 그 파란 안경잡이한테?”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키위에게 간다니, 그 두더지가 네 말을 들어줄까? 아니지, 만나주기나 할까?”
저는 소리쳤습니다.
“그래도 알려줘!”
앵무새들은 웃음을 멈췄습니다.
“정 그렇다면. 이 길로 쭉 따라 걷다가 오른쪽으로 꺾으면 황금나무가 보일 거야.”
“고마워.”
저는 황금나무를 향해 걸어갔습니다. 한참을 걷다 보니 정말 황금나무가 보였습니다. 황금나무는 크고, 나뭇잎이 금색이었습니다.
“키위 있니? 키위야!”
저는 황금나무 앞에 멈춰 서서 키위를 불렀습니다. 하지만 키위는 나타날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계속해서 키위를 불렀습니다. 하늘 한가운데 있던 해는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습니다.
“더 늦었다가는 엄마가 걱정하실 텐데. 키위야, 얼른 나와봐.”
“나 참, 대체 무슨 일로 나를 귀찮게 하는 거야?”
땅에서 구멍이 뻥 뚫리더니 두더지가 뿅 나타났습니다. 키위입니다!
“너 오늘 마을에서 목걸이 주웠지?”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너 같은 애한테 줄 수 없어.”
“그건 내 거야. 내가 실수로 떨어뜨려서 주우려는데 네가 가져간 거야.”
“그래서. 원하는 게 뭐야?”
“돌려줘!”
“내가 네 것을 빼앗은 건 아니잖아. 땅바닥에 떨어진 걸 주운 것뿐이지. 주운 사람이 임자라는 말, 몰라?”
아니, 당연히 주인에게 돌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황당하기만 합니다.
“여하튼 난 돌려줄 수 없어.”
“왜?”
키위는 두 팔을 벌리고 황금나무를 가리켰습니다.

“너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가치 있는 것’을 아주 좋아해. 이 나무 보이지? 이 나무는 ‘가치 있는 것’이 곁에 있어야 황금 열매를 맺어. 그런데 한동안 열매가 안 맺혔어. 요즘 들어 ‘가치 있는 것’을 찾기 어려워졌기 때문이지. 그런데 드디어 찾은 거야, 그 목걸이 말야.”
“그건 내가 엄마 드리려고 구슬로 만든 거야. 보석으로 만든 게 아니라고.”
키위는 혀를 끌끌 찼습니다.
“저런, 너는 그 목걸이가 그저 구슬로 만든 값싼 목걸이로만 보이는 거니? 사랑을 점점 잃어가는 세상에서 그건 내가 오랜만에 본 ‘아름다움’이었어. 사랑의 마음이 담긴, 값으로 매길 수 없을 만큼 가치 있는 것이지.”
키위는 한동안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리고 말을 이었습니다.
“목걸이는 돌려주고 싶지 않아. 그러니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도록 해. 특별히 내가 너를 마을로 편하게 보내주도록 하지.”
키위는 제 주위를 한 바퀴 돌고 손뼉을 두 번 쳤습니다. 눈앞이 뿌옇게 흐려졌습니다. 다시 앞이 보였을 때는 우리 마을이었습니다. 키위가 목걸이를 가져간 곳이었습니다.
집으로 걸어가는 내내 키위가 한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사랑의 마음이 담긴, 가치 있는 것.
저는 재빨리 들판으로 뛰어갔습니다. 그리고 꽃을 꺾어 화관을 만들었습니다. 저는 다시 집을 향해 달렸습니다. 문을 열자 엄마가 부엌에서 나오십니다.
“엄마! 생신 축하 드려요!”
“어머, 이게 뭐야? 우리 딸이 만든 거야?”
저는 엄마의 머리에 화관을 씌어드렸습니다.
“여보! 우리 공주님! 아빠 왔다.”
아빠가 돌아오셨습니다. 아빠는 손에 들린 작은 상자를 엄마에게 내밀었습니다.
“여보, 생일 축하해요. 작은 가게에서 산 건데,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요. 좋은 걸 못해줘서 미안해요.”
엄마가 상자를 열어보았습니다. 목걸이입니다. 어? 은색 줄에 하얀 구슬이 가운데 달려 있는 게, 제가 만든 목걸이랑 똑같습니다! 하지만 저건 아빠가 엄마를 위해 준비한 목걸이입니다. 그런데 어쩜 제가 만든 목걸이와 똑같이 생겼을까요? 혹시 키위의 장난일까요?
화관을 쓰고 목걸이를 걸고 엄마가 환하게 웃습니다. 엄마 얼굴은 주름이 졌지만, 제 눈에는 가장 아름답습니다.
G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