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단어로 글짓기
이진해 (단어: 공무원, 구경, 금지, 수세미, 오전)
우리 집은 나, 형, 아빠 엄마, 이렇게 넷이서 오손도손 잘 살고 있다.공무원인 아빠는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하신다. 그런데 일을 안 가는 날에는 계속 침대에 누워 계신다. 엄마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아빠한테 꼭 오전에 설거지를 다 해놓으라고 하셨다, 수세미로 빡빡 닦아서. 설거지를 해본 적 없는 아빠는 갑자기 주방 앞에 줄을 치셨다. 그리고 그 줄에 무슨 종이를 매달아 놓고는 조용히 설거지를 시작하셨다. 종이에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구경 금지」
최지은 (단어: 과거, 멍, 선풍기, 우산, 피리)
보통 ‘피리’ 하면 그냥 입으로 부는 악기의 통칭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전통 국악기 피리는 옛날 중국에서 넘어온 악기로, 크게 향피리, 세피리, 당피리로 나뉜다. 나는 그 피리를 전공하는 예고생이다.보통 예고 입시는 11월 초에 치러져서 여름방학에는 예고 입시생들이 입시 준비에 열을 올린다. 폭염에도 미니 선풍기 바람을 쐬며, 장마에도 우산을 쥐고 레슨실로 간다.
나 또한 그랬다. 오전 9시에 레슨실로 가서 밤 10시에 집으로 돌아왔다. 하루 10시간 이상 꾸준히 연습했지만 실력은 늘지 않았다. 레슨 선생님의 꾸중만큼이나 내 마음의 멍은 늘어갔다. 잘하고 싶은데 잘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싫었다. 나는 일주일간 레슨을 쉬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처음 피리를 잡았을 때, 잘하든 못하든 그냥 피리가 좋았다. 나는 그 순수한 초심을 잃고 잘하려고만 했던 것이다. 나의 과거를 돌아보며 다시 피리를 잡았다.
입시 날, 내가 잘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실수 없이 시험을 치렀고 합격이란 결과를 얻었다. 그때 내가 피리를 그만두었다면, 사랑하는 일을 전공할 수 있는 지금의 행복은 내게 없었을 것이다.
고윤정 (단어: 골수, 두통, 메모, 커튼, 호호)
기자의 기본은 글솜씨!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양질의 글감이 필요하지.그렇다면 양질의 글감을 어떻게 얻을까? 그것은 바로 메모!
위의 가르침을 골수에 새기고 살아가는 나는, 바로 학생기자! 호호.
오늘도 한 손에는 메모장을, 한 손에는 펜을 쥐고 영감을 찾는 나.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밤낮으로 연구하고 또 연구하기에 가끔 두통이 오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두려운 것은 바로 졸.음.
늦은 밤 글을 쓰기 위해 책상에 앉으면 나도 모르게 눈이 끔뻑끔뻑.
뺨을 찰싹찰싹 때려도 천근만근 눈꺼풀은 올라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자랑스러운 학생기자! 이까짓 졸음 따위가 나를 막을 수는 없다.
커튼을 열고 창밖을 바라보며 마음을 다잡고 두 손 모아 기도한다.
‘하나님, 제가 쓰는 이 글로 하나님의 영광을 빛내게 해주세요.’
자, 이제 다시 글을 써야지. 아니모!
- 어느 학생기자의 일기 –
석지현 (단어: 껍데기, 다리미, 인기, 일진, 출발)
2017년, 고등학생으로서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 나는 교복을 다리미로 정성껏 다렸다.등교를 앞두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한테 인기 많았으면 좋겠다. …일진은 무서운데. …잘 적응할 수 있겠지?’
어디선가 돼지껍데기 굽는 냄새가 솔솔 났다.
아… 내 교복.
김서현 (단어: 꽃, 대본, 돌, 지하철, 의리)
지하철 안에서 피곤한 몸을 기댈 만한 자리를 찾았다. 사람들은 한결같이 무표정으로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자기 할 일을 할 뿐이었다. 그러고 보면 인생은 마치 똑같이 짜여진 대본 같다. 태어나고 자라고 죽고 끝난다. 이것이 우리네 인생의 전부가 아닌가.그럼 그 끝은 어디일까? 죽은 후에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일까? 지하철도 종착역이 있는데 우리도 죽은 뒤에 종착할 그런 곳이 존재할까? 갑자기 내가 갈 곳 없는 나그네가 된 것처럼 우울하다. 아무 생각 없이 웃던 어린 시절로, 친구는 의리라고 소리치던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속 편할 텐데.
지하철 끄트머리에 앉아 있는 한 학생이 방긋방긋 웃으며 책을 읽는다. 석상처럼 무표정한 사람들과 달리, 저 학생은 난 돌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어떻게 저렇게 웃을 수 있을까.
나는 그 학생에게 다가가 물었다.
“학생, 뭐 읽고 있어요?”
“아, 이거요? 소울이라고, 저희 교회에서 나오는 책인데요….”
꽃과 같은 미소를 지으며 친절히 설명하는 학생.
그 이후였다, 내 삶이 더 이상 대본대로가 아니라고 느낀 건.
이경진 (단어: 더위, 멸종, 이어폰, 천년, 후후)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에게 아주 힘든 계절, 여름입니다. 사람들은 후후 바람을 불고 시원한 여름 노래를 이어폰으로 듣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여름을 이겨냅니다. 그런데 이 여름, 마냥 물놀이만 하지 말고 지구를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매년 지구의 온도가 높아져 빙하가 녹고 있습니다. 우리가 덥다고 에어컨을 켤수록 온실가스가 배출되어 지구는 더 뜨거워지고 빙하는 더 빨리 녹습니다. 천 년 넘게 그 자리를 지키던 빙하가 우리의 사소한 행동으로 사라지고, 그로 인해 북극곰 같은 동물이 살 곳을 잃어 멸종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만물을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덥더라도 에어컨 사용을 줄여서 사라지고 있는 북극곰, 파괴되고 있는 지구 환경을 생각할 줄 아는 배려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지현 (단어: 교과서, 선택, 잠, 잡담, 키)
여러분 그거 아시나요? 중학교 3학년 교과서는 되게 두껍습니다. 한 2~3㎝? 수업 중에 주위를 돌아보면 학생들이 딱딱한 책상 또는 두꺼운 교과서에 이마를 맞대고 꿈나라에 가 있죠.‘저렇게 자면 키가 커질까?’
잠을 자면 키가 커진다고 생각하다니, 제가 멍청하다고요? 죄송하지만 저는 진지합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저 큰 전봇대로 선택해주셨으면 좋았을걸.”
옆에 있는 친구가 저를 위로합니다.
“너는 충분히 커. 나는 15㎝밖에 안 된다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잡담을 하고 있냐고요? 아, 이런. 미안해요, 제 소개를 안 했네요. 저는 30㎝짜리 ‘자’입니다.
차대현 (단어: 구두, 구멍, 물, 폭소, 학원)
〈아버지의 구두〉학원을 다녀와서 본
아버지의 구멍 난 구두
구두약을 꺼내 물 광을 내어본다
어느새 새까매진 내 얼굴
나를 본 아버지는
폭소를 터뜨리며
하루의 고단함을 달래신다
고혁준 (단어: 거절, 거지, 공기, 금지, 통조림)
집으로 돌아가는 길, ‘출입 금지’ 표지판이 붙은 공사 중인 건물을 보았다. 나는 뭔가에 이끌리듯 표지판을 무시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한 계단, 한 계단 위로 올라갈수록 두근거리고 긴장되었다.우당탕탕.
‘무슨 소리지? 내려갈까?’
공기는 차가웠고 온몸이 떨렸다. 그러나 나는 계속 계단을 올라갔다. 마지막 계단을 오르는 순간 깜짝 놀랐다. 허름한 옷을 입은 사람이 음식물 더미를 뒤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깨달았다.
‘아, 거지구나!’
마침 가방에 들어 있는 1000원짜리 통조림이 생각났다. 나는 조심스럽게 거지에게 다가갔다.
“저기….”
거지는 흠칫 놀라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말없이 통조림을 꺼내 건넸다. 거지는 통조림을 받아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정중히 거절했다.
“싼 건 안 먹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