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이끄심


‘나라도 교회에 가야겠다.’

부모님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잊었던 하나님의 교회였습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3학년 때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어 혼자라도 교회에 가서 종종 예배를 드렸습니다. 하지만 믿음이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교회는 저에게 지루한 곳이었고, 틈만 나면 게임방에 가고 친구들과 놀기 바빴으니까요. 이 생활은 고등학교 2학년까지 계속됐습니다.

여느 때처럼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형제님 둘과 딱 마주쳤습니다. 이 우연한 만남이 제 삶의 전환점이 될 줄 어찌 알았을까요.

형제님들이 반갑게 인사하는데 그날따라 저도 반가워 오랫동안 대화를 나눴습니다. 교회에 다니며 궁금했던 내용도 물었습니다. 형제님들은 성경 말씀으로 답해주었고 좋은 말씀도 많이 들려줬습니다. 이후로 형제님들과 스스럼없이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형제님들과 친해지고 나니 교회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고 말씀 공부도 하게 되었습니다.

얼마 후 연합회에서 ‘학생 새노래 페스티벌’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데 막 나서면 이상한 눈으로 보지는 않을까 걱정돼서 선뜻 하고 싶다고 말하지 못했습니다. 고맙게도 학생들이 먼저 같이 참여하자며 말을 꺼내줬습니다. 연습 기간에는, 악보를 볼 줄 모르는 저에게 쉼표 하나하나까지 다 알려주며 저를 챙겨줬습니다. ―4분 쉼표가 4분 동안 쉬는 거라고 농담했을 때는 진짜인 줄 알았습니다.― 좋은 목소리도 아닌데 뭐라 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오히려 처음 성가를 해보는 제가 어색하지 않도록 장난을 쳐주기도 했습니다. 친절, 배려…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모습들이 참 좋았습니다.

새노래도 단순히 예배 때 부르는 노래라고 생각했는데 제 입에 담아 계속 부르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아, 좋다’로 끝나는 게 아니라 부를수록 가슴이 벅차오르고, 공부와 진로 고민으로, 친구 문제로 쌓인 스트레스가 모두 해소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왜 그렇게 좋았을까요? 아직도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매일같이 학생들과 새노래를 부를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학생 새노래 페스티벌 전에는 청년 새노래 페스티벌이 열렸습니다. 학생들이 율동 공연을 준비했는데 얼떨결에 저까지 하게 됐습니다. 율동은 생전 처음이었지만 학생들이 같이 모여 연습하는 시간이 좋았고, 저도 무언가를 하는 하나님의 교회 학생이라는 소속감이 들어 기뻤습니다. 이 감정은 학생 새노래 페스티벌까지 이어졌습니다.

페스티벌 당일, 설레면서도 주체할 수 없이 떨렸습니다. 신기하게도 무대에 서는 순간 긴장이 싹 사라지더니 연습해 왔던 과정, 지휘자의 손짓, 표정까지 다 생각나 담담히 부를 수 있었습니다. 찬양이 끝난 뒤 엄청난 환호와 박수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와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그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머릿속이 복잡했습니다. 무의미하게 흘려보낸 시간들이 후회됐기 때문입니다.

‘사랑과 행복이 넘치는 시온을 가까이 두고 지금껏 왜 그렇게 방황했을까. 내가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형제님들은 계속 복을 쌓고 있었을 텐데….’

이대로 가만있을 수 없었습니다. 말끝마다 붙이던 욕, 10년 넘게 해오던 게임 등 안 좋은 습관들을 모두 끊고 스마트폰 사용을 절제했습니다. 순식간에 바꾸기란 어려웠지만 의지가 약해질 때마다 하나님께서 이끌어주시리라 믿고 이겨냈습니다.

쓸데없는 데 보냈던 시간은 말씀 공부하는 시간으로 채웠습니다. 저보다 어린 형제님들이 열심히 발표하는 모습을 보고 ‘이거다’ 싶어서 저도 부지런히 진리 발표를 하고 책자를 읽었지요. 들을 때는 그냥 그렇구나 했던 말씀이, 스스로 공부하고 입으로 말하니 굉장히 놀라웠습니다. 특히 착착착 맞아떨어지는 성경 예언은 제 영혼을 강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절기 기간을 맞아 기도도 많이 하면서 마음이 더 하나님께로 향했습니다. 하나님을 만나고, 천국을 소망하는 시간이 참 즐거웠습니다.

이 즐거움과 행복을 가족과 다시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가족들이 교회에 열심히 다니는 저를 의아해했기에 저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썼습니다. 시간 나는 대로 청소기를 밀고 설거지를 하며 집안일을 거들고, 부모님께 자주 전화도 드렸습니다. 요즘은 가족들이 달라졌습니다! 1년에 한 번 교회에 오던 누나가 매주 예배를 지키기 시작했고, 얼마 전부터 아빠가 할머니와 함께 계속 안식일을 지킵니다. 엄마는 아직이지만 제가 가끔 장난삼아 “엄마, 교회 안 가?” 하고 물으면 “가야지”라고 답합니다. 내심 시온에 오고 싶으신 것 같은데,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돌아보면 그동안의 일들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초등학생 때 교회에 가야겠다고 했던 생각, 두 형제님들과의 우연한 만남, 새노래 페스티벌 참여까지 이 모든 일이 저를 조금씩 조금씩 이끌어주신 아버지 어머니의 사랑이었습니다. 그 이끄심 속에서 저는 1년 사이 달라졌고 많은 축복을 받았습니다.

나는 이미 늦었다고, 안 된다는 생각에 무언가 시작하기를 망설이는 학생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학생은 아직 어립니다. 그만큼 시간도 충분하고요. 무엇보다 우리에게는 우리를 이끌어주시는 하나님이 계십니다. 하나님께서 이끌어주신다면 언제 시작하든 무엇이든지 할 수 있습니다. 마음 굳게 먹고 차근차근 해보세요. 분명 하나님께서 달라지게 해주실 것입니다.

저는 곧 청년이 됩니다. 더 많은 축복을 쌓을 수 있어 벌써부터 설렙니다. 세상에서 방황하던 제가 하나님을 깨달을 수 있도록 오랜 시간 저를 버리지 않고 모든 상황을 이끌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늘 하나님과 동행하는 새벽이슬 청년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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