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편집후기

세상이 울긋불긋 바뀌니 식상하다 싶으면서도 역시나 가을에 대해 쓰고 싶어집니다. 이러다 언 손을 호호 불 때면 겨울 이야기를 꺼내고, 새순의 연록이 보이면 봄 이야기를, 맴맴 매미가 울면 여름 이야기를 하겠지요.
한 외국 작가가 한국 작가들은 유독 계절에 대한 글을 많이 쓴다고 비평했다고 합니다. 이에 어느 한국 작가는, 그 작가가 경험하지 못했기에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응수했습니다. 하기야 사철의 변화가 거의 없는 곳이라면 계절 예찬을 이해하지 못할 만합니다. 얼마 전만 해도 푸르던 나뭇잎이 오색으로 물들고 하늘의 빛깔, 공기의 냄새마저 달라지는 세상을 보면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겁니다.
소울에 담긴 사연들은 언뜻 집, 교회, 학교에서 일어난 비슷한 일의 반복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 현장에 있는 우리는 압니다. 얼마나 다채롭고 경이로운 깨달음과 변화가 일상 속에 존재하는지를요. 그래서 우리의 이야기는 매번 보고 들어도 신선하고, 나눌수록 친근하고, 해도 해도 질리지 않는, 평범한 듯 특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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