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할머니께서 갑자기 쓰러져 중환자실에 입원하셨습니다. 아빠는 상심이 컸던지 몹시 힘들어 보였습니다. 할머니는 퇴원 후 지금까지 시골 요양원에 계십니다. 얼마 전 할머니를 뵙고 돌아오는 길에 아빠가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엄마가 70년을 밭일만 하셨는데 늙어서도 계속 그 일을 하셨으니….”
지난 여름방학 때, 동생과 저는 혼자 밭일을 하시는 할아버지를 도와드렸습니다. 나이가 어린 제가 하기에 상당히 벅차고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 일을 70년 동안 하신 할머니를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생각났습니다.
처음 중환자실에 누워 계시는 할머니를 보고 ‘엄마도 아파서 저렇게 누워 있으면 어떡하지?’하고 무서웠었습니다. 엄마는 지금 이 순간까지 자신의 삶은 포기하고 오직 저를 위해 희생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처럼, 저도 엄마가 힘들지 않게 엄마 일을 잘 도와드리겠습니다.